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입 닫고, 협회는 팔짱만…‘96라인’ 문제 떠안은 모레노[쿠키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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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을 둘러싼 이른바 '96라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선수들은 침묵하고 있고,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단 내부에서 풀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황인범도 대표팀 안에 여러 문제가 있다며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선수단 분위기를 둘러싼 여러 해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감독과 선수단이 내부에서 문제를 푸는 것과 축구협회가 한발 물러나는 것은 별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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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간략히 보고받아…라커룸 일은 내부에서 해결”
29일 11월 명단 발표 앞둔 모레노…전술에 선수단 봉합까지 짊어져

논란은 10월 A매치 기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베네수엘라전이 끝난 뒤 김민재는 공격진의 수비 가담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황인범도 대표팀 안에 여러 문제가 있다며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선수단 분위기를 둘러싼 여러 해석이 뒤따랐다. 이후 우즈베키스탄전을 마친 뒤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 등 1996년생 선수 3명의 국가대표 은퇴설까지 불거졌다.
황인범은 당시 현장 취재진에게 대표팀 은퇴 의사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김민재와 황희찬을 포함한 세 선수는 이번 논란의 구체적인 경위나 자신들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주장 손흥민 역시 관련 사안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논란은 결국 국회 국정감사까지 번졌다. 일부 선수들이 손흥민을 이름 대신 ‘7번’이나 ‘그분’으로 부른다는 주장, 특정 선수들이 주장 리더십에 불만을 품었다는 이야기 등이 국감 도마에 올랐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96라인’ 은퇴설과 손흥민을 둘러싼 호칭 논란 등을 거론하며 협회의 선수단 관리 방식을 질의했다.
이용수 축구협회 회장 직무대행은 당시 상황을 “간략하게 보고받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라커룸에서 일어난 일은 라커룸에서 해결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표팀 내부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단순한 온라인 루머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은 확인된 셈이다. 협회 수뇌부까지 관련 보고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이후 조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직무대행은 모레노 감독이 선수단 관계를 조율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한다는 뜻도 밝혔다. 대표팀이 모레노 감독을 중심으로 11월 A매치와 아시안컵을 준비하면서 내부 문제도 개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선수단 갈등을 풀어야 할 부담은 모레노 감독에게 넘어간 모양새다. 모레노 감독은 애초 9월부터 11월까지 A매치 6경기를 지휘하고 평가받기로 한 임시 사령탑이다. 짧은 기간 한국 선수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자신의 전술을 입혀야 하는 상황에서 부임 전부터 쌓인 것으로 보이는 선수단 문제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
하지만 감독과 선수단이 내부에서 문제를 푸는 것과 축구협회가 한발 물러나는 것은 별개 문제다.
대표팀 선수 선발과 운영은 감독 권한이지만, 대표팀 전체를 관리하고 지원하는 주체는 축구협회다. 협회 역시 지난 13일 입장문에서 선수단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하는 일이 자신들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밝혔다.
선수단 안에서 나온 모든 이야기를 외부에 공개할 필요는 없다. 라커룸에서 오간 대화까지 일일이 밝히는 방식이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논란이 국정감사에서 거론될 정도로 커진 상황에서 모든 문제를 ‘내부의 일’이라는 말로 넘기는 것이 충분한 대응인지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최소한 협회가 사실관계를 어디까지 확인했고 선수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정도는 설명할 필요가 있다.
갈등을의 중심이 된 선수들의 침묵 역시 논란을 길게 만드는 요소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확산된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모든 내부 사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표팀 은퇴설과 주장 리더십 논란까지 번진 뒤에도 별다른 설명이 나오지 않으면서 사실과 추측의 경계는 더욱 흐려졌다.
당장 모레노 감독은 다시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모레노 감독은 오는 29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11월 중동 원정 2연전에 나설 명단을 발표한다. 대표팀은 다음 달 13일 사우디아라비아, 17일 카타르와 카타르 도하에서 평가전을 치른다.
모레노 감독은 명단 발표 뒤 유럽으로 이동해 해외파 선수들의 경기력을 확인할 예정이다.
갈등설 중심에 선 세 선수를 다시 부른다면 모레노 감독은 경기력뿐 아니라 선수단 관계까지 정리해야 한다. 일부 선수에게 변화를 준다면 그 결정 역시 대표팀 내부 문제와 연결돼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임시 감독 혼자 감당하기에는 가볍지 않은 문제다. 4연전에서 모레노 감독에게 요구된 것은 전술과 성적이었다. 이제는 선수단 봉합까지 떠안았다.
선수들은 입을 닫고 있고 협회는 내부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논란이 길어질수록 그 사이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지는 사람은 이제 막 한국 축구를 알아가기 시작한 임시 감독이 되고 있다.
현동민 기자 dong77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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