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인데 청년은 임시직으로…한은 ‘AI가 신입 일자리부터 줄였다’

정재홍 2026. 10. 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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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일자리 정보 게시대 앞으로 청년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반도체 중심의 경제 성장과 인공지능(AI) 확산에도 청년층이 체감하는 일자리의 질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경제 성장이 양질의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데다, AI 확산 이후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가 강해지면서 청년층이 주로 맡던 초급·기초 업무 수요까지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26일 보고서를 통해 청년 고용 문제에는 산업구조 재편과 AI 기술 변화,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노동시장을 상용직 중심의 1차 노동시장과 임시·일용직 등 2차 노동시장으로 나눠 청년층의 고용 흐름을 분석했다.

한은 제공

그 결과 2023년 이후 15~29세 청년층은 1차 노동시장 진입을 기다리기보다 취업 눈높이를 낮춰 2차 노동시장으로 먼저 들어가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렇게 한 번 2차 노동시장에 진입한 청년들이 이후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노동시장으로 이동하는 청년층 비율은 2014~2019년 8%대에서 2023~2024년 5%대로 떨어졌다.

한은 제공


한은은 이를 ‘2차 노동시장 고착 효과’로 설명했다.

향후 경기와 노동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청년들이 직무 역량을 충분히 쌓지 못하거나 상향 이동 경로가 막힐 경우 고용의 질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반도체 등 IT 제조업 중심의 성장 구조가 꼽혔다.

최근 우리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IT 제조업은 생산 증가에 비해 상용직 고용 창출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실제 상용직 채용은 여전히 비IT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많이 집중돼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수출과 생산이 늘어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청년층이 선호하는 상용직 일자리 증가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노동 수요 정체는 모든 연령층에 고르게 나타나기보다는 청년층에 더 집중되는 경향도 보였다.

생성형 AI 확산도 청년 고용의 변곡점으로 지목됐다.

한은은 2022년 말 이후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와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가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한은 제공


AI가 초급·기초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신입사원이 주로 맡아왔던 업무 수요가 줄고, 기업이 곧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금융·보험, 전문·과학기술, 정보통신 등 AI 활용도가 높은 산업에서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제약하는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봤다.

한은은 국내 고용 보호 제도 역시 청년 취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고용 보호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청년 고용률이 낮은 경향이 나타나며, 우리나라의 정규직 개별 해고 보호 수준은 주요 23개국 가운데 10위 수준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기존의 청년 일자리 정책처럼 노동 공급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정책과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IT 제조업 성장의 고용 파급 효과를 확대하는 정책과 교육·산업 간 연계 강화, 고용제도 유연화 등을 제시했다.

결국 반도체와 AI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더라도 그 성과가 청년층의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청년 고용 문제는 계속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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