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딸의 꿈 멈춘 곳" "매출 줄어 한숨"…이태원 참사 4년, 해법은 '공존'

이지예 2026. 10. 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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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은 암 연구에 힘쓰며 신약과 치료제 개발에 온 힘을 쏟았어요. 꿈을 다 펼치지 못하고 떠나 너무나 비통합니다."

문씨는 "코로나 때부터 장사가 어려워졌는데 참사 이후에도 회복되지 못했다"며 "오늘처럼 주말에 추모행사가 열려 통행이 통제되면 장사에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토요일 오후 시간대에 4시간여 진행된 추모기도회는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쪽 4차선 도로 절반을 통제한 채 진행됐다.

29일 아시아경제가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이태원 관광특구의 개업 점포는 82개로 참사 이전인 2022년 상반기(131개)보다 37.4%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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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은 진상규명 요구, 상인은 생계에 한숨
이태원 폐업 점포 36.5%↑…거래 건수 15%↓
"참사 기억하되, 함께 안전하고 쾌적한 거리로"

"제 딸은 암 연구에 힘쓰며 신약과 치료제 개발에 온 힘을 쏟았어요. 꿈을 다 펼치지 못하고 떠나 너무나 비통합니다."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 추모기도회. 이란에서 온 자흐라 레자에이씨는 이태원 참사로 29세에 세상을 떠난 딸 아파크 라스트 마네시씨를 떠올리며 눈물을 터뜨렸다. 이날 레자에이씨는 가족과 함께 4년 전 딸의 숨결이 꺼져간 이태원 골목길을 다시 걸었다. 이들은 참사가 발생한 골목 맨 위쪽 아스팔트 바닥에 자리를 펴고 몇 번이고 몸을 숙여 절을 올렸다.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주관 4주기 추모기도회에서 이란 국적의 유가족들이 참사 현장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지은 기자

참사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의 시간은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다. 추모기도회에서 만난 강민하씨는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답답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강씨는 참사 당시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故) 이상은씨의 이모다. 강씨는 아직도 그날 무엇이 잘못됐는지 밝히기 위해 직접 자료를 찾아 나서고 있다. 강씨는 "특별조사위원회에 자료가 있어도 열람이 쉽지 않고, 관제센터 CCTV와 소방 지휘권 이양 문제 등 밝혀야 할 의혹이 많다"고 토로했다.

추모의 물결 뒤편에서는 이태원 골목을 수십 년간 지켜온 상인들의 한숨도 흘러나왔다. 30년 넘게 의류점을 운영한 60대 문모씨 부부는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면서도 예전과 같은 활력을 찾지 못하는 상권을 걱정했다. 문씨는 "코로나 때부터 장사가 어려워졌는데 참사 이후에도 회복되지 못했다"며 "오늘처럼 주말에 추모행사가 열려 통행이 통제되면 장사에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토요일 오후 시간대에 4시간여 진행된 추모기도회는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쪽 4차선 도로 절반을 통제한 채 진행됐다. 40여년 간 소품점을 운영해 온 60대 김모씨도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참사 이전 매출액의 70% 수준"이라고 했다.

개업 37% 줄고, 폐업 36% 늘어

29일 아시아경제가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이태원 관광특구의 개업 점포는 82개로 참사 이전인 2022년 상반기(131개)보다 37.4% 감소했다. 반면 폐업 점포는 같은 기간 63개에서 86개로 36.5% 증가했다. 전체 점포 수는 올해 2분기 1764개로 2022년 2분기(1709개)보다 3.2% 많았지만, 2024년 2분기 1813개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1773개, 올해 1764개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추정 매출액은 약 1735억원으로, 참사 직전인 2022년 같은 기간 1931억원의 89.9%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 건수는 약 689만건에서 588만건으로 14.7% 감소했다. 특히 매출 건수는 2024년 상반기 약 651만건에서 지난해 605만건, 올해 588만건으로 2년 연속 꾸준히 줄었다. 매출액뿐 아니라 실제 거래 규모에서도 회복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추모와 상권 회복, 해법은 '공존'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임시 추모시설물이 설치돼 있다. 오지은 기자

상권 회복이 더딘 데는 참사 이후 남은 심리적 부담과 체감경기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파가 몰리는 곳에 대한 경계심도 있고, 많은 사람이 희생된 장소에서 여가를 즐기는 데 대한 심리적 부담도 있을 것"이라며 "전반적인 체감경기 부진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상권 침체 현상을 참사나 추모행사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인들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유가족들의 추모를 포용해야 한다"며 "성숙한 시민의 자세를 보일 때 지역 상권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매출도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도 "참사가 있었던 사실을 역사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되, 청결도와 안전성을 높여 관광객과 방문객에게 친화적인 지역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핼러윈 기간 16만명 방문 예상, 인파 관리 '총력'

참사 4주기를 앞두고 다시 핼러윈 인파를 맞이하는 이태원에서는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24일 새벽 찾은 이태원 클럽 거리에는 우측통행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고, 용산구 안전관리 요원들이 보행 동선을 관리하고 있었다. 클럽 대기 줄이 길어지자 안전 요원들은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쪽으로 유도했다.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핼러윈 특별대책기간은 다음 달 1일까지 이어진다. 용산구는 노상 적치물과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고 시설물 정비에 나섰다. 이태원 일대에 약 16만5000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경찰·소방 등 관계기관과 함께 현장 안전관리 인력 2550여명을 투입한다. 서울시도 주요 인파 밀집지역에 관계기관 합동상황실을 운영하고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서울경찰청은 5개 중점관리지역에 기동대와 광역예방순찰대, 경찰특공대 등 총 4594명의 경찰력을 투입한다.

지난 24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인파 이동을 안내하기 위한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고, 용산구 관계자가 현장에서 보행 동선을 안내하고 있다. 이지예 기자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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