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엔 ‘에루샤’, 쇼핑몰엔 ‘올다무’…유통가 적과의 동침

임선영 2026. 10. 2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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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지난 24일 서울 동대문구 복합쇼핑몰 ‘롯데몰 벨리타운 청량리’. 3층에 있는 다이소는 1652.9㎡(500평) 규모로 쇼핑몰에 입점한 50여 개 매장 중 가장 넓은 공간인데도 매대 사이 사이 사람들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올리브영과 무신사 쇼핑백을 맨 이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실제 이 쇼핑몰 2층엔 ‘무신사 백&캡 클럽’이, 1층엔 CJ올리브영이 들어서 있다. 오는 12월엔 지하 1층에 무신사 스탠다드가 1984㎡(600평) 규모로 들어선다. 쇼핑몰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이른바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가 층별로 포진한 셈이다.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다이소와 올리브영, 무신사가 한 건물에 있어 이 쇼핑몰에 자주 오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4일 서울 동대문구 롯데몰 벨리타운 청량리 3층에 있는 다이소 매장 안팎이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임선영 기자

막강한 집객력을 가진 올다무가 쇼핑몰·백화점·아웃렛·대형마트 등 대형 쇼핑시설의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업계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세 브랜드를 핵심 매장으로 잇따라 유치하고 있다. 합리적 가격에 만족할만한 품질을 선호하는 가성비 소비가 확산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단 분석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스탠다드의 전체 매장 2951개 가운데 467개(약 16%)가 대형 쇼핑시설에 입점해 있다. 특히 무신사스탠다드는 전체 매장 44개 중 36개(82%)가 쇼핑몰·백화점·아웃렛 등에 들어서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명품관의 경쟁력이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에 달렸다면, 쇼핑시설 흥행은 올다무가 좌우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과거 대형 쇼핑시설과 올다무는 경쟁하는 관계였다. 기존 유통업체들도 “올다무가 기존 매장의 고객을 다 빼앗아 간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의 명품 소비가 위축되고,가성비를 앞세운 올다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K뷰티·K패션 열풍을 타고 올다무가 방한 외국인의 필수 쇼핑 코스로 자리잡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유통업체들은 이제 세 브랜드의 집객력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올다무를 찾은 고객이 쇼핑몰 내 다른 매장이나 식당을 이용하면서 추가 소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서울 동대문구 롯데몰 벨리타운 청량리 1층에 있는 올리브영 매장. 임선영 기자

올다무의 집객 효과는 매출과 고객 수에서도 확인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23~25일 롯데몰 벨리타운 청량리의 올다무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한 고객은 총 2만 명으로 집계됐다. 실제 방문객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쇼핑몰에선 올다무 매장에서 물건을 산 뒤 1층 카페나 베이커리, 3층 의류 매장 등으로 발길을 옮기는 쇼핑객들을 볼 수 있었다.

올다무 입점이 쇼핑시설 전체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타필드 마켓 일산점은 지난해 6월부터 올다무가 잇따라 신규 입점하거나 매장 규모를 넓힌 뒤 1년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0.7%, 고객 수는 134.9% 증가했다. 스타필드 마켓 월계점도 지난 8월 올리브영 매장을 기존보다 세 배 큰 330㎡(100평) 규모로 확장한 뒤 이달 26일까지 두 달간 매출과 고객 수가 전년 동기보다 각각 27.1%, 26.6% 늘었다.

지난 24일 서울 동대문구 롯데몰 벨리타운 청량리 2층의 '무신사 백&캡 클럽'. 임선영 기자

‘올다무 효과’가 확인되자 유통업계는 세 브랜드를 모두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엔 지난해 말부터 올해 5월까지 세 브랜드가 차례로 입점했고, 신세계사이먼이 운영하는 시흥 프리미엄 아웃렛도 올다무를 모두 유치했다. 쇼핑시설 입장에선 대부분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올다무가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올다무도 쇼핑시설 입점은 이점이 있다. 주차장과 화장실 등 시설 내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유동 인구가 많고 교통이 편리한 곳에 넓은 매장을 낼 수 있다. 다이소 관계자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윈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고물가 속 합리적 소비가 확산하면서 가격 경쟁력과 품질, 브랜드 인지도를 두루 갖춘 브랜드들을 유치하려는 쇼핑시설 간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올다무는 출점 확대에만 치중하기보다 개별 점포의 운영과 품질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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