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너 청소부지?’ 유엔 특보에도 악플…“빅테크가 혐오 방치”

최혜리 2026. 10. 2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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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위니 K.P. 유엔 인종주의 특별보고관 인터뷰
아시아인, 여성, 달리트 출신. UN 인종주의 특별보고관인 아슈위니가 지닌 사회적 정체성들이다. 20일 만난 그는 여러 정체성이 교차하며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만들어낸다는 '교차성 이론'을 체감하며, 조사 과정에서도 이 관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국내 체류 외국인 300만명 시대가 목전에 다가왔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93만명대. 이 중 절반 이상인 약 167만명이 이주노동자·유학생 등 장기 거주를 계획한 등록외국인이다. 한국은 외국인과의 ‘동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까.

2024년 기준 한국에서 차별 경험을 토로한 체류 외국인은 약 17%에 달했다(통계청·법무부 조사).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해 한국에 전한 최종견해 보고서에서 “(한국의)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특히 이주민·난민·중국계 사람 등에 대한 인종차별적 증오발언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갈 길이 멀다는 진단이다.

지난 2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최한 ‘2026 국제인권콘퍼런스’를 계기로 내한해 중앙일보와 만난 유엔 인종주의 특별보고관 아슈위니(Ashwini K.P.·40)는 “기술과 결합한 온라인 환경에서 인종차별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아슈위니는 인도의 정치학자이자 활동가 출신으로, 2022년부터 최초의 아시아인 인종주의 특보로 근무하고 있다. 현대적 형태의 인종차별 양상을 중점적으로 조사 중이다. 아슈위니 특보가 한국 매체와 인터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Q : 현대 인종차별의 주요 특징이 있다면.
A :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인종차별은 소셜미디어(SNS) 플랫폼과 인공지능(AI) 기술을 매개로도 발생한다. 나조차도 경험한 바 있다. 나는 법적으로 폐지된 인도 카스트 제도의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인데, 페이스북에 카스트제도의 문제점에 관한 영상을 올렸더니 인종차별적 댓글이 줄이어 달려 충격을 받았다. 유엔 특보로 일하고 있단 걸 아는 어떤 사람은 ‘유엔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거 아니냐’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Q : 온라인 속 차별이 오프라인에도 영향을 미칠까.
지난 20년간의 인종차별 양상을 살펴보면, 온라인에서 확산된 인종차별·외국인혐오 정서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폭력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다. 2017년 미얀마의 ‘로힝야 학살’이 대표적이다. 페이스북 등에서 의도적으로 퍼진 로힝야족들을 향한 혐오가 군부의 공격으로 이어져 수천명이 사망하고 수십만명이 피란을 갔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게시글이 SNS에서 강제로 삭제되는 사례가 파악됐다.

미얀마에서 발생한 폭력을 피해 방글라데시 인근 '무인지대'에 모여있는 로힝야족 난민의 모습. 사진은 2018년 촬영됐다. EPA=연합뉴스


국제앰네스티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을 보유한 IT기업 메타가 설정한 알고리즘이 로힝야족 관련 콘텐트를 증폭시켰다는 조사 결과를 2022년 발표했다. 또 팔레스타인 디지털권리단체는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히브리어로 된 혐오·선동 게시물이 X(옛 트위터) 등에서 한 달간 100만건 이상 올라왔다고 집계했다.

Q : SNS를 보유한 기업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현실이다.
현재로썬 특정 게시글에 관심이 늘어나면 SNS 기업이 챙기는 이익도 증가하는 구조다. 기업이 허위 정보나 혐오 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을 통제하려 하지 않는 이유다. 이때 학살과 같은 ‘인종청소’나 범죄 등의 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는데, 대부분의 국가엔 기업에 책임을 묻는 법적 장치가 없다.

아슈위니는 "누구나 휴대폰을 살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익명 계정을 만들 수 있다. 누구나 무상으로 혐오를 쉽게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종호 기자

Q : 인종차별 정서를 퍼트리는 인물들을 처벌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가장 좋은 건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지만, 정치인이나 인플루언서 등 SNS상의 인종차별 논리를 퍼트린 이들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들의 발언은 수천, 수만명의 팔로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신빙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SNS에 남는 정보는 AI가 학습할 데이터가 된다. 학습데이터를 검토하고, 알고리즘을 검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AI를 통해 차별이 재생산 된다는 게 아슈위니 특보의 입장이다.

현존하는 인공지능(AI) 어플들을 모아놓은 화면. AFP=연합뉴스


그는 이에 대해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설계와 사용에 영향을 미치는 이들의 가치와 이해관계를 반영하며, 사회에서와 같은 불평등 구조에 의해 형성된다. AI 기술이 교육·치안·복지 등 정책 분야에도 접목되고 있는데, 기술의 도입 전 기술이 인종차별을 재생산하지는 않을지 (국가 차원에서) 검토하고 예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의 양상은 교묘해지고,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Q : 한국에는 온·오프라인 인종차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는 물론, 인종차별을 정의한 독립 법률조차 없는 실정이다.
A : 개별 국가는 각국의 맥락에 따라 신속히 빅테크 기업들에 대응해야 한다. 또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 입법을 통해 이주민들이 겪는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선제적으로 막고, 적극적 포용조치를 취해 국제법과 부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아슈위니 특보는 “인종과 함께 성별·성적지향·장애 등 다른 정체성으로 인해 교차적 차별을 겪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개별화된 데이터를 수집해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혜리 기자 choi.hy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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