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매우 높다더니"…대선 잘못 짚은 헤지펀드 하루 만에 30% 폭락(종합)

김현정 2026. 10. 3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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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대선 결과를 잘못 예측하면서 수년 만에 큰 수익을 올렸던 투자가 불과 3주 만에 대규모 손실로 돌아섰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브라질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수년 만에 최대 규모의 수익을 냈다.

브라질 펀드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헤지펀드 부문에서만 93억 헤알(약 2조3000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하며 4년 연속 연간 순유출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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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후보 승리 예측 빗나가
룰라 당선에 자산 급락…헤알화 약세

브라질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대선 결과를 잘못 예측하면서 수년 만에 큰 수익을 올렸던 투자가 불과 3주 만에 대규모 손실로 돌아섰다. 헤지펀드들은 우파 성향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으나, 예상과 달리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4선에 성공했다.

연합뉴스는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을 인용해 브라질 대형 헤지펀드들이 지난 26일 시장이 개장하자 매도세가 폭발하면서 큰 손실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브라질 펀드업계 전체로 보더라도 약 9년 만에 겪는 최악의 하루였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브라질 상베르나르도두캄푸에서 열린 대통령 결선 투표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본사를 둔 비스타 캐피털의 멀티스트라테지아 펀드는 26일 하루에만 24% 급락했다. 같은 날 마르자산운용의 마르 압솔루투펀드는 15% 하락했다. 레거시캐피털의 레거시 알파 펀드는 8%, 에이스캐피털의 한 펀드는 약 9% 손실을 기록했다. 앙코르 자산운용의 주식 펀드는 전장 대비 32% 폭락했다.

마르자산운용은 고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투자 판단의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회사는 서한에서 "운용사에 중요한 한 해를 앞두고 엄격한 준비와 분석, 노력을 기울였지만 우리가 틀렸다"며 "이미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이번 손실은 대선 결과에 대한 시장의 예상이 빗나간 데 따른 후폭풍이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브라질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수년 만에 최대 규모의 수익을 냈다. 지난 4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이자 자유당(PL) 대선 후보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1위를 차지하자, 금융시장은 크게 반등했다.

이에 일부 헤지펀드는 브라질 주식과 통화, 금리 등 여러 자산에 걸쳐 강세 베팅을 확대했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집권하면 브라질의 막대한 재정 적자를 줄이고 기준금리 인하 여건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국채 및 스와프 금리가 하락하고, 수년간 높은 차입비용에 시달려온 내수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헤알화도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 25일 결선투표에서 대다수 여론조사와 시장의 예측을 뒤엎고 룰라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이러한 투자 전략은 무너지고 말았다.

1차 투표 후 큰 수익을 냈던 운용사들이 이번에는 가장 큰 손실을 보게 됐다. 앙코르 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앙 브라가는 매도세가 닥쳤을 때 펀드가 현금을 거의 보유하지 않은 '롱(heavily long)'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자산 대부분을 상승 방향에 베팅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포지셔닝은 여론조사, 1차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한 자체 계산, 유권자 투표 경향 분석에 근거한 것이었으며 이 모든 요소는 보우소나루의 승리 확률이 '매우 높음'을 가리키고 있었다고 그는 부연했다. 헤지펀드 에이스의 창립자인 리카르도 데나다이도 시장 움직임이 1차 투표 이후보다 더 컸기 때문에 주식, 통화, 금리 베팅 전반에 걸쳐 상당한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시장의 주요 우려는 룰라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의 9%를 웃도는 막대한 재정 적자를 적극적으로 줄이기보다 사회복지 지출과 소비 진작 정책을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둘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정부는 세수 확대에 주로 의존해 재정을 보강할 가능성이 있으며, 시장에서는 고금리 환경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브라질 주식과 통화, 금리 시장은 대선 결과 발표 이후 큰 변동성을 나타냈다.  우리나라 코스피에 해당하는 브라질 대표 주가지수인 '보베스파'는 이번 주에만 약 18% 하락했다. 이달 초 1차 투표 이후 기록했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도 남는 낙폭이다. 미 달러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8% 넘게 하락해 브라질 헤알화는 같은 기간 세계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통화가 됐다. 장기물 중심의 스와프 금리도 2%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이번 시장 충격은 이미 자금 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브라질 펀드 업계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으로 이동했고 이에 따라 멀티마켓 펀드에서는 자금 유출이 이어졌다.

브라질 펀드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헤지펀드 부문에서만 93억 헤알(약 2조3000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하며 4년 연속 연간 순유출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브라질의 대표적인 헤지펀드 중 하나인 XP 인크의 아르투르 비히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펀드업계가 향후 1년 동안 더 악화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라며 "헤지펀드들이 스스로 쇄신하지 못한다면 이미 약화한 시장 영향력을 더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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