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산업별 ‘선거 베팅’ 엇갈렸다…AI는 공화 vs 빅테크는 민주 ‘올인’

강태화 2026. 10. 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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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산업별로 정치 후원금 쏠림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로비 활동이 합법인 미국에서 후원금은 기업에 일종의 투자이자 보험의 성격을 띤다. 후원금이 산업분야에 유리한 정책이나 입법을 위한 매개체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에서 진행한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돈(동전)을 연상하게 하는 손동작을 하며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이번 선거에선 미래 성장의 동력으로 불리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이 후원금 규모를 경쟁적으로 키웠다. 대상은 공화당에 집중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업계에서 먼저 제기됐던 ‘AI 속도조절론’을 무시하고 오히려 AI 개발에 불을 붙인 게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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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규제’에…AI 99% 공화당 베팅


중앙일보가 28일 글로벌 자문사 ‘D&A 어드바이저리(Advisory)’와 함께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미국의 연방선거위원회(FEC)에 등록된 후원금 모금 단체 63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스페이스X , 팔란티어, 앤트로픽, 오픈AI,안두릴 등 미국의 10대 AI 기업이 낸 후원금은 3억3893만 달러(4548억원)에 달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중 3억3685만 달러가 공화당에 유입됐다. 비율로는 99.4%다.

AI 업계의 극단적인 ‘공화당 베팅’의 배경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있다. 스페이스X는 AI 업계 후원금의 대부분인 3억3576만 달러를 홀로 부담했다. 전액이 공화당 후원금이다.

머스크의 독주가 아니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스페이스X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후원금은 233만 달러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111만 달러(46%)와 57만 달러(24%)씩 차지했다.

이러한 쏠림현상은 트럼프가 내세운 AI 무한경쟁 정책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AI(인공지능)에 대한 속도조절론이 대두된 가운데 업계 경영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간담회 이후 트럼프는 경고를 무시하고 '기업 자체 규제'에 따른 무한 경쟁 정책을 힘을 실었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인물들은 (왼쪽부터) 알티미터(Altimeter) CEO 브래드 거스트너, 메타(Meta) CEO 마크 저커버그, 엔비디아(Nvidia) CEO 젠슨 황, 스페이스X(SpaceX) CEO 엘론 머스크, 구글(Google) CEO 순다르 피차이, 국가정보국장(DNI) 제이 클레이턴. AFP=연합뉴스


실제 AI 기업 중 속도조절론을 주도하며 트럼프 행정부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앤트로픽마저 78만 달러의 후원금 중 49만 달러를 공화당에 집중하며 트럼프와 코드를 맞췄다. 반대로 트럼프 행정부 때 주목받은 AI 방산업체 안두릴은 미세하게 민주당에 더 많은 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두 경우 모두 의회 권력 변화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투자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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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우려?…빅테크는 민주당 쏠림


신생 AI업계에 산업의 주도권을 뺏길 우려가 커진 기존의 대형기술기업(빅테크)들은 민주당에 베팅했다. 엔비디아·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애플·테슬라 등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초대형 기술주 기업 ‘매그니피센트7(MAG7)’의 정치 후원금 116만 달러 중 69만 달러(59.4%)가 민주당으로 향했다. 공화당에 대한 후원금은 45만5000달러(37.2%)였다.
정근영 디자이너

이중 애플과 테슬라는 트럼프가 추진한 대중 관세와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의 정책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머스크가 소유한 테슬라가 스페이스X와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인 점도 눈에 띈다. 전기차를 주도해온 테슬라는 민주당의 내연기관 축소 정책의 수혜 기업이다.

다만 빅테크 기업들도 각사의 사정에 따른 다른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기업이 엔비디아다. 엔비디아의 후원금 37만5000달러 중 35만5000달러가 공화당에 지원됐다. 엔비디아는 AI 산업을 주춧돌인 첨단 칩을 만드는 회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워싱턴 미국평화연구소에서 열린 '새로운 황금기' 정상회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게 국가과학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진행한 AI 및 빅테크 기업 간담회 때 트럼프 옆에 앉았다. 엔비디아의 경우 첨단 칩의 중국 판매 등 공화당 행정부와 풀어야 할 사업 과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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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기업, 이해 관계 따라 여야 ‘줄서기’


S&P500의 상위 100개 기업 가운데 AI와 빅테크 등으로 분류된 9개를 뺀 91개 미국의 대기업들은 대체로 공화당에 무게를 실었다. 91개 기업의 후원금 4856만 달러의 86.7%가 공화당으로 쏠렸다. 상당수의 대기업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관세와 전쟁, 물가상승 등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부를 쌓으며 주가가 크게 올랐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에 위치한 마라톤 페트롤리엄(Marathon Petroleum Corp.) 로스앤젤레스 정유소 인근에 위치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공화당 후원금 상위엔 블랙스톤·골드만삭스·체이스 등 투자 기업을 비롯해 쉐브론·코노코필립스 등 원유회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쪽에 베팅한 기업에는 넷플릭스, 우버 등 플랫폼 기업과 어도비, 브로드컴 등 소프트웨어사, 인텔, IBM 등 기술기업이 포함됐다.

에너지 기업들은 트럼프의 화석 에너지 우선 정책의 최대 수혜를 입었다. 이란전쟁으로 인한 유가 인상 와중에도 오히려 막대한 수익을 냈다. 반면 우버는 초강경 이민 정책으로 인해 운전 인력 수급에, 주요 기술 기업들 역시 이민 정책 때문에 외국인 고급 인력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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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는 한국 기업…기계적 균형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한 한국 기업의 경우 미국의 거대 기업에 비해 정치 후원금 규모와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정근영 디자이너

미국에 자회사 형식의 법인을 둔 27개 한국계 기업이 지난 1년 반여 지출한 정치후원금은 141만 달러다. 51만 달러는 민주당에, 41만 달러는 공화당에 후원했다. 나머지 50만 달러는 특정 정당이 아닌 일반 정치 후원금으로 사용됐다. 정치색을 거의 뺀 기계적 균형을 맞춘 모습이다.

한국 기업 가운데 정치자금 후원을 위한 정치활동위원회(PAC)를 만든 기업도 삼성, CJ, 한화 등 3곳에 불과하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 관계자는 “미국 사업을 위해 합법적 정치자금 후원이 필요하다”면서도 “서울 본사가 정치 후원금에 대한 한국 내 여론까지 부담을 느끼며 이견을 제시하면서 PAC 설립은 물론 후원 자체에도 눈치를 보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지난 7월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백악관에서 열린 개장 종 타종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화면에 비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지 로펌 넬슨멀린스의 제조업 투자팀장 신우진 변호사도 “현재 한국 기업들의 후원은 현지 사업 규모와 영향력 등의 기준에서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향후 대미 투자 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인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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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소수가 글로벌 산업의 미래 결정


로이터에 따르면 6월 말까지 미국 기업이 정치에 지출한 금액은 6억4600만 달러에 달했다. 2024년 대선의 4억6100만 달러를 이미 40% 이상 넘어섰다. 트럼프 2기 들어 기업들이 정치 후원금을 통해 정책 결정에 개입할 여지가 확대됐다는 의미다. 실제 확대된 정치 후원금이 나온 곳은 AI, 가상자산, 온라인 베팅 등 정책에 민감한 업종에 집중됐다.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AI)을 주제로 기술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장성관 D&A 어드바이저리 미국전략실장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정치와 정책이 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확대되면서 특정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FEC를 통해 공시되는 후원금뿐 아니라 대통령 취임식 및 백악관 보수공사 후원, ‘트럼프 계좌’에 대한 자사주 기부 등까지 포함하면 기업의 정치 후원 규모는 공개된 것보다 더 크다”고 분석했다.

장 실장은 이어 “특히 공화당의 경우 전통적 소액 후원자가 대폭 줄어든 반면 일론 머스크 등 소수 대규모 후원자들의 비중이 확대된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의 안보를 비롯해 경제와 산업 전반의 정책에 절대적 영향력을 끼치는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소수 ‘큰손’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스패로우즈 포인트에 위치한 안두릴 인더스트리스에서 연설하는 뒤로 프리덤급 연안전투함인 USS 빌링스(LCS 15)가 배치돼 있다. AFP=연합뉴스


머스크는 개인을 기준으로 재분류할 경우 공화당이 모금한 후원금 16억7000만 달러 중 27%에 해당하는 4억4600만 달러를 혼자 기부했다. 개인은 3500달러까지 후원금을 낼 수 있지만, 정당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광고 집행 등에 쓴다는 등의 애매한 조건을 충족한 ‘수퍼팩(Super PAC)’을 구성할 경우 한도는 무제한이 된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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