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의 이코노믹스] 영세사업장 문제는 법 사각지대 탓 아닌 낮은 생산성 때문

2026. 10. 3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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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 적용해야 하나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일부 조항에 대해 면제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임금, 연차유급휴가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바로 이듬해인 1954년에 15명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면제하기 시작한 것이 모태다. 15명 기준은 1989년에 5명으로 내려왔고 면제의 항목도 축소되었다. 그런데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작년부터 다시 나오고 있다.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것이 그 원동력이다.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주장의 일차적인 근거는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조건이 열악하니 예외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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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세사업장의 근로조건 열악한 이유는 저생산성-저임금 악순환의 결과
저생산성의 원인은 임금근로자 재취업 힘들고 생계형 자영업 많기 때문
영세업체의 생명 연장이 아니라 산업구조 바꿔 경쟁력 있는 기업 키워야
현재의 일자리 기득권이 아니라 구직자·창업가 같은 미래 일자리 보호를
」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라지만
현실을 한번 살펴보자. 소규모 영세업체의 근로조건이 열악하다는 진단 자체는 맞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심지어 그보다 조금 큰 5~9인 사업장에 비교해서 근로조건이 더 나쁘다. 2024년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49%로 5~9인 사업장의 67%보다 낮다. 5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급여 지급 비율도 48%로 5~9인 사업장의 67%에 못 미친다. 시간외수당을 받는 비율은 25%로 5~9인 사업장의 40%보다 15%포인트나 낮고, 월평균 임금은 202만원으로 5~9인 사업장의 248만원보다 19% 적다. 근로계약서 작성이나 최저임금 준수처럼 규모와 무관하게 지켜야 할 의무의 위반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더 빈번하다.

〈그림 1〉 김경진 기자

그러나 여기서 곧바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조건이 열악한 이유를 근로기준법 예외 탓이라고 돌려서는 안 된다. 함께 나타난다는 사실이 원인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림 1〉이 보여주듯 고용보험, 퇴직급여, 시간외수당, 근로계약서 작성 비율은 대체로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낮아진다. 그런데 5인 미만만 유난히 나쁜 것이 아니다. 5~9인과 10~29인 사업장도 더 큰 사업장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5명 문턱서 근로조건 큰 변화 없어

〈그림 2〉 차준홍 기자

근로자 수를 한 명 단위로 쪼갠 임금 통계인 〈그림 2〉를 보면 이러한 사실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데이터를 보면 상용근로자가 1명인 사업체보다 2명인 사업체, 2명보다 3명인 사업체의 평균임금이 높아지는 추세가 보인다. 그러나 4명과 5명 사이에 유난히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만약 법의 예외가 열악한 처우의 주된 원인이라면 법이 적용되는 5명 문턱에서 임금과 근로조건이 확연히 달라져야 할 것이다.

사업주가 근로기준법을 피하려고 사업체를 쪼갠다는 지적도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사업체 쪼개기가 성행한다면 4명 사업체가 유난히 많고, 5명 이상으로 넘어가면서 사업체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분포에는 그런 절벽은 보이지 않는다. 악의적 목적을 가진 위장 분할이 있다면 엄정히 적발해야 한다. 또 실제로 그러한 사례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일부 탈법 사례를 근거로 소규모 사업체 대부분이 법 회피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그림 3〉 차준홍 기자

그렇다면 소규모 기업의 열악한 근로조건의 원인은 무엇일까. 문제의 핵심은 생산성에 있다. 〈그림 3〉은 상용직 근로자 수에 따른 매출액 5억원 이상의 사업체 비중을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규모가 작을수록 높은 매출을 보이는 업체의 비중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규모가 생산성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작은 기업일수록 생산성·수익성·임금이 낮은 경향성이 있다. 작은 기업은 시장지배력이 없다. 시장지배력이 없는 영세기업에서 임금과 복지의 재원은 결국 기업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다. 생산성이 낮으면 높은 임금을 지속해서 지급하기 어렵고, 숙련 형성·인력관리·기술 도입에도 투자할 여력이 없다. 낮은 보수는 다시 숙련인력의 유입을 막는다.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근로조건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악덕 기업주의 착취보다는 저생산성-저임금 악순환의 결과이다.

소상공인 5년 생존율 28%
우리나라 영세사업장의 문제는 근로기준법의 빈틈보다 낮은 생산성, 그리고 낮은 생산성의 원인은 우리나라 고유의 노동시장 특성과 자영업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자영업 분석에 따르면 소상공인 사업체의 5년 생존율은 평균 28%에 그쳤고, 소규모 사업체가 밀집된 도소매업은 25%, 숙박·음식점업은 19%로 더 낮게 나타난다. 퇴직하거나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새로운 직장에서 임금근로자로 다시 돌아갈 통로가 좁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은 생계형 업종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한정된 매출을 너무 많은 가게가 나누는 구조에서 사업주의 소득도, 근로자의 임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개인서비스업 같은 서비스업을 성장과 혁신의 산업이라기보다 고용과 생계를 보호할 산업으로 여기게 되었다. 혁신과 성장은 없고 영세성이 재생산되며, 그 영세성이 보호와 지원의 명분이 되는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그러므로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되 영세사업장에는 사회보험료와 인건비를 보조하자는 절충안은 정말 나쁘다. 법 적용으로 생긴 비용을 세금으로 대신 내주겠다는 말이다. 일시적 충격에 대한 한시 지원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상시적인 정책으로 만들면 낮은 생산성 때문에 시장에서 정리되거나 전환돼야 할 기업의 생존을 보조하는 셈이다. 성장하는 기업과 근로자의 부담으로 한계기업을 붙잡는 셈이다. 지원기준이 ‘작을수록 더 많이’라면 기업이 성장할 유인도 약해진다.

실업·소득 안전망, 전직 훈련 등이 중요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저생산성 영세업체의 생명을 연장하는 정책이 아니라 산업구조를 바꾸는 정책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커지고,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질서 있게 퇴출·전환하며, 그곳의 사업주와 근로자는 다음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어야 한다. 실업·소득 안전망, 전직훈련, 재취업 알선, 폐업 뒤 재도전을 위한 금융과 교육이 기업 생존 보조보다 중요하다. 보호해야 할 것은 모든 기존 사업체가 아니라 사람의 소득과 이동 가능성이다.

구조 재편이 사람을 방치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 비용을 개인에게만 떠넘기지 않기 위해 안전망을 두텁게 해야 한다. 폐업 전 컨설팅과 채무조정, 폐업 뒤의 실업·소득 지원, 직업훈련과 재취업 연결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기업의 존속을 보장하는 대신 사람의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 생산적인 사회보험의 역할이다.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말이 지금 일하고 있는 일자리를 그대로 보장한다는 뜻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근로자 보호가 아니라 기존 일자리의 기득권 보호에 가깝다. 보호해야 할 사람은 현재의 근로자만이 아니다.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 졸업 뒤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 출산과 돌봄 뒤 경력 복귀를 원하는 여성,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실현하려는 창업가도 보호받아야 한다. 기존의 저생산성 일자리를 붙드는 정책이 이들의 기회를 줄인다면, 그것은 보호의 이름으로 더 넓은 다수의 기회를 빼앗는 일이다. 사람을 지키는 정책은 일자리의 형태를 고정하는 정책이 아니라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고 새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5인 미만 사업장=벤처기업’ 이미지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의 대표적 이미지는 열악한 근로조건의 영세업체이다. 앞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하면 새롭게 탄생한 기업과 모험적 투자를 시도하는 벤처기업이 떠오르는 이미지로 변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적은 인원으로 시작하는 기업이 더 많아질 것이다. 작은 팀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작은 팀이 기술·인재·자금·공정한 경쟁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가다. 모든 시작은 처음에는 초라하지만 최후에는 창대함을 목표로 한다. 지금의 세계적 기업도 시작은 모두 작은 조직이었다. 그들의 성장을 만든 것은 정부의 보호와 지원이 아니라 인적자본과 기술, 그리고 성장과 실패 뒤 재도전을 가능하게 한 제도였다. 도전적 창업과 기업의 성장의 길을 터주고 근로자가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근로자의 복지를 지속 가능하게 높이는 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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