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타임’ 보기 전, 류혜영·남윤수에게 스포일러 물어봤습니다


영화 〈킬링타임〉은 과거 인터넷 방송 중 발생한 사망 사고로 나락에 떨어진 몰카 크루가 재기를 위해 찾은 폐병원에서 정체불명의 존재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생존 스릴러죠. 두 사람의 만남이 스릴러 장르라는 점이 흥미로워요.남윤수(이하 ‘윤수’) 공포, 스릴러 장르를 찍어본 적이 없어서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워낙 다양한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킬링타임〉 시나리오를 받고선 바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죠. 류혜영(이하 ‘혜영’) 저도요. 예전에 〈무서운 이야기 2〉라는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코믹 공포였어요. 그런데 이 작품은 정체불명의 존재와 싸우기도 하고, 도망도 다니는 다이내믹한 캐릭터인 거예요. 안 할 이유가 없었죠.
혜영 씨가 연기하는 ‘연우’는 사고 이후 방송을 떠났다가 다시 카메라 앞에 서는 인물이에요. 카메라 앞으로 ‘연우’를 이끈 인물은 ‘주원’(남윤수)이고요. 각자 시나리오를 읽고 어떤 감상이 들었나요?혜영 수많은 사건을 겪으며 짧은 시간 안에 너무나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물이에요. 극한의 상황에 놓인 캐릭터라 저도 몸을 불살라 촬영했죠. 너무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윤수 전 연기를 하면서,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주원’처럼 리더십 있는 역할을 해본 건 처음이었어요. ‘주원’으로 살아감으로써 저도 리더십을 배울 수 있고, 후에 리더십 있는 또 다른 캐릭터를 만났을 때 잘 표현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말한 대로 ‘주원’이 윤수 씨에게 남긴 영향이 있던가요?윤수 막상 또 그렇진 않더라고요.(웃음) 혜영 그래도 전 배우라는 직업이 참 좋은 게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면 그 캐릭터에서 배울 점이 있어서 예요. 물론 내 삶과 연기하는 캐릭터의 삶을 어느 정도 분리하지만, 몇 개월 동안 그 캐릭터로 살아가다 보면 본능적으로 좋은 면을 체화하게 되는 것 같아요. 윤수도 지금 느끼진 못하지만, 언젠가 그게 발현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윤수 (혜영) 누나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습니다! 하하.

팀원의 죽음을 겪고 다시 촬영장에 들어선 ‘연우’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했나요? 두려움과 죄책감 등 여러 감정이 혼재했을 것 같습니다.혜영 ‘연우’와 ‘류혜영’이 가장 달랐던 지점이기도 했어요. 만약 저였다면, 그 순간에 다시 뛰어들지 않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았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현장으로 다시 뛰어들게 만든 ‘연우’의 욕망을 좀 더 들여다보려고 했어요. ‘연우’는 정말 이 일이 하고 싶구나 생각했죠. 이 일로 다시 명성도 얻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이 큰 아이라는 걸 내재화하려고 노력했어요. 말씀하신 두려움, 죄책감을 모두 이기는 욕망을요.
‘주원’의 제안으로 ‘연우’와 크루들은 폐병원으로 향해요. 콘텐츠에 대한 집념이 강한 인물로 다가오기도 해요.윤수 ‘연우’와 ‘주원’처럼 유튜브 방송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떠올렸던 것 같아요. 방송을 통해 돈과 인기, 명성을 얻은 사람들이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그 모든 걸 잃게 됐을 때 어떤 마음일지요. 아마 다시 이 일을 선택해 자신의 삶을 어떻게든 재개해야 한다는 마음이 클 것 같았어요. 얻었던 것이 많기 때문에 그걸 다시 쟁취하기 위해 도전하려는 마음에 공감했죠. 어쩌면 사람들 앞에 서고 그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게 지금 저희가 하는 일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실제 폐병원에서 촬영했다고요. 화면에 담기지 않은 현장의 분위기도 듣고 싶어요.혜영 전 원체 겁이 많은 사람이라 그 공간 자체를 무서워하면, 배우로서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 겁 때문에 연기로 잘 표현하지 못하고, 액션도 작아질 거라는 걱정이 덜컥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촬영할 때는 폐병원을 아늑한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공간 안에 모든 스태프가 모여 있기도 하고, 그 속에서 “이렇게 해볼까? 저 벽에서 저렇게 해볼까?” 서로 이야기하면서 제 속의 겁을 지워나간 거죠. 무섭다는 생각이 들 땐 평온한 ‘윤수’를 보면서 그 기운을 저도 덩달아 받았어요. 윤수 실제 폐병원이라 정말 서늘하긴 해요. 병원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남아 있기도 하고, 실제로 사용했던 기구나 서류들도 그대로 있었거든요.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들도 있었겠네요.(웃음) 그게 곧 이 영화를 즐기는 포인트가 되겠고요.혜영 맞아요. 힌트를 드리자면, 이야기의 어떤 포인트에 다다르면 제한 시간이 생겨요. 그 시간을 인지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면 더욱 스릴 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윤수 그 제한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어떤 일들이 벌어지죠.(웃음) 그리고 끊임없이 반전이 일어납니다. 끝인 것 같은데, 끝이 아닌 반전이 계속 생겨요. 결말을 보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영화랄까요.

‘연우’와 ‘주원’을 비롯해 두 배우가 연기해온 인물들을 좋아해요.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히는 사람들이죠. 혜영 씨는 〈응답하라 1988〉의 ‘성보라’, 〈로스쿨〉의 ‘강솔A’, 〈서초동〉의 ‘배문정’, 〈인턴〉의 ‘최민아’ 등 자신의 일과 삶에 단단하게 발을 딛고 선 여성들을 꾸준히 연기했어요.혜영 너무 감사한 말씀이에요. 순간 고찰을 했는데, 제가 만난 이 인물들 덕분에 늘 겁쟁이였던 류혜영이 지금 이렇게 꼿꼿하게 버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아아, 너무 감사해요. 윤수 이거 꼭 살려주세요. 혜영 배우 눈물.(웃음) 혜영 (눈물을 훔치며) 정말 제가 맡은 캐릭터들이 다 너무 멋진 여성들이라 그들의 모습을 연기하면서 너무나 닮고 싶었어요. 그렇게 연기하고 보니, 그들의 멋진 모습의 아주 작은 조각조각들이 제 안에 남아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네요. 그들로 인해 스스로 꼿꼿해져가는 걸 느껴요.
가장 깊게 박힌 조각에 대해 묻는다면요?혜영 아무래도 〈킬링타임〉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연우’가 크게 다가와요. 앞서 말한 것처럼 ‘연우’를 이해하려고 많은 노력을 들였고, 그 과정에서 ‘연우’의 포기하지 않는 점을 닮고 싶었어요.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용기 있잖아요. 한 발 더 내딛는 마음을 ‘연우’ 덕에 배웠죠.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는 선인도, 악인도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뜨거운 청춘들이고, 그 모습을 영화적으로 표현했을 뿐이죠.
‘뜨거운 청춘’이라는 말을 들으니 윤수 씨가 지나온 〈인간수업〉의 ‘곽기태’, 〈대도시의 사랑법〉의 ‘고영’이 절로 떠오릅니다.윤수 그러네요. 그렇지만 저는 아직 많은 캐릭터를 만나보지 못한 것 같아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죠. 혜영 그럼, 한참 남았지! 윤수 누나는 워낙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와서 이렇게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지만, 전 아직 멀었어요. 그래서 아직 눈물도 흐르지 않네요.(웃음)

이렇게 말하지만, 윤수 씨는 연기와 예능, 음악 방송 MC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어요. 필모그래피를 보며 ‘나’를 드러내는 데 거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인터뷰를 통해 갈수록 작품 선택이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했더라고요.윤수 예전엔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캐릭터에 한정해서 생각했어요. 환자 역할, 상처를 지닌 역할, 이런 식으로만 작품을 바라봤다면, 이제 캐릭터를 넘어 작품의 전체 내용과 흐름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혜영 재미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바뀌었을까, 윤수가. 윤수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을 읽어야 연기하는 나도 집중이 더 잘된다는 걸 느끼게 돼서 그런가 봐요.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겼네요.윤수 맞아요. 너무 한쪽에 치우쳐서 생각하는 게 연기를 함에 있어 좋은 방향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지나온 20대를 떠올리면 겁도 없고, 그래서 망설임 없이 갔던 것 같은데 이제 앞자리가 3으로 바뀌었고, 다가올 4를 생각하니 더 신중해지더라고요. 혜영 저랑 진짜 반대예요!(웃음) 전 무서움에 휩싸인 20대를 보냈고, 30대가 되니 점점 겁이 없어지는 느낌이거든요.


문득 궁금해져요. 이렇게나 다른 둘은 앞으로의 길을 어떻게 나아가고 싶을까.혜영 오히려 30대가 되니 ‘이렇게 가봐야겠다’ 하는 거창한 꿈이나 목표가 사라졌어요. 볕이 좋은 날 해 쬐기. 옆에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고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근래 무대 인사를 하면서 관객분들을 만나는 날이 많았어요. 저에게 한 분이 편지를 주셨는데, “처음 해보는 일이 많아져서 걱정 많겠지만, 그럼에도 계속 해나가는 류혜영을 응원해요. 계속하고 있으니까 또 다른 처음이 생기는 것이고, 처음 하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어요!”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그동안의 전 스스로를 의심하면서 멈칫하고 주저했던 것 같은데, 그럴 필요 없이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제게 전하고 싶었나 봐요. 그 말에 너무 감동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윤수 전 현재가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살고 있는 삶과 지금 저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는 것. 어떤 마음의 동요 없이 앞으로 달려갈 날만 남았다고 생각해요. 원체 깊게 생각하는 스타일도 아니거든요. 힘든 순간이 와도 그걸 잘 이겨내면 또 내일이 오잖아요. 그러니 현재를 즐기는 거죠. 혜영 너무 멋진 마인드에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면서 삶의 흐름에 유연하게 맡길 줄 아는 사람인 윤수가 정말 용감하다고 생각해요. 윤수 전 누나의 깊은 생각을 닮고 싶어요.(웃음) 누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거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그래서 미래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 있잖아요. 그런데 전 한 번도 그렇게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혜영 전 정말 인고의 시간 끝에 점점 가벼워지고 있는 사람인데, 이 친구는 깃털로 태어났어요. 늘 그런 마음을 유지하고 살 수 있다는 게 너무 부러워요. 윤수 하하. 가볍죠 제가 좀? 혜영 가벼운 마음이지! 서로 반반 나눠 가지면 참 좋을 텐데,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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