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도 못 피했다…63%→46% 빠진 ‘소포모어 징크스’

하준호 2026. 10. 3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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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결과와 함께 집권 2년 차를 시작했다. 대다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서울시장 선거 패배가 이 대통령에게 입힌 내상은 컸다. 이 대통령 스스로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며 “저도 2~3일 정도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6월 8일 기자회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설상가상으로 6월 중순 정점을 찍은 코스피 지수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3일 발표한 다주택자뿐 아니라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세 부담을 강화하는 부동산 세제개편안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여권의 균열이 본격화했다. 법조계와 시민사회의 우려를 등지고 여권 강경파가 주도하는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가 현실화됐고, 연임 개헌 논란과 김승원(법무부)·용혜인(성평등가족부) 등 장관 후보자의 잇단 낙마로 정부 구성의 도덕성에도 흠집이 더해졌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한국갤럽)은 1년 차 4분기(지난 4~6월) 63%에서 2년 차 1분기(지난 7~9월) 46%로 17%포인트 빠졌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취임한 대통령 중 가장 큰 폭의 낙차다.

그럴수록 이 대통령의 SNS 발신 빈도는 더 잦아졌고 메시지는 더 날카로워졌다. SNS에서 자신에게 비판적인 글을 쓰는 시민의 주장에도 반박했고, 이 대통령이 개혁성을 잃었다고 공격하는 범여권 강경파를 겨냥해선 ‘무책임한 극단주의파’라는 의미의 ‘무극파’란 단어를 동원해 직격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사과하고 해명을 했는데도 여전히 근거 없는 주장이 많고, 정부의 성과는 그만큼 잘 안 알려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국정 성과 홍보는 국민 설득과 지지 확보에 매우 중요한 발판이니 국정 홍보 전반을 개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박경민 기자

역대 대통령도 집권 2년 차 들어 정치적 위기를 맞는 ‘2년 차 징크스’(Sophomore Jinx) 겪었다. 취임 초 허니문 기간이 끝나는 시기에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대통령이 2년 차 1분기에서 2년 차 4분기까지 큰 폭의 지지율 하락을 감내해야 했다(한국갤럽).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따른 농민들의 반발과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겪으며 지지율이 19%포인트(55→36%) 하락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9년 대량 실업 등 외환위기의 후유증이 이어지는 가운데 옷 로비 사건,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등이 돌출하며 지지율이 10%포인트(60→50%) 감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무책임한 대응에 더해 정윤회 문건 파동까지 터지면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어 11%포인트(55→44%)를 잃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2018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우려에도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가상화폐 규제 논란과 고용 지표의 악화,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으로 구가한 높은 지지율 중 29%포인트(75→46%)를 반납하게 만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잼버리 파행,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전공의 파업 사태, 김건희 여사 의혹까지 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지지율이 10%포인트(33→23%) 내려가며 국정 동력을 빠르게 상실해 갔다.

지난 2월 19일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을 찾은 시민들이 역대 대통령의 초상 등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전시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문재인 제19대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들의 다양한 기록물들로 채워져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은 여당의 분열 끝에 2004년 3월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직무가 정지됐다. 탄핵 사태의 역풍으로 그해 총선에선 압승을 거뒀지만, 측근 비리 특검 수사와 행정수도 이전안에 대한 위헌 결정에 경기 침체와 4대 개혁입법 실패가 겹치면서 2년 차 내내 지지율은 20%대(25→27%)에 머물렀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2009년 용산 철거현장 화재 참사로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했고, 세종시 수정안 파동으로 여당의 무게 중심이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으로 쏠리면서 친이·친박계의 내분이 본격화했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공약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2년 차 1분기 34%였던 지지율을 2년 차 4분기에 47%로 13%포인트 끌어올렸다.

정치학자들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 현상을 제도적 필연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세실리아 마르티네스-갈라르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채플힐캠퍼스 정치학과 교수 등은 지난해 국제학술지 『비교정치연구(Comparative Political Studies)』에 발표한 논문 ‘민주주의체제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지지율 변화 비교 연구’에서 “직선제는 대통령에게 강력한 집권 초기의 지지율 상승 효과(허니문 효과)를 부여하지만,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유대감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의 경우 계엄과 탄핵 이후 많은 기대를 안고 취임한 데다 취임 직후 주가가 한동안 폭등하는 등 기대 수준을 많이 높인 탓에 기대 격차(expectation gap)가 큰 폭으로 벌어진 사례”라며 “외연 확장과 균형발전 측면의 성과로 ‘모두의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지지율 반등을 꾀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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