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이후 첫 ‘주말 핼러윈’…핼러윈 분장 인파로 북적인 이태원 [르포]

노유림, 최혜리 2026. 10. 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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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에 핼러윈 행사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려있다. 노유림 기자

“평소에 이 정도로 사람이 몰리려면 저녁 7~8시는 되어야 하는데, 벌써 길이 막히는 것 같아요.”

31일 오후 3시쯤 찾은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 아직 해가 지기 전이었지만 거리 곳곳이 코스튬을 입거나 분장을 한 시민 등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일부 테마 카페 직원들은 핼러윈 콘셉트로 가게를 꾸미거나 호객을 하며 사탕을 나눠주기도 했다.

31일 이현우씨와 방지현씨는 핼러윈 행사를 즐기기 위해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캐릭터 코스프레를 하고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를 찾았다. 노유림 기자

올해 핼러윈 데이는 4년 전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으로 주말과 겹친 만큼 시민들도 거리 행사를 적극적으로 즐기려 나왔다는 반응이다.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캐릭터로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를 한 이현우(23)씨는 “각자 다양한 콘셉트로 꾸미고 사진을 찍는 핼러윈 분위기를 즐기러 왔다”며 “일행 7명이 모이기로 했는데 밤늦게까지 홍대에서 놀다 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과거보다 안전이 강화돼 안심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코스프레를 하고 홍대를 찾은 방지현(30)씨는 “벌써 사람이 많이 모이고 있지만, 어느 정도 북적이는 분위기를 즐기러 온 거라 (안전이)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며 “일대 관리를 강화한 만큼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홍대 레드로드에서는 일대를 순찰하는 경찰차도 자주 포착됐다.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의 한 음식점에 핼러윈 장식이 꾸며져 있다. 최혜리 기자

앞서 경찰청은 23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를 핼러윈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하고 행정안전부와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시행 중이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파 중점관리지역은 이태원·홍대 등 서울 14곳을 포함해 전국 28곳으로,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경찰 약 7800명이 투입돼 안전관리에 나선다.

서울시도 공무원 등 공공인력 2011명과 안전관리 전문요원, 자율방재단 등 민간인력 1200명을 포함해 총 3271명의 안전관리 인력을 현장에 투입한다. 또 서울교통공사·경찰과 협력해 서울 주요 지하철역에 인파 몰리면 출입구 통제하고 지하철을 무정차 통과시킬 예정이다.

핼러윈 당일인 오늘은 일부 구역서 차량 통제도 이뤄진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홍대 클럽거리 등 인파가 몰릴 위험이 있는 지역은 일부 차로를 막아 시민 통행로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세지를 읽고 있다. 최혜리 기자

안전 대책 강화와는 별개로 여전히 참사의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일대는 유동인구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이 보행로를 확보하기 위해 이태원역부터 녹사평 광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약 5m 간격으로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고 있었지만, 아직 인파가 본격적으로 몰리거나 거리가 붐비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는 시민들이 추모 쪽지를 유심히 들여다보거나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인천에서 온 강모(30)씨는 “4년 전 서울숲에서 친구와 놀고 있다가 부모님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뉴스를 봤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피해자들이 (저와) 비슷한 나잇대였던 게 충격이 컸다. 이 시기쯤 되면 계속 참사가 떠오른다”고 토로했다.

강원도 춘천에서 온 박모(30)씨는 “그간 친구나 애인과 수년 연속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왔었기 때문에 참사의 충격이 더 컸다”며 “다만 오늘을 최대한 즐겁게 보내는 것도 추모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유림·최혜리 기자 noh.yu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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