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은 또 우려먹었다…그런데 '유튜버 골든벨'은 왜 재미있을까 [이예진의 '요즘 끌리네'](엑: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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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쫓는 게 아니라, 요즘 그냥 끌리는 걸 씁니다.
사실 나영석 PD에게는 이른바 '사골 예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누군가에게는 매일 챙겨보는 익숙한 얼굴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유튜버들이다.
사실 나영석 PD는 앞서 유튜버들의 만남이 얼마나 흥미로운 콘텐츠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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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트렌드를 쫓는 게 아니라, 요즘 그냥 끌리는 걸 씁니다. 어떤 글은 흐름과 맞닿아 있을 수도 있고, 어떤 글은 한발 늦은 취향 고백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가요, 방송, 영화. 신인, 스타 구분 없이, 지금 이 순간 눈에 밟히고 자꾸 생각나는 이유를 따라가 봅니다. 타이밍은 제각각이어도, 끌림만큼은 진심입니다.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이 조합이 가능해?"
빵먹다살찐떡, 미미미누, 랄랄, 아누누, 홍사운드, 레오제이까지. 각자의 채널에서 수억, 수십억 회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한 인기 유튜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기에 가비, 엄지윤, 효연, 우정잉, 룩삼 등 활동 분야도, 주 시청자층도 다른 얼굴들이 더해졌다.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영석 PD다. 무려 47명에 달한다.
지난 8일 첫 방송돼 오는 29일 마지막 회를 앞두고 있는 tvN '십오야 골든벨' 이야기다.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에서는 '유튜버 골든벨'이라는 이름으로 방송 다음 날 풀버전이 공개되고 있다.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든다. 과거 인기 예능 '스타 골든벨'을 연상시키는 구성에 절대음감, '줄줄이 말해요' 등 낯익은 게임들이 등장한다.
출연자들이 팀을 나눠 경쟁하고, 문제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도 특별히 새롭지 않다. 나영석 PD는 과거 KBS 재직 시절 '스타 골든벨'의 조연출을 맡았던 이력이 있다. 한때 제작에 참여했던 예능의 익숙한 형식을 이번에는 유튜버들과 함께 새롭게 선보인 셈이다.
그런데 이 익숙한 구성이 예상보다 재미있다. 포맷은 비슷하지만 출연진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사골 예능 인정' 나영석, 이번에도 익숙한 맛인데
사실 나영석 PD에게는 이른바 '사골 예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윤식당'부터 '윤스테이', '서진이네'로 이어지는 식당 운영 예능이다. 장소와 출연진, 메뉴에는 변화를 줬지만 익숙한 멤버들이 모여 손님을 맞고 음식을 만드는 기본적인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삼시세끼' 시리즈 역시 비슷한 형식을 이어온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나영석 PD 스스로도 이를 인정한 바 있다. 지난 5월 유병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그는 자신의 제작 스타일에 대해 "배운 게 도둑질이니까 하던 거 하면서. 제가 아시지 않냐. 곰국 끓이듯이 하던 거 계속하는 걸로 유명한데"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번에도 자신이 익숙한 방식으로 돌아왔다. 다만 눈여겨볼 건 그 안을 채우는 사람들이다.
먹방, 뷰티, 일상, 스트리머, 직업, 엔터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유튜버들이 '유', '튜', '버', '골', '든', '벨' 여섯 팀으로 나뉘어 경쟁한다. 평소 자신의 채널에서 중심이 됐던 이들이 이곳에서는 여러 출연자 중 한 명으로 게임에 참여한다.
누군가에게는 매일 챙겨보는 익숙한 얼굴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유튜버들이다. 활동 분야와 주 시청자층이 제각각인 이들이 한 공간에서 어울리는 모습 자체가 색다른 재미를 만든다.
특히 출연자들이 자신의 채널과 활동을 소개하는 데 상당한 분량이 할애되지만, 그 시간마저 지루하지 않다. 서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어떤 매력을 지녔는지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볼거리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게임보다 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더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 47명 섭외가 가능하다고?…유튜버들의 만남, 소개 자체가 콘텐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사실이다.
바야흐로 유튜브 시대다. 과거에는 TV 출연이 유명세를 얻는 주요 통로였다면, 이제는 유튜브에서 먼저 성공한 이들이 TV 예능의 주역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반대로 방송에서 활동하던 연예인들이 유튜브로 건너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는 일도 낯설지 않다.
취재 현장에서도 이런 변화를 체감한다. 때로는 유명 연예인보다 인기 유튜버의 인터뷰를 성사시키는 일이 더 어려울 때도 있다. 이미 자신의 채널을 통해 수많은 구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이들에게 매체 인터뷰는 반드시 필요한 선택지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이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에 대거 모였다. 나영석이라는 이름의 영향력과 오랜 제작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조합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사실 나영석 PD는 앞서 유튜버들의 만남이 얼마나 흥미로운 콘텐츠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 바 있다.
지난 6월 선보인 '2026 유튜브 심포지엄'에서는 침착맨, 빠니보틀, 미미미누, 강민경, 카더가든, 엄지윤 등 인기 유튜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당시 유튜브를 기반으로 성장한 이른바 '성골 유튜버'와 연예인 출신 유튜버들 사이의 묘하면서도 유쾌한 신경전이 화제를 모았다. 특히 빠니보틀이 연예인들이 유튜브의 '돈 냄새'를 맡고 들어왔다는 취지의 농담을 던지면서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유튜브에서 출발한 사람과 기존 방송에서 인기를 얻은 뒤 유튜브에 진출한 사람. 같은 플랫폼에서 활동하지만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의 만남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된 셈이다.
'유튜버 골든벨'은 그 재미를 더 큰 규모로 확장했다.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던 크리에이터들을 한 공간에 모으면서 기존 방송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조합을 만들어냈다.

▶ 침착맨에게 배우던 나영석, 이젠 유튜버 47명 이끈다
나영석 PD 역시 유튜브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꾸준히 변화를 시도해 왔다.
2019년 '채널 십오야'의 전신인 '채널 나나나'를 개설해 TV와 유튜브를 연계한 콘텐츠를 선보였고, 이후 '출장 십오야'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2023년에는 침착맨의 방송에 출연해 채널 운영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미 유튜브에서도 성공을 거둔 스타 PD였지만, 자신이 익숙한 제작 방식만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플랫폼의 특성을 배우려 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이제 유튜버들을 TV 예능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데까지 이어졌다. 이번에도 오랜 파트너인 이우정 작가와 호흡을 맞춘 나영석 PD는 그동안 쌓아온 예능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유튜버들의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냈다. 출연자들의 관계와 예상치 못한 반응에서 재미를 끌어내던 제작진이 이번에는 유튜버들의 세계로 무대를 넓힌 셈이다.
▶ 새로 만들지 않아도 새롭다…나영석의 영리한 변주
콘텐츠를 공개하는 방식에도 눈길이 간다.
'십오야 골든벨'은 목요일 오후 10시 50분 tvN에서 방송된 뒤 다음 날 오후 6시 유튜브에 풀버전이 공개된다.
대규모 출연진과 제작진, 수많은 카메라가 동원되는 방송 예능을 유튜브에서는 한 시간 넘는 롱폼 콘텐츠로 선보이는 것이다.
공들여 만든 방송을 온라인에 긴 분량으로 공개하는 선택이 아깝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지금의 유튜브에서는 오히려 이런 방식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앞서 '2026 유튜브 심포지엄'에서도 긴 영상을 가볍게 틀어놓고 즐기는 시청 방식과 롱폼 콘텐츠의 인기에 관한 이야기가 오간 바 있다.
짧고 강렬한 영상만 찾는 시대는 아니라는 뜻이다. 유튜브의 높은 접근성을 활용하면 TV 본방송을 놓친 시청자도 자신의 시간에 맞춰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나영석 PD는 방송의 제작 규모와 익숙한 게임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유튜브의 시청 방식에 맞춰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기존 방송의 강점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플랫폼의 장점을 활용한 셈이다.
물론 인기 유튜버를 많이 모았다고 무조건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출연자가 많은 만큼 개개인의 매력이 충분히 드러나기 어렵고, 익숙한 게임 구성 역시 누군가에게는 식상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이 많은 출연자를 어떻게 활용하고, 익숙한 게임에서 얼마나 새로운 재미를 끌어내느냐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출연자들의 매력을 살리고, 예상치 못한 반응을 웃음으로 연결하는 연출력과 기획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나영석 PD와 그 제작진이 오랫동안 보여준 강점이기도 하다.
나영석 PD는 이번에도 자신이 잘하는 방식을 굳이 버리지 않았다. 대신 달라진 콘텐츠 시장과 시청자들의 관심에 맞춰 출연진부터 편집과 공개 방식까지 변화를 줬다.
어쩌면 이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시대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익숙한 것을 조금 다르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울 수 있지 않을까.
늘 하던 것을 또 한다는 나영석 PD. 이번에는 그 '하던 것'을 꽤 영리하게 비틀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채널십오야'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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