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37% 폭락했는데 사야 하나”…4000달러 반등에 ‘김치프리미엄’ 변수

박세환 2026. 10. 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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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값이 최근 4000달러를 회복했지만 국내 금시장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치프리미엄은 국내 금 거래가격이 국제 금값을 원화로 환산한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결국 향후 국내 금값의 추세는 국제 금값의 4000달러 안착 여부와 미국 금리 결정, 원·달러 환율, 김치프리미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제 금값이 4000달러를 회복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원·달러 환율과 김치프리미엄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며 "최근 금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저가 매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정책과 환율 변동성이 여전한 만큼 단기 반등을 추격하기보다 분할 매수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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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에서 직원이 금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국제 금값이 최근 4000달러를 회복했지만 국내 금시장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금값이 올해 1월 고점 대비 37% 가까이 떨어진 상황에서 은행권에서는 골드바 매수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또 원·달러 환율이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국제 금값과 국내 금값의 엇갈린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지난 26일 순도 99.99% 금 가격은 1g당 17만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850원(0.50%) 하락한 수치다. 지난 23일에도 1.74% 떨어진 데 이어 약세를 이어갔다.

올해 1월 29일 기록한 최고가 26만9810원과 비교하면 하락률은 약 36.8%에 달한다. 9월 말 18만2940원이었던 가격은 이번달 13일 18만1100원, 22일 17만4290원으로 내려왔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6% 넘게 떨어진 셈이다.

국내 금 거래도 위축됐다. 26일 KRX 금시장의 금 99.99 거래량은 13만1793g으로 23일의 15만9862g보다 약 17.6% 감소했다. 거래대금 역시 약 273억원에서 224억원으로 줄었다.

2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의 금 제품이 전시돼 있다. 뉴시스

반면 국제 금값은 반등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금 현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4020.6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0.6% 상승했다. 지난 23일 3975달러까지 밀렸다가 4000달러 선을 되찾았다.

이번 반등에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와 저가 매수세 유입이 영향을 미쳤다. 최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으로 급등했던 유가가 일부 진정되면서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도 다소 완화됐다.

국내 금값과 국제 금값의 움직임이 엇갈리는 가운데 금을 사들이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10월 1~21일 골드바 누적 판매량은 86.09kg으로 집계됐다.

특히 1~13일 하루 평균 6.38kg이었던 판매량은 14~21일 6.91kg으로 8.3% 증가했다. 금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자 가격 부담이 줄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매수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도 금 투자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모바일·인터넷뱅킹을 통한 골드바 판매를 재개했다. 하나은행은 이달 말 1돈짜리 소형 골드바 판매 확대와 모바일 구매 신청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 매입 움직임도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이르면 오는 12월 국내에서 생산된 금 약 1t을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매입이 이뤄지면 2013년 이후 13년 만에 금 현물 매입을 재개하게 된다.

세계적으로도 금 투자 수요는 이어지고 있다. 세계금협회(WGC)가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금 현물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역대 최대인 310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9월 한 달 동안에만 100억 달러가 들어왔으며 전체 금 보유량은 사상 최대인 4256t으로 증가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 규모는 289t으로 1분기보다 약 5배 증가했다. 8월에도 39t의 순매입이 보고됐다.

중국 인민은행은 8월 금 20t을 추가 매입하며 22개월 연속 매입 행진을 이어갔다. 폴란드 중앙은행도 올해 8월까지 98t의 금을 사들였다. 달러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금 수요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글로벌 금 매수세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국제 금값은 9월 한 달 동안 8.5%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금 ETF에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지만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금 선물시장의 매도 움직임이 가격을 끌어내렸다.

국내 금값에는 여기에 환율이라는 변수가 추가된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23.1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2024년 10월 2일 이후 2년여 만의 최저 수준이다.

국제 금값은 달러로 거래되지만 국내 금값은 원화로 결정된다. 달러로 표시된 금 가격에 원·달러 환율과 국내 수급 등이 반영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국제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로 같더라도 환율이 1500원일 때와 1320원일 때 원화 환산 가격은 약 12% 차이가 난다. 국제 금값이 상승하더라도 원화 가치가 더 크게 오르면 국내 금값은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원화 강세에는 국내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출기업의 달러 공급이 이어지고 외국인 자금이 국내 시장에 유입되면 환율에 추가 하락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거나 지정학적 불안이 확대되면 환율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른바 ‘김치프리미엄’도 국내 금값을 움직이는 변수다. 김치프리미엄은 국내 금 거래가격이 국제 금값을 원화로 환산한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2월에는 KRX 금시장의 가격 괴리율이 장중 24%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프리미엄이 빠르게 축소되면서 국제 금값의 하락 폭보다 국내 금값이 훨씬 큰 폭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9월에도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를 웃돌자 한국거래소는 투자 유의를 당부했다. 국내 투자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국제 금값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향후 금값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다. 연준은 오는 2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29일 발표 예정인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역시 금값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강하면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되면서 금값에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결국 향후 국내 금값의 추세는 국제 금값의 4000달러 안착 여부와 미국 금리 결정, 원·달러 환율, 김치프리미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제 금값이 4000달러를 회복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원·달러 환율과 김치프리미엄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며 “최근 금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저가 매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정책과 환율 변동성이 여전한 만큼 단기 반등을 추격하기보다 분할 매수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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