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회장님 집이 스타벅스라고?"…60년 된 장충동 저택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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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장충동은 근현대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동네다.
박 회장의 손자인 박선정 대선제분 대표는 가족의 추억이 깃든 저택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스타벅스에 공간 활용을 제안했다.
저택의 옛 모습과 현대적인 카페 공간이 어우러져 일반적인 스타벅스 매장과는 다른 분위기를 낸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매장 곳곳에는 1960~1970년대 분위기를 살린 빈티지 가구와 조명을 배치해 옛 저택의 정취를 더했다"며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 샹들리에는 기존 저택에 있던 것을 그대로 보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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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9종에 리저브 커피까지…2인 세트 구성
옛 차고지서 AR 전시·재즈 공연 등 문화 체험

서울 중구 장충동은 근현대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동네다. 북적이는 먹자골목을 벗어나면 담장 높은 저택과 오래된 주택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양도성 광희문 인근에 형성된 이 마을은 1930년대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문화주택 단지 조성 등을 거치며 고급 주거지로 변모했다.
해방과 6·25전쟁을 거친 뒤에는 서울을 대표하는 부촌으로 자리 잡았다. 1960년대 기업인들의 저택이 들어서면서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이곳에 거주했으며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 역시 청운동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 장충동에 살았다.
그 시절 기업인 일가가 살던 저택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어떨까. 한때 응접실로 쓰였던 공간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분수가 놓인 정원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오후를 보낸다면. 익숙한 커피 전문점이라도 이런 공간이라면 조금은 다르게 다가올 법하다.
이런 호기심을 채워주는 공간이 주택가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이 집 문패엔 이렇게 쓰여있다. ‘Starbucks Reserve.’ 스타벅스가 국내 리저브 도입 10주년을 기념해 2024년 9월 문을 연 ‘장충라운지R점’이다. 대선제분 창업주 박세정 회장 일가가 4대에 걸쳐 거주했던 저택이다.
이 저택은 우리나라 1세대 대표 건축가인 나상진(1923~1973)이 3년에 걸쳐 지은 집이다. 나상진은 광장동 워커힐호텔 본관과 후암동 성당 등을 지은 인물로 알려졌다. 당대 보기 드물던 이 대형 가옥 역시 대선제분 창업주인 박세정 회장이 의뢰해 1966년 완공됐다.
박 회장의 손자인 박선정 대선제분 대표는 가족의 추억이 깃든 저택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스타벅스에 공간 활용을 제안했다. 저택에 남아 있는 ‘동백꽃 까치내’ 표지석에도 조부모와 부모의 뜻을 기리며 이곳을 가족의 영원한 고향으로 기억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29일 찾은 이 매장은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구성됐다. 지상 1·2층에는 라운지와 뮤직룸 등 7개의 독립된 공간이 마련됐으며 야외 테라스석을 포함해 총 180석 규모다. 저택의 옛 모습과 현대적인 카페 공간이 어우러져 일반적인 스타벅스 매장과는 다른 분위기를 낸다.
매장 내부 역시 옛 저택의 구조를 최대한 살렸다. 하나의 커다란 홀에 좌석을 늘어놓는 대신 기존 공간의 구획에 맞춰 자리를 배치했다. 벽난로와 계단, 조명 등 옛 저택의 건축 요소도 그대로 남겼다. 방과 복도, 계단을 따라 서로 다른 공간이 이어져 자리를 고르는 재미도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매장 곳곳에는 1960~1970년대 분위기를 살린 빈티지 가구와 조명을 배치해 옛 저택의 정취를 더했다”며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 샹들리에는 기존 저택에 있던 것을 그대로 보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간에서 시작된 색다른 경험은 커피와 디저트로 이어진다. 장충라운지R점은 지난 9월부터 ‘애프터눈 커피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매장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특화 메뉴로, ▲장충라운지R점과 ▲리저브도산 두 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두 매장은 도심 속 커피 하우스를 콘셉트로 한 ‘어반 리저브’로 운영되고 있다. 리저브 전용 바를 운영하던 기존 매장을 한 단계 발전시킨 형태다. 메뉴는 리저브 커피를 기본으로 푸드 페어링, 사전 좌석 예약 등을 통해 리저브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날 맛본 애프터눈 커피 세트는 커피와 디저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2인용 메뉴다. 보늬밤·브륄레·쇼콜라 치즈케이크 3종을 비롯해 보늬밤 마들렌, 제주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거문 오름 크루아상, 수제 샌드위치 등 음식 9종이 2단 트레이 접시에 예쁘게 담겨 나온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끈 것은 제주 지역 특화 메뉴인 ‘거문 오름 크루아상’이다. 제주의 검은 현무암을 닮은 크루아상에 아몬드 페이스트로 오름의 모습을 표현했다. 평소 제주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메뉴지만 이번 애프터눈 커피 세트에 포함되면서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됐다.

세트에 포함된 ‘에스프레소 플라이트’도 눈길을 끈다. 에스프레소에 다크 초콜릿 가루와 프렌치 바닐라 크림, 제주팔삭 셔벗을 각각 곁들인 음료 3종을 맛볼 수 있다. 같은 커피라도 어떤 재료를 더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세 가지 음료와 함께 제공되는 아메리카노 까지 전부 ‘마이크로 블렌드 21’ 원두가 사용됐다. 진한 초콜릿 향과 풍미가 특징인 원두로 라틴아메리카와 동아프리카산 커피를 조합해 만들었다. 이름에 붙은 숫자 ‘21’은 황금비율을 상징하는 그리스 문자 ‘φ(파이)’가 그리스 알파벳의 21번째 글자인 데서 유래했다.
디저트는 먹는 순서에 따라 맛을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직원은 향이 강한 ‘블랙 트러플 바’를 다른 디저트보다 먼저 맛볼 것을 추천했다. 다른 음식의 맛과 섞이기 전에 트러플 특유의 풍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애프터눈 세트는 하루 두번 운영된다. 이용 시간은 오후 1시 30분부터 3시 30분,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장충라운지R점의 세트 이용 고객은 출시 첫 달인 9월 140명에서 10월 200명 수준으로 늘었다. 11월과 12월 예약 고객도 합쳐 200명을 넘어섰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애프터눈 커피 세트는 소수 인원 예약제로 운영되는 만큼 최대한 많은 고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2028년 1월까지 운영할 예정이다”며 “고객 의견을 지속적으로 경청하며 고객 경험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 연장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커피와 디저트를 즐긴 뒤에도 둘러볼 거리가 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과거 저택의 차고지로 쓰였던 공간이 나온다. 벽면에는 오르빗 스튜디오의 증강현실(AR) 작품 ‘한 잔의 오디세이’가 그려져 있다.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커피 원두가 재배되고 수확돼 한 잔의 커피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곳은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문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2024년에는 스타벅스 달력 제작에 참여한 이희조 작가의 원화를 전시했으며 올해 초에는 미국 인기 드라마 ‘프렌즈’를 활용한 팝업스토어도 선보였다.
청년 예술가들의 공연도 만나볼 수 있다. 스타벅스가 공연 기회가 부족한 청년 음악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별빛 라이브’다. 오는 11월 7일 오후 3시에는 박종상 쿼텟이, 12월 5일 오후 3시에는 김한울 트리오가 재즈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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