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끼가 지구의 미래를 바꾼다

맹경환 2026. 10. 30.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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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 어떤 선택을 할까.

늘어나는 세계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유엔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을 2005년 대비 60% 늘려야 한다고 추정한다.

유럽의 가축을 먹이기 위해서는 가축 사료를 위해 남미의 숲을 베어 내야 하고, 농지의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뿌린 비료는 강으로 흘러들어 수중 생태계를 파괴한다.

저자는 "동물을 숭배했던 과거 전통 사회조차도 오늘날 우리가 할 수 있고 마땅히 해야 할 수준만큼 동물을 보호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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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책과 길]
음식 시민
줄리언 바지니 지음, 김민하 옮김
인문식당, 538쪽, 3만3000원

오늘 점심, 어떤 선택을 할까. 바쁜 일상 속에서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울 수도 있고, 소문난 맛집을 찾아 길게 줄을 서며 미식을 즐길 수도 있다. 음식을 대하는 현대인의 풍경은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은 ‘맛’ ‘가격’ ‘영양’ 혹은 ‘소소한 즐거움’이라는 테두리 안에 머문다. 영국의 인기 있는 대중철학자인 저자는 우리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가길 요구한다. “인류가 어떻게 먹고 살고 있으며 또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가”를 물으며 ‘음식 너머’의 세계를 사유해볼 것을 권한다.

저자는 20명 이상의 글로벌 전문가 심층 인터뷰와 유엔 핵심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방대한 ‘식량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파노라마 같은 저자의 여정은 아프리카 마사이족과 북극 이누이트족, 탄자니아 하드자족부터 네덜란드의 산업 농부, 나아가 우주정거장의 우주비행사까지 전 세계를 넘나든다. 그리고 좁은 우리에 갇힌 닭과 양식장의 물고기에도 세심한 눈길을 보낸다. 저자는 이를 “식량 세계의 모든 요소가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파악하는” ‘철학적 저널리즘’으로 규정한다.

저자는 우선 식량 결핍과 과잉의 공존이라는 거대한 모순이 존재하는 식량 세계의 현실을 짚는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24억명의 사람들이 ‘영양가 있고 안전하며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것이다. 2019년 7.9%였던 전 세계 영양 부족 비율은 2022년 9.2%로 크게 증가했다. 한쪽에선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를 보면 과체중이 주요 사망 원인으로 작용하는 국가의 거주 인구수는 식량 부족으로 사망하는 국가의 인구수보다 많다. 늘어나는 세계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유엔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을 2005년 대비 60% 늘려야 한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이미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3분의 1을 식량 시스템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어쩌면 목표 달성은 요원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인류의 번영과 평화가 건강한 식량 세계를 유지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먹는지가 지구와 타인, 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성찰하고, 시장이 만들어 놓은 선택지에 길들여지지 않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주체, ‘음식 시민’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식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음식 철학’이 필요하다. 저자는 세계 곳곳의 훌륭한 실천 속에 이미 내재된 음식 철학을 7가지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다. 바로 전체성, 순환성, 다양성, 식품 중심, 지략, 자비, 형평성이다.

‘전체성’은 식량 세계의 모든 부분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의 가축을 먹이기 위해서는 가축 사료를 위해 남미의 숲을 베어 내야 하고, 농지의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뿌린 비료는 강으로 흘러들어 수중 생태계를 파괴한다. 전체성을 인식하는 시스템적 사고를 갖게 되면 건강한 식량 세계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 ‘순환성’의 가치를 인식하게 된다. 음식물 쓰레기와 부산물을 다시 가축 사료로 활용하는 순환적 구조야말로 지구라는 한정된 자원 안에서 식량을 지속 가능하게 생산하는 열쇠다. 보편적으로 보여도 모든 개별 상황에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단 하나의 만능 정답은 없기 때문에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저자는 모든 사람이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돼야 한다는 식의 ‘음식 이데올로기’를 배제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남겨둬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식량 세계의 중심에 음식을 놓아야 한다는 ‘식품 중심’ 원칙이다. 세계 농지의 상당 부분은 초가공 식품의 원료로 쓰일 ‘상품’을 재배하고 있다. 음식을 연료처럼 소비되는 영양소의 집합체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음식이 지닌 윤리적·문화적·사회적 가치를 식탁의 중심으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바로 식품 중심의 관점이다. 인류가 축적한 과학 기술과 전통적 지혜를 지혜롭게 결합하려면 한정된 자원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지략’도 필수적이다.

다원적이고 순환적이며 전체적인, 또한 식품 중심적이고 지략 있는 식품 세계의 구현은 과거 전통의 훌륭한 측면들을 오늘로 불러온 것들이다. 저자는 전례가 없던 두 가지, 자비와 형평성이라는 원칙을 추가한다. 저자는 “동물을 숭배했던 과거 전통 사회조차도 오늘날 우리가 할 수 있고 마땅히 해야 할 수준만큼 동물을 보호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수렵인들이 사냥에 쓰던 독화살은 동물에게 고통 속 죽음의 시간을 늘린다. 저자는 동물을 단지 단백질 생산 단위로 취급하는 공장식 축산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다. 유럽이나 미국의 소비자들이 초콜릿바 한 개를 사는 데 아프리카 카카오 농부의 하루 일당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는 현실 속에서 ‘형평성’은 곱씹어 봐야 할 중요한 원칙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음식을 인문학적 가치와 삶의 철학으로 여긴다”는 한국인을 향해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은 세계적인 문화 강국으로 우뚝 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케이팝과 한국 영화뿐 아니라 김치, 한국식 치킨, 불고기, 비빔밥과 같은 한국 음식에 매우 익숙해졌다. 한국은 글로벌 파워를 지닌 국가이다. 나는 한국이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식량 시스템을 만드는 데 앞장서 주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세·줄·평··············★★★
· 지구와 우리의 생존을 위해 음식 철학이 필요하다
· 제철 음식이 왜 좋은지 알 수 있다
· 채식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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