AI 데이터센터의 '열'을 설계한다…LG전자, 냉각 밸류체인 넓힌다

옥송이 기자 2026. 11.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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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러·CDU·콜드플레이트 아우르는 '칩 투 칠러'…엔비디아 기술 검증 확보
고효율 냉각 기술에 북미 생산망 구축…설계·제어·유지보수까지 사업 확대

[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냉각은 서버실의 온도를 낮추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성능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직접 식히고, 냉각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전체 설비의 에너지 소비까지 관리해야 한다. LG전자는 기존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냉각설비의 설계부터 제어,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 사업자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칠러부터 냉각수분배장치(CDU), 콜드플레이트까지 아우르는 '칩 투 칠러(Chip to Chiller)' 제품군을 AI 데이터센터(AIDC) 냉각 사업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LG전자는 2011년 칠러 사업을 본격화한 이후 대형 공랭식·수랭식 냉각설비를 중심으로 기술력을 축적했다. 최근 AI 서버의 고성능·고밀도화로 발열량이 증가하면서 기존 공조 기술에 액체냉각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 칠러부터 AI 칩까지…냉각 기술 경쟁력 확대

'칩 투 칠러'는 AI 데이터센터의 열관리 과정을 연결하는 개념이다. 콜드플레이트가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직접 흡수하고, CDU가 냉각수의 온도와 유량을 조절한다. 칠러는 냉각수를 만들어 서버에서 발생한 열을 외부로 배출하는 데 필요한 설비다.

LG전자는 기존 공조설비에서 확보한 기술을 서버의 액체냉각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AI 서버의 발열량이 증가하면서 냉각수를 공급하고 제어하는 CDU의 처리 용량도 키웠다. 지난 7월 600킬로와트(kW)급 CDU가 국내 기업 최초로 엔비디아의 규격 승인을 받았다. 9월에는 1메가와트(MW)급과 2.6MW급 제품까지 승인 범위를 넓혔다.

특히 2.6MW급 CDU는 여러 고밀도 서버 랙을 묶어 냉각하는 환경에 대응한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구축 요건을 충족해 'DSX 레디(DSX Ready)' 승인도 받았다.

글로벌 AI 인프라 생태계에서도 입지를 넓혔다. LG전자는 지난 9월 엔비디아 파트너 네트워크(NPN)의 '파워 앤드 쿨링(Power and Cooling)' 분야 공식 파트너로 등재됐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 기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글로벌 고객사에 냉각솔루션을 제안할 기회를 확대했다.

◆ 냉각 효율 높이고 설치 부담 줄이고

기존 주력 제품인 칠러에서도 기술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9월 '공랭식 무급유 인버터 터보 칠러'를 출시했다. 자체 개발한 무급유 마그네틱 베어링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전자기력으로 압축기 회전축을 공중에 띄워 마찰을 줄이는 방식으로 냉각 효율을 높이고 유지보수 부담을 낮췄다.

LG전자에 따르면 신제품의 부분 부하 효율(NPLV)은 기존 인버터 스크류 칠러 대비 20% 이상 높다. 외부 기온이 낮을 때 압축기 가동 없이 냉매를 자연 순환시키는 '냉매 프리쿨링'도 적용했다. LG전자는 이 기술을 통해 물을 이용한 기존 프리쿨링 방식보다 연간 전력 소비량을 약 30% 추가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비 구축 방식도 개선했다. LG전자는 펌프와 밸브, 비상용 버퍼탱크 등을 표준 컨테이너에 미리 통합한 '하이드로닉 모듈러(Hydronic Modular)' 기술을 선보였다. 현장에서는 칠러와 모듈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데이터센터 증설에 맞춰 모듈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냉각설비의 전력 소비와 유지보수 비용은 데이터센터 운영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LG전자는 냉각 효율뿐 아니라 설치 기간과 증설 편의성까지 제품 경쟁력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 북미 생산망 확보…장비 공급 넘어 통합 솔루션으로

글로벌 공급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버지니아주 윈저에 공랭식 칠러 생산공장을 구축 중이다. 연면적 3만2000㎡, 부지면적 17만㎡ 규모로 2027년 상반기 생산을 목표로 한다. 국내 평택과 창원에서도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설비를 고도화하고 있다.

사업 확대 성과도 구체화됐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28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DC 냉각솔루션의 누적 수주액이 3조원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6000억원 수준에서 크게 늘어난 규모다.

특히 미국 AIDC 인프라 플랫폼 기업 에어 컨트롤 콘셉트와 총 5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칠러 등 냉각솔루션을 공급하는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김 부사장은 해당 계약에 대해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닌 수년간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 공급계약"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 28일 컨퍼런스콜에서 미국과 국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약 22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 현지 생산을 통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필요한 냉각설비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에어 컨트롤 콘셉트와는 CDU 등 액체냉각 제품으로 공급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그룹 계열사와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원(One) LG' 전략을 통해 냉각 기술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솔루션, LG CNS의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 역량 등을 결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 그룹이 자카르타에 구축 중인 AI 데이터센터에도 원 LG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냉각설비의 설계부터 제어, 유지보수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다. 현재 AIDC 냉각 사업의 주요 매출원은 칠러지만, 앞으로 CDU 등 액체냉각 제품과 에어사이드 제품의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동훈 LG전자 ES사업본부 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지난 28일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개별 제품 공급을 넘어서 냉각 설비 전반의 설계 및 제어 그리고 유지보수까지 제공하는 통합 냉각 솔루션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서비스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순조롭게 추진될 경우 기존 냉난방공조(HVAC) 사업보다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해외 시장 확대도 병행한다. LG전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중동과 아시아까지 AI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칠러 중심인 매출 구조를 CDU 등 액체냉각 제품과 통합 냉각솔루션으로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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