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 폐지가 답일까 [취재진담]

김영건 2026. 10. 2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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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남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남긴 말이다.

그는 "선수들에겐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로 뽑히는 게 영광이자 목표"라면서도 "아시안게임 등 병역특례 제도가 선수에게 중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부 프로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목적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병역특례 폐지를 주장했다.

선수 생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입영 시기를 30대 중반까지 늦춘 뒤 현역병이나 별도로 설계된 복무 방식으로 병역 의무를 마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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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군대 안 갑니다.”(이기혁)
“군 면제라는 보상 하나만 보고 경기했던 것 같아요.”(양민혁)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남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남긴 말이다. 한국은 지난 3일 일본과의 결승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아시안게임 4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우승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기혁은 금메달을 들어 올리며 병역 혜택을 자랑했다. 양민혁은 메달이나 트로피보다 군 면제라는 보상을 바라보고 뛰었다고 말했다. 박승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른바 ‘전역모’를 착용한 사진을 올렸다. 선수들은 이후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철없는 언사였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영광과 태극마크의 무게를 생각했다면 나오기 어려운 말들이다.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수많은 청년들에게도 경솔한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선수 개인의 기쁨을 표현할 자유는 있지만, 국가대표라는 위치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이기혁을 지도하고 있는 정경호 강원FC 감독도 이 발언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저 역시 대표팀에서 뛸 때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뭉클했다. 국가를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며 “지금 선수들은 그런 점을 조금씩 잊어가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책임감과 자긍심,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바로잡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짚었다.

정 감독의 지적처럼 선수들은 이번 논란을 돌아보며 성찰해야 한다. 다만 이 같은 발언이 나온 배경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귀국 후 불과 9일 만에 입대해야 했던 이기혁에게 병역 문제는 당장 마주한 현실이었다. 짧은 선수 생활 기간을 놓고 보면 군 복무에 따른 경력 단절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최근 만난 한 선수도 비슷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선수들에겐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로 뽑히는 게 영광이자 목표”라면서도 “아시안게임 등 병역특례 제도가 선수에게 중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로서의 자긍심과 병역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공존한다는 이야기다.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부 프로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목적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병역특례 폐지를 주장했다.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할 만한 이유가 있다.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1973년 도입됐다. 국제대회 성적을 통한 국위선양에 대해 보상한다는 취지였지만, 50년 넘게 흐르면서 시대적 환경은 달라졌다. 병역 자원 감소와 형평성 문제까지 고려하면 기존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의해야 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가 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된다. 이들은 현역병 복무 대신 34개월간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며 544시간의 특기활용 봉사활동 등을 이행한다. 흔히 ‘군 면제’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른 형태로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부 선수의 경솔한 발언을 제도 폐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성급하다. 선수들의 태도와 병역특례 제도의 존폐는 구분해서 접근해야 할 문제다. 특히 종목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폐지는 또 다른 형평성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유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병역 혜택을 목표로 운동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많다며 이들의 목소리를 제도 개편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프로선수들의 언행으로 전체 선수들의 혜택이 사라지는 상황을 경계한 것이다.

예술·체육인들은 대체로 젊은 시기에 기량의 정점을 맞는다. 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0대의 훈련과 실전 경험이 선수 생활 전체를 좌우하기도 한다. 이 시기에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운동을 중단한다면 이전의 경기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일반 청년들 역시 군 복무로 학업과 사회생활, 경력이 단절되는 어려움을 겪는다. 운동선수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병역의 형평성은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원칙이다. 그렇기에 더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병역 혜택을 주거나 빼앗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선수들이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게 하면서 병역 의무를 이행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최근에는 선수들이 전성기를 보낸 뒤 30대 중반에 입영하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선수 생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입영 시기를 30대 중반까지 늦춘 뒤 현역병이나 별도로 설계된 복무 방식으로 병역 의무를 마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 병역법 개정이 필요하고 30대 중반 입영자를 군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운동선수와 예술인에 한해 입영 연기를 허용할 근거와 그 범위 역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논의할 가치는 충분하다.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선수에게 전성기를 보낼 기회를 제공하면서 병역 의무 자체는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무 등 군 복무와 선수 활동을 병행하는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함께 살펴볼 만하다.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가대표가 갖춰야 할 책임감과 자긍심은 다시 일깨워야 한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선수들의 철없는 발언을 질책하는 데서 끝나거나, 성급한 폐지론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 선수들의 짧은 전성기를 보호하면서 병역 의무를 공정하게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할 때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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