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 게 쇠퇴하는 건 아냐…AI·로봇으로 ‘초풍요’ 증명하라” [최준호의 사이언스&]

최준호 2026. 10. 2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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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혁신기업가 피터 디아만디스


피터 디아만디스는 낙관적 기술결정론자에 가깝지만, 최근엔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실용주의적 입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 PHD벤처스]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2026 경제성장률 전망 3.7%(OECD), 수출액 세계 5위(2026년 상반기). 최근 연이어 들려오는 희소식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촉발된 반도체 수요 급증 덕에 경제가 반등과 성장의 기회를 잡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피크 코리아(Peak Korea)', '성장의 한계'라는 단어가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턱밑까지 차오른 초고령사회의 그림자, 인구소멸과 저성장이라는 구조적 ‘수축의 공포’가 사회를 짓누른다. 사실상 유일한 세계 1위 국가 경쟁력인 메모리반도체도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급부상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가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 것인가, 아니면 과학기술을 디딤돌 삼아 계속 도약할 것인가.
세계적 혁신기업가이자 미래학자인 피터 디아만디스와 함께 미래를 탐사했다. 혹시나 하고 보낸 생면부지, 타국 기자의 이메일에 그는 뜻밖에도 단 하루 만에 장문의 답을 보내왔다. 그는 지난 30여년간 불가능에 도전해 온 대표적 '문샷(Moonshot)' 혁신가다. 1994년 거대 상금을 내걸고 인류 혁신을 유도하는 ‘엑스프라이즈 재단’을 설립했다. 2004년 민간 유인 우주선 시대를 연 '안사리 엑스프라이즈'를 성공시켰다. 2008년에는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를 쓴 세계적 미래학자 겸 발명가 레이 커즈와일과 손잡고 '향후 10년 이내에 10억명의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혁신가'를 양성하는 ‘싱귤래리티대학’을 세웠다. 그는 2012년 저서 『어번던스( Abundance: The Future Is Better Than You Think)』, 2026년 『초풍요의 시대(We Are as Gods: A Survival Guide for the Age of Abundance)』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인류의 결핍을 깨뜨리고 무한한 풍요의 시대를 만들 것을 일관되게 역설해 왔다.현재 전 세계 연구팀들과 함께 인간의 건강 수명을 10년 이상 되돌리는 생체 역노화 치료법 임상 검증을 직접 이끌고 있다. 2020년 공동창업한 정밀 예방의학 플랫폼 '파운틴라이프'(Fountain Life)를 통해 AI와 전신 영상 분석 기반의 조기 진단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미국 대표적 벤처캐피털이 된 볼드캐피털도 공동창업해 생성형 AI와 로보틱스, 바이오 융합을 주도하는 차세대 딥테크 스타트업 투자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 수축의 공포와 과학기술 도약의 희망이 팽팽히 맞서는 2026년 한국 사회는 어떻게 '초풍요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
피터 디아만디스가 우주공간의 무중력 비행(Zero G)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PHD벤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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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꿈은 의사였지만, 내꿈은 우주

Q : -당신은 혁신기업가 겸 미래학자로 알려져있다. 하버드의대를 졸업하고도 의사의 길을 가지않았다. 학생일 당시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나.
A : “내 꿈은 애초에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우주로 가는 것이었다. 아폴로가 달에 착륙했을 때 나는 여덟 살이었고, ‘스타트렉’을 보고 자랐다. 의학은 부모님과의 약속이었다. 아버지는 그리스 이민자 출신의 아버지의 직업은 내과의사였다. 우리 가족에게 의사가 된다는 것은 성공의 정의였다. 그래서 나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 의대에 진학했고, 두 가지 약속을 모두 지켰다. 의사 면허를 취득했으나 진료는 하지 않았다. 의대 마지막 학년 때 나는 이미 두 개의 우주기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의학이 내게 준 것은 사고방식이다. ‘치료하기 전에 진단하라’,‘데이터를 신뢰하라’,‘개입하기 전에 시스템을 이해하라’. 나는 이런 사고를 환자에게 적용하지 않을 뿐, 매일이 문제해결에 사용하고 있다."

Q : - 첨단 과학기술과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미래는 다가오는 무언가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깨달음 덕분이다. 학생 시절 내가 감탄했던 인물들, 즉 라이트 형제, 린드버그, 아폴로 프로젝트의 엔지니어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들이 나를 변화시켰다. 이후 우주로 꿈을 키웠지만 1980년대에 미 항공우주국(NASA)은 나를 우주로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고민에 빠졌다. ‘제도권이 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해답이 바로 ‘엑스프라이즈(XPRIZE)'가 됐고, 이어서 싱귤래리티대학과 내가 창업한 기업들이 됐다. 이 모든 것은 닫혀 있어야 마땅했던 문을 열어젖히려는 시도였다. 나는 확신이 있었다. ‘세상의 가장 큰 문제는 세상의 가장 큰 사업 기회’라는 것이다. ‘억만장자가 되고 싶다면 10억명을 도와라.’ 이건 구호가 아니라 행동지침이다."
피터 디아만디스는 혁신기업가이면서 미래학자다.과학기술과 미래에 대한 대중강연도 그의 미션 중 하나다. [사진 PHD벤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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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는 이미 와 있다. 고르지 못할 뿐

Q : -졸업 이후 사회에 막 뛰어들 때와 지금의 생각이 같은가.
A : “핵심은 변함없다. 과학기술은 인류를 발전시시키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힘이다. 나는 25세때 그것을 믿었고, 40년 동안 데이터가 이를 증명하는 것을 지켜봤다. 예순다섯 살인 지금, 이를 더 깊이 확신한다. 다만 세상에 대한 이해는 더욱 깊어졌다고 할 수 있다. 젊은 시절, 과학기술의 발전은 힘들고 더디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이 발전이 기하급수적으로 이뤄진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이런 변화를 포착하는 데 매우 서투르다. 또한 모든 돌파구는 그림자를 가진다는 것을 배웠다. 비관론자가 돼간다는 게 아니라, 이면의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곧 혜택을 얻어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Q : -14년 전『어번던스』를 쓰던 시대와 『초풍요의 시대』를 쓴 지금의 생각이 바뀐게 있다면.
A : “2012년 당시 『어번던스』는 일종의 주장이었다. 데이터에 근거해 세상은 나아지고 있으며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 기술이 삶을 더 살기 좋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믿지 않았다. 비평가들은 내 주장이 ‘순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 당시에 했던 거의 모든 예측이 달성됐다. 논쟁은 끝났다. 태양광은 인류 역사상 가장 저렴한 에너지다. 극단적 빈곤율은 10% 아래로 떨어졌다. 2012년에는 미래의 한 부분에 불과했던 AI가 이제 40억명의 주머니 속에서 무료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초풍요의 시대』에서는 풍요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할 필요가 없다. 풍요는 이미 여기에 와 있으며, 고르지 못하게 분포되어 있을 뿐 매년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초풍요의 시대』는 “풍요의 시대에 인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묻고 있다. 인류의 향후 20년을 규정하게 될 질문들이다."
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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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없는 낙관론은 그저 기분에 불과해"

Q : -『초풍요의 시대』의 원제( ‘We Are as Gods’)에 인류 문명이 신의 영역에 도달했다는 표현이,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인간의 뇌가 기술의 경이적 발전을 실감하지 못하는 걸 뇌과학적으로 분석한 것도 흥미롭다.
A : “이 제목은 미국 환경운동가 스튜어트 브랜드의 저서『전지구 목록(Whole Earth Catalog)』(1968) 중 ‘우리는 신과 같다. 그러므로 그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We are as gods and might as well get good at it)’라는 문장에서 따왔다. 당시 이 제목은 정말 도발적인 문구였다. 하지만 이젠 그 표현 그대로인 시대가 됐다. 우리는 살아있는 아이의 유전자를 편집하고, 망막 임플란트로 시각을 되찾아주며,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단백질의 작동 이미지를 생성하고, 유창한 한국어로 대답하는 기계와 대화할 수 있다. 옛 신화 속 기적들은 이제 상품이 됐다. 우리의 두뇌는 세상이 국지적이고 선형적이었던 사바나 지역에서 진화했다. 30걸음 앞을 본다면 그것은 30m 앞을 의미했다. 기하급수적 기술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30번의 배가 거듭되면 10억에 도달한다. 두려움 회로, 습관화, 어제로부터 오늘을 외삽(extrapolating)하려는 경향 등 우리의 인지 기제 모든 부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맞춰져 있다. 비즈니스와 정계의 리더들이 거듭 잘못을 하는 이유는 지능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초풍요의 시대』는 생존 가이드라 할 수 있다. 구석기 시대의 뇌를 가지고 신과 같은 세계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해답의 일부는 이 불일치를 이해하는 데 있다. 또 다른 일부는 기술을 이용해 뇌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있다."

차준홍 기자

Q : -『초풍요의 시대』의 부제 ‘A Survival Guide for the Age of Abundance’에선 풍요를 얘기하면서도 ‘생존 안내’란 말을 썼다. 14년 전 『어번던스』를 쓸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기술 발전의 이면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 건가. 그렇다면 무엇 때문인가.
A :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 첫째, 속도다. 2012년에 나는 우리가 기술한 변화들이 수십 년에 걸쳐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것은 수년, 때로는 수개월 만에 펼쳐지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적응의 속도를 넘어설 때, 제도와 법률, 심리학이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좋은 변화조차 위험해진다. 둘째, 증거다. 나는 준비 없이 풍요가 도래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목격했다. 소셜 미디어는 모든 청소년에게 무제한적인 연결성을 부여했지만 정신건강의 위기를 낳고있다. 저렴한 칼로리는 세상에 무제한적인 음식을 제공했으나 7억 3500만명의 배고픈 인구와 함께 '비만 전염병'을 낳았다. 책에서는 이를 ‘낙원의 역설(Paradise Paradox)’이라고 표현했다. 원하던 것을 대규모로 얻는 것이, 그 소망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셋째, 내가 아버지가 되었다는 점이다. 21세기의 후반부에 삶의 대부분을 살아가게 될 두 아이를 생각하면 “평균적으로 미래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말에 만족할 수 없게 된다. 아이들이 이 전환기를 온전하게 통과하도록 만드는 법을 알고 싶어진다. 그것이 바로 생존 가이드가 존재하는 이유다. 나는 여전히 낙관론자다. 그러나 계획 없는 낙관론은 그저 기분에 불과하다."

Q : -『위험사회』의 저자 울리히 벡은 현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눈부신 풍요의 뒷면에서, 인간이 통제하기 힘든 거대하고 새로운 위험들이 오히려 증대된다고 얘기한다. 첨단 과학기술이 경이롭긴 하나, 그만큼 한순간에 디스토피아가 올 수도 있는 거 아닌가.
A : “울리히 벡의 이론은 작동 기제에 대해서는 옳았지만 결론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모든 강력한 기술은 그 위력에 비례하는 새로운 위험을 창출한다. 불은 도시를 태운다. 인쇄술은 한 세기 동안의 종교 전쟁에 불씨를 지폈다. 핵물리학은 우리에게 폭탄과 원자로를 모두 안겨주었다. 울리히 벡은 이 패턴을 보고 현대가 통제 불가능한 위험을 제조한다고 결론지었다. 실제 패턴이 보여주는 것은, 인류가 지금까지 완벽하지는 않고 때늦은 감이 있더라도 진보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성공적으로 그 위험들 중 각각을 통제하는 법을 배워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80년 동안 핵 교전을 겪지 않았다. 천연두를 박멸했다. 오존층 구멍을 봉합했다. 위험 사회는 곧 위험 관리 사회이기도 하다. 디스토피아적 전환이 순식간에 찾아올 수 있을까. 악의적인 행위자가 설계한 팬데믹,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고장 나는 AI 시스템 같은? 그렇다, 그것들은 실존하는 위험이다. 나도 여기에 엄청난 시간을 쏟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위험을 창출하는 바로 그 기술이 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가장 훌륭한 도구이기도 하다. 병원균을 설계할 수 있는 AI는 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이를 감지하는 센서도 설계할 수 있다. 질문은 기술이 위험한가 아닌가가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에 맞춰 위험에 대한 방어 체계를 구축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다."
피터 디아만디스(Peter Diamandis)가 지난 9월 23일 수요일 뉴욕시 소방 박물관에서 열린 '엑스프라이즈 산불(XPRIZE Wildfire)' 시상식에 참석했다. 시상식에서는 소방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총상금 1100만 달러 규모의 '엑스프라이즈 산불' 대회 수상자들이 발표되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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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발전속도를 늦추는 건 안전전략 아냐

Q : -풍요가 가능하게 되는 가장 큰 기술이 AI라고 한 이유는.
A : “태양광, 배터리, 유전자 편집, 로보틱스, 양자 컴퓨팅, 핵융합 등은 엄청나게 중요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이제 AI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 AI는 다른 기술들을 진화시키는 기술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막는 요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원자재나 에너지, 혹은 돈조차 아니다. 그것은 어떤 문제에 매달려 있는 숙련된 지능의 수다. 지능은 언제나 지구상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이었다. AI는 그것을 풍부하게 만든다. 작성된 모든 논문을 읽고, 가설을 세우고, 시뮬레이션을 실행하고, 실험을 설계할 수 있는 도구는 또 하나의 파괴적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기술에 대한 ‘승수’(multiplier)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이를 목격하고 있지않나. 오픈AI는 한 세기 넘게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던 수학 문제에 1만 개의 AI 에이전트를 투입해 4일만에 증명했다고 주장하는 결과를 도출했다. 앤트로픽은 자사 AI가 자체 연구 업무의 약 4분의 1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올 초 1%에서 급증한 수치다. 지능의 비용은 2년 만에 400분의 1로 떨어졌다. 생각의 비용이 붕괴하면, 생각의 하류에 있는 모든 것—즉 세상의 모든 것—이 더 저렴하고 빨라진다. 그것이 바로 AI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다.”

Q : -인공지능의 발전속도가 너무 빠르다. 조만간 뛰어난 AGI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얘기가 최근 본격적으로 나온다.
A :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처방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최근 앤트로픽의 공동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가 업계가 속도를 조절할 것을 촉구하는 에세이를 발표했고, 샘 알트먼, 엘론 머스크, 데미스 하사비스가 몇 시간 만에 이에 동의했다. 뭔가 현실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 연구소들이 자사 시스템에서 우려스러운 행동을 목격했고 이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 점은 높이 산다. 하지만 속도를 늦추는 것은 안전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지연일 뿐이다. 속도를 늦추는 것은 시간을 벌어줄 뿐이다. 나의 우려는 전체 논쟁이 ‘속도’라는 단 하나의 변수로 좁혀졌다는 점이다. 진정 중요한 변수는 역량 연구 대비 안전연구의 비율이다. 오늘날 그 비율은 아주 작은 소수에 불과하다. 나는 연구소들이 연산 자원의 일정 비율(예컨대 4분의 1)을 얼라인먼트, 해석 가능성, 평가에 할당하고 건물 내부 출입이 가능한 독립 감사관을 두겠다고 공언하기를 바란다. 경쟁사들끼리 출시 전에 서로의 모델을 테스트하는 일론 머스크의 제안, 즉 적대적 동료 평가(adversarial peer review)는 내가 들어본 가장 현실적인 아이디어다. 여기에는 중국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연이 초래하는 대가를 모든 이에게 상기시키고 싶다. 매일 약 15만 명이 사망하며, 그 대부분은 AI로 가속화된 생물학이 해결 직전에 있는 질병들로 인한 것이다. 폐섬유증 치료를 위한 AI 발굴 신약이 최근 3상 임상에 진입했다. 이를 늦추는 것 역시 사망자 수를 동반한다. 올바른 자세는 빠르거나 느린 것이 아니다. 안전 연구가 역량 연구와 같은 규모로 자금을 지원받고, 실패하는 연구소에는 실질적인 결과가 따르는 상태로 ‘빠르게’ 나아가는 것이다."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6 파리 모터쇼에 전시된 중국 샤오펑(XPENG)의 휴머노이드 로봇.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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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풍요가 일자리를 소멸시킬 때

Q :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학생, 직장인, 연구자의 삶과 일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의 시대에 개인은 자신의 삶과 커리어를 어떻게 개척하고 풀어나가야 할까.
A : “세 가지가 있다. 이는 서울의 19세 청년에게나 로스앤젤레스의 50세 성인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첫째, 즉시 ‘AI 네이티브’가 돼야 한다. 가끔 사용하는 사용자가 아니라 모든 작업에서 이 시스템을 파트너로 대하는 일상적 실천가가 되어야 한다. AI와 함께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간극은 이미 노동 역사상 가장 큰 생산성 격차이며, 매달 넓어지고 있다. 다행히도 그 도구들은 본질적으로 무료다. 이것은 역사상 가장 민주화된 권력이다. 둘째, 목적의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AI가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때 가치는 ‘어떤 작업을 할 가치가 있는가’를 선택하는 데로 이동한다. 나는 모든 학생들에게 말한다.“누가 돈을 주지 않아도 매달릴 수 있는 문제, 즉 자신의 ‘거대한 변혁적 목적(Massive Transformative Purpose)’을 찾아라. 목적은 기계가 공급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며, 당신을 추종할 가치가 있게 만드는 것이다. 셋째, 소유권을 가져라. 이 전환기의 경제학은 잔인할 정도로 단순하다. AI 생산성은 임금이 아니라 자본으로 흘러들어 간다. AI 덕분에 생산성이 네 배 높아졌으나 기업의 지분을 소유하지 못한 노동자는 누군가를 부자로 만들어 준 것에 불과하다.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라고 권하고 싶다. 비록 작더라도 무언가를 창업하라. 소유권이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상 가장 큰 부의 창조 과정에서 올바른 편에 서게 만드는 방식이다. 그리고 부모들을 위한 조언을 하나 더 덧붙인다. 아이들에게 정답이 아니라 호기심과 용기를 가르쳐야 한다. 정답은 바뀔 것이다. 질문하려는 의지는 바뀌지 않는다."

Q : -기술적 풍요가 인간의 전통적 일자리를 소멸시킬 때,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 될까.
A : “이 질문은 이 세기의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답변하고 싶다. 솔직한 첫 번째 답변은 이 전환기가 고통스러울 것이며, 그렇지 않은 척하고 싶지 않다는 점이다. 노동이 새로운 역할이 등장하는 것보다 더 빨리 대체될 때, 사람들은 소득, 지위, 그리고 삶의 구조를 한꺼번에 상실한다. 역사에 따르면 이 세 가지를 모두 잃는 사람들, 특히 젊은 남성들은 정치적 격변의 연료가 된다. 내게 가장 큰 단기적 우려는 초지능이 아니다. 향후 2~8년 동안 경제적 혼란으로 인해 촉발될 사회적 불안이다. 정부들은 대응할 것이며, 다른 가용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에 아마도 보편적 기본소득의 형태로 대응할 것이다. 그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득이 곧 목적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희망을 본다. 인류 역사 내내 일(work)이란 곧 생산을 의미했다.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역사상 생존 문제가 해결된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자유를 누린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 자유는 귀족과 예술가들의 특권이었다. 풍요는 그것을 모든 이에게 제공해준다. 일의 목적은 생산에서 창조로, 생계를 꾸리는 것에서 의미 있는 삶을 일구는 것으로 이동한다. 그것이 어떤 모습일까? 사람들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미 기꺼이 하는 일들의 모습이다. 아이를 잘 기르고, 노인을 돌보고, 예술과 음악을 만들고, 탐험하고, 가르치고, 공동체를 구축하고, 순수한 호기심으로 과학을 추구하는 일이다. 심리학자들은 가장 깊은 인간의 동기부여 요소가 돈이 아니라 자율성, 숙달, 목적의식이라는 것을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풍요는 그것들을 빼앗지 않는다. 마침내 그것들을 모든 이에게 이용 가능하게 만든다. 우리의 임무는 제도와 존엄성을 온전히 지킨 채 구세계에서 신세계로의 항해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위치한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인 인공태양(KSTAR) 진공 용기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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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핵융합 기술 잘 갖추고 있어"

Q : -21세기 후반이 되면 AI는 물론 에너지, 양자, 첨단 바이오 등 소위 파괴적 기술들이 완성될 것 같은데, 당신이 보는 구체적 전망은 어떤가.
A : “나를 포함해 누구도 우리보다 더 영리한 기계의 미래 저편을 볼 수 없다. 하지만 2050년대 이후에 대해 높은 확신을 가지고 믿는 바는 다음과 같다. 에너지는 실질적으로 무료이며 깨끗해질 것이다. 태양광과 저장장치는 이미 역사상 가장 저렴한 전력이며 그 비용은 여전히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핵융합과 선진 핵분열이 더해지면 모든 인류 문명을 형성해 온 제약인 에너지 비용이 사라진다. 무료 에너지는 해수 담수화를 통한 무료 물, 수직 및 세포 농업을 통한 저렴한 식량, 그리고 전쟁의 원인으로서의 에너지 종식을 의미한다. 건강 문제도 차원이 달라질 거다. 암, 심장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등 주요 노화 관련 질환이 만성 질환화되거나 치료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2030년 이후 출생자들의 건강수명은 100세를 훨씬 넘을 것이다. 의학은 사후 반응적이 아니라 예측적이고 연속적인 형태로 바뀔 것이다. AI가 각 개인을 모니터링하고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에 개입할 거라 본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잘 알고 대변하며 역량을 수백 배 확장해 주는 AI 파트너를 갖게 될 거다. 육체 노동의 대부분은 로봇이 수행한다. 인지 노동의 대부분도 AI와 함께 수행될 거다. 인간은 인간이 선택한 일을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행성 종족이 될 거라 생각한다. 달과, 믿건대 화성에 영구적인 인간 거주지가 존재할 거다.내가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정치다. 이 풍요가 폭넓게 공유될지 아니면 소수에 의해 독점될지, 우리의 제도가 적응할지 분열될지, 우리가 전환기를 관리할지 그 과정에서 좌충우돌할지 여부는 기술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기술은 거의 확실하지만, 지혜는 그렇지 않다."

Q : -당신은 에너지 문제에서 태양광과 원자력 얘기는 하면서 핵융합발전은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핵융합발전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A : “옳은 지적이다. 발언을 바로잡겠다. 나는 그간 얘기해온 것보다 핵융합에 대해 훨씬 더 낙관적이다. 내가 태양광을 앞세우는 이유는 타이밍 때문이다. 태양광은 지금 당장 승리하고 있다. 그 비용은 10년 만에 90% 하락했다. 중국은 1년 동안 미국이 역사상 설치한 것보다 더 많은 태양광을 설치하고 있다. 풍요로운 에너지가 현실이라고 사람들을 설득하려 할 때, 당신은 이미 지붕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가리키게 마련이다. 그러나 핵융합은 지난 3년 동안 변했다. 그 변화는 바로 AI다. 핵융합의 장벽은 결코 물리학이 아니었다. 그것은 태양보다 더 뜨거운 플라즈마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통제 문제였다. 그것이야말로 기계학습이 탁월하게 잘 해내는 종류의 문제다. CFS, 헬리온, TAE 등 핵융합 스타트업들은 2030년 이전 전력망 공급을 목표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나는 그 중 하나 이상이 성공할 것이라고 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핵융합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나의 시각은 계층화되어 있다. 태양광과 배터리가 향후 10년을 이끌며 첫 번째 물결의 풍요를 전달할 거라 본다. 첨단 핵분열, 특히 소형 모듈 원자로(SMR)는 데이터 센터와 산업계에 안정적인 기저부하를 제공할 것이다. 핵융합은 2030년대에 도래해 세기의 후반부에는 지배적인 공급원이 될 거다. 탄소 배출이 없으면서도 진정으로 무한한 유일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원자력 공학적 깊이와 KSTAR 토카막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 지구상 어느 국가보다 그 세 번째 계층에 더 잘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의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을 받은 한 생활용품 쇼핑몰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 및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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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는 충분조건 아닌 필요조건

Q : -기술 발전만큼이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도 임계치를 향해 가고 있다. 마치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가 서로 경쟁을 하는 느낌이다. 이러다 유토피아가 오기 전 디스토피아가 먼저 올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당신은 이런 문제도 과학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런가.
A : “확신한다, 자만하지는 않지만. 당신의 표현이 정확하다. 그것은 경주이며, 결과는 속도에 달려 있다. 내가 확신하는 이유는 이렇다. 글로벌 경제를 탈탄소화할 기술은 오늘날 존재하며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화석 연료 대안보다 이미 더 저렴하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아니었다. 태양광, 풍력, 배터리, 히트펌프, 전기차는 정책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에서 승리하고 있다. 이는 전환기가 이제 인류사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힘, 즉 돈을 아끼고 싶어 하는 욕구에 의해 구동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 세계 배출량은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그렇다. 곡선은 꺾이고 있다. 자만하지 않는 이유는 이렇다. 꺾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탄소배출량이 빠르게 떨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일부 피해는 이미 고착화됐다. 향후 수십 년 동안 완화(mitigation)와 더불어 적응(adaptation)이 필요할 것이다. 탄력적인 인프라, 도시를 위한 열 관리, 기후 변화에 맞춘 새로운 농업 등이다. 그리드 최적화부터 신소재 발굴, 계획 수립에 충분히 정확한 기후 모델링에 이르기까지 AI가 여기서 엄청난 도움을 준다. 그리고 양쪽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말을 하나 하겠다. 위기가 사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틀렸다. 가망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 역시 틀렸다. 그들의 절망은 이제 더 큰 장애물이다. 절망은 태양광 발전소를 짓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우리는 이것이 주로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썼다. 기술은 준비되어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순간이 마땅히 요구하는 긴급성을 가지고 그것을 배치하느냐 하는 것이다. 경제학이 마침내 윤리학과 정렬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Q : -이란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기술패권 경쟁 등 과학기술 발전과 무관한 듯 지구촌은 여전히 아니, 더욱 더 혼란스럽다. 어떻게 생각하나. 과학기술 발전이 풍요를 낳고, 궁극적으로 지구촌 전체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A : “풍요는 평화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상 대부분의 전쟁은 희소성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토지, 물, 에너지, 자원 같은 것 말이다. 그러한 것들이 풍부해지면 갈등의 한 범주 전체가 명분을 잃게 된다. 아무도 햇빛을 두고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 아니라 역사적 패턴이다. 무역으로 연결된 번영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은 서로 거의 싸운 적이 없다. 그러나 풍요가 전쟁의 다른 원인들—즉 이념, 불만, 지도자들의 야망, 선제공격을 하도록 국가들을 몰아가는 공포를 치료하지는 못한다. 그것들은 인간의 문제이며, 기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AI 역량이 전략적 우위를 부여하는 세상은 싸울 거리가 새로 생겨나는 세상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러한 갈등이 날카로워질 수도 있다. 따라서 나는 동시에 두 가지 생각을 한다. 장기적으로 에너지가 풍부하고 식량, 건강, 지능이 넘쳐나는 세상은 싸워야 할 이유가 훨씬 적고 싸움으로써 잃을 것이 훨씬 많다. 단기적으로는 전환기 자체가 위험하며, 미·중 관계는 그중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변수다. 나의 희망이며, 실존하는 희망을 말하고 싶다. 오류를 일으키는 AI 시스템은 국경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AI 안전성이 두 강대국이 마지못해 협력하게 되는 최초의 영역이 되는 것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전문가들이 최근 AI를 위한 핵무기 수준의 안전장치를 공동으로 제안했을 때 그 시작을 목격했다. 그것이 바로 풍요가 가능하게 하고 생존이 필수로 만드는 협력의 형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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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한국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Q : -미국 밖의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이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어떻게 생각하나.
A : “나는 정파적 정치에는 개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스펙트럼 전반의 사람들과 일해야 하며 기하급수적 곡선은 누가 사무실에 있는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적인 관점은 제시하겠다. 미국에서 목격하고 있는 현상은 사회의 제도가 선형적으로 움직이는 동안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움직일 때 벌어지는 일이다. 불안감, 내향적 선회, 시스템이 보통 사람들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는 감각—이는 주로 한 명의 지도자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앞서 설명했던 간극, 즉 변화의 속도와 적응의 속도 사이의 간극이 낳은 증상이다. 젊은 미국인들은 집을 살 여력이 없다. 임금은 생산성을 따라잡지 못했다.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겁에 질린 대중은 어디서나 내향적으로 돌변한다. 미국은 그저 가장 시끄러운 사례일 뿐이다. 중국에 관해 말하자면, 경쟁은 실존하며, 나는 AI의 최전선이 권위주의 국가가 아니라 언론의 자유와 독립된 법원이 보장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구축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정파적인 관점이 아니다. 하지만 제로섬 게임이라는 프레임 역시 위험하다고 믿는다. 양측 모두가 안전에 있어 타협을 하도록 떠밀기 때문이다. 최상의 결과는 역량 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안전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협력하고, 미국의 우위 원천인 세계의 인재들에게 계속 문을 열어두는 미국이다. 국가 부채에 대해서는 이것만 말하겠다. 우리가 진입하고 있는 AI 기반 생산성 붐은 그 부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하게 그럴듯한 경로다. 다른 모든 경로는 고통을 수반한다. 한국 독자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어떤 국가도 이 전환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모든 국가에게 던져지는 질문은 이에 저항하는 법이 아니라 그 안에서 주도권을 쥐는 법이다.”

Q : -반도체 강국이자 초고령화라는 양극단의 기로에 선 한국에 조언을 한다면.
A : “먼저 세계가 한국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은 60년 만에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에서 모든 AI 데이터 센터 내부의 메모리 칩을 만들고, 전 지구적 소비 대상이 되는 문화를 생산하며, 역사상 가장 많은 고등교육을 받은 사회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전 이야기 중 하나다. 한국인들이 미래는 만들어야 하는 무언가라고 결단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따라서 나의 첫 번째 조언은 다음과 같다. 당신들이 누구인지 기억해야 한다. 인구 통계에 대해선 직관에 반할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하겠다. 출생률은 실존하는 도전이다. 그러나 한국의 인구학적 타이밍은 겉보기보다 덜 파괴적인 것으로 판명될 수 있다. 노동력이 줄어드는 정확히 그 시점에 AI와 로보틱스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줄어들어도 세계 최고의 자동화를 갖춘 국가는 쇠퇴하는 국가가 아니다. 일본이 이를 조용히 증명해 보였다. 생활 수준이 상승하면서 인구는 감소하는 모습말이다. 한국은 그 기술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더 잘 해낼 수 있다. 세 가지 구체적인 제언을 드린다. 첫째, AI 수용을 1980년대 반도체 드라이브 규모의 국가적 사명으로 다루길 바란다. 5년 이내에 모든 한국인 노동자, 학생, 소상공인이 AI 네이티브가 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고령화된 돌봄 속 로봇, 자율 물류, 모든 클리닉의 AI 도입을 통해 ‘고(高)자동화, 고(高)존엄 사회’의 세계적 실증 모델이 되어 늙어가는 것이 곧 쇠퇴를 의미하지 않음을 세상에 증명해야 한다. 셋째, 세계가 당신을 대신해 교육 시스템을 고치기 전에 먼저 고쳐라. 한국의 학생들은 그 어떤 곳의 학생들보다 유능하지만 가장 지친 이들이기도 하다. 마지막 기적을 낳았던 시스템, 즉 암기와 경쟁 시험은 다음 기적에 필요한 것—창조성, 기업가정신, 목적의식—과는 정반대의 것이다. 아이들에게 정답을 맞히는 것을 넘어 무언가를 건설할 수 있는 허락을 내려줘야 한다. 당신이 묘사한 양 극단의 기로는 실존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다르게 프레이밍하고 싶다. 한국은 번영과 위기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수축하고 늙어가는 사회가 풍요의 시대에 번영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인지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전 세계 선진국들이 다시 한번 당신들의 모범을 따르게 될 거라 믿는다.”

■ 피터 디아만디스

「 미국의 혁신기업가 겸 미래학자. 매사추세츠공대(MIT0에서 분자유전학과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고, 하버드의대(MD)를 졸업했다. 인공지능(AI)·우주·헬스테크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25개가 넘는 기업을 설립했다. 엑스프라이즈재단 설립자 겸 이사장이며, 실리콘밸리 창업교육기관인 싱귤래리티대학의 학장을 맡고 있다. 포천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리더 50인’에 이름을 올렸다.

」

김영옥 기자

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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