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금빛 억새 바다, 현재진행중입니다

김홍의 2026. 10. 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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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을 찾았다. 축제는 끝났지만, 억새밭의 가을은 아직 계속되고 있었다.

오늘날 하늘공원을 대표하는 풍경은 가을 억새다.

하늘공원의 가을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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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가 품은 변화의 시간... 하늘공원의 가을을 걷다

[김홍의 기자]

▲  노을빛을 머금은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며 하늘공원의 가을을 물들인다.
ⓒ 김홍의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을 찾았다. 축제는 끝났지만, 억새밭의 가을은 아직 계속되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빛 물결처럼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사람들은 천천히 걸으며 계절을 즐긴다. 카메라에 풍경을 담기도 하고, 잠시 걸음을 멈춰 가을의 빛을 바라보기도 한다.

축제 기간을 놓쳤더라도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하늘공원의 가을 풍경을 한동안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축제가 끝난 뒤에도 하늘공원의 가을 풍경을 한동안 만날 수 있다.
ⓒ 김홍의
그러나 지금의 풍경이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난초와 지초가 많던 섬에서 쓰레기 매립지로, 그리고 억새가 만발한 가을 여행 명소로. 같은 장소에서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다가온다.

난초와 지초가 자라던 섬
▲  쓰레기 산에서 생태공원으로, 하늘공원은 변화와 회복의 시간을 품고 있다.
ⓒ 김홍의
이곳의 지명은 난지도(蘭芝島)였다. 난초와 지초가 많았던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온갖 식물이 자라고 철새들이 찾아오던 땅은 한강과 더불어 자연의 일부로 존재했다. 하지만 도시가 성장하면서 난지도는 쓰레기를 받아내는 땅이 되었다.

1977년 8월 3일 쓰레기 처분장으로 고시된 난지도는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쓰레기 매립지로 이용됐다. 1993년 3월 19일 매립장이 폐쇄될 때까지 쓰레기 매립은 약 15년간 이어졌다. 해발 8m의 낮은 지대였던 난지도에는 그사이 거대한 두 개의 쓰레기 산이 만들어졌다. 가장 높은 곳은 해발 98m에 이르렀다. 난초와 지초가 자라던 섬은 어느새 파리와 먼지, 악취가 뒤섞인 공간으로 변했다.

도시의 편리함 뒤에는 누군가가 감당해야 할 흔적이 남는다. 우리가 버린 것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쌓인다. 난지도는 도시의 성장과 소비가 남긴 결과를 고스란히 떠안았던 장소였다.

그렇다고 난지도의 이야기가 쓰레기 산에서 끝난 것은 아니다.

버려진 땅에서 다시 시작된 변화
▲  한때 쓰레기 산이었던 땅, 오랜 시간의 노력은 새로운 생명의 풍경을 만들었다.
ⓒ 김홍의
1993년 매립장이 폐쇄된 뒤 서울시는 난지도의 환경을 안정화하고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했다. 쓰레기가 쌓인 땅을 단순히 덮어두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환경 문제를 관리하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바꾸어 가는 과정이었다.

그 결과 2002년 월드컵공원이 문을 열었다. 월드컵공원은 평화의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하늘공원은 제2매립지였던 곳에 조성됐다. 오늘날 하늘공원을 대표하는 풍경은 가을 억새다. 한때 쓰레기가 쌓였던 땅 위로 억새가 자라고, 계절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가을이 깊어지면 사람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물결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물론 억새밭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과거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매립지의 안정화와 사후 관리는 오랜 시간 이어져야 한다. 땅을 복원한다는 것은 겉모습만 바꾸는 일이 아니라, 그곳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관리하는 일이기도 하다.
▲  버려진 땅이 다시 생명을 품기까지, 변화는 오랜 시간의 노력과 돌봄으로 완성된다.
ⓒ 김홍의
한편, 도시의 쓰레기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난지도가 수용 한계에 다다르자 수도권의 폐기물 처리를 위해 인천 서구에 수도권매립지가 조성됐고, 1992년 운영을 시작했다. 난지도의 쓰레기 산이 월드컵공원으로 바뀐 것처럼, 수도권매립지에서도 매립이 끝난 일부 부지가 체육 시설과 생태 공간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하늘공원을 비롯한 쓰레기 매립지의 풍경은 자연이 저절로 되찾은 결과만은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문제를 관리하고, 새로운 생명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하늘공원은 버려진 땅도 다시 생명을 품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동시에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고 버리는지, 그 부담을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지 묻게 한다.

같은 땅에서 다른 풍경을 만나다
▲  버려진 땅에도 다시 억새가 자라듯, 변화는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피어난다.
ⓒ 김홍의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같은 장소도 바라보는 시기와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초록이 짙어진다. 가을이면 억새와 단풍이 계절의 깊이를 보여 주고, 겨울에는 잎을 내려놓은 나무와 빈 들판이 또 다른 풍경을 만든다. 한 공간도 계절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공원의 변화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은 자연의 순환이지만, 쓰레기 산이 생태 공원으로 바뀐 것은 인간의 선택과 노력,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친 관리가 더해진 결과다. 억새가 펼쳐진 풍경에는 한 장소가 지나온 훼손과 회복의 시간이 함께 담겨 있다.

무엇을 위해 사용하고 어떻게 돌보느냐에 따라 같은 공간도 다른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눈앞의 풍경만으로 그 장소가 지나온 모든 시간을 알 수 없듯, 지금의 모습만으로 앞으로의 모습을 단정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어떨까.

삶에도 저마다의 계절이 있다
▲  억새 사이로 난 좁은 길, 삶도 때로는 천천히 걸으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 김홍의
일반적으로 봄은 희망의 계절로, 가을은 아쉬움의 계절로 이야기되곤 한다. 봄이 지나면 푸르름으로 가득한 여름이 기다리지만, 가을 뒤에는 잎이 떨어지고 모든 것이 비워지는 겨울이 찾아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러 계절의 풍경을 마주하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봄에는 봄의 아름다움이 있고 가을에는 가을의 아름다움이 있다. 어느 계절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로 방향을 잃고, 지나온 길을 후회하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두려워한다.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며 자신이 뒤처지고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지금의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그러나 삶의 변화가 언제나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난지도의 땅을 복원하기 위해 오랜 시간 관리와 노력이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 삶에도 문제를 직시하고 지나온 시간을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나온 시간을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무엇을 가꾸어 갈지는 선택할 수 있다.

지금의 모습이 전부라고 단정하지 않는 것. 어쩌면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 두는 일은 거기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계절, 돌아오지 않는 시간
▲  금빛으로 물든 억새길, 같은 길을 걸어도 오늘의 풍경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김홍의
여행지의 계절은 돌고 돌아온다. 해마다 가을이 찾아오면 억새는 다시 자라고, 바람은 그 사이를 지나간다. 노을에 빛나는 억새의 풍경을 만나기 위해 사람들은 이곳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간은 반복되지 않는다.
▲  금빛 노을 아래 드러난 빛나는 억새, 저마다의 시간은 저마다의 빛으로 물든다.
ⓒ 김홍의
해마다 가을은 비슷해 보여도 같지 않다. 그사이 우리는 여러 일을 겪고, 때로는 무언가를 얻거나 잃고, 또 다른 것을 배운다. 같은 풍경 앞에서도 예전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해가 기울자 하늘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노을 아래로 억새의 실루엣이 짙어졌다. 하늘공원의 가을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내년에도 억새는 다시 피겠지만, 올해의 가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의 계절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하늘공원에서 잠시 걸음을 늦춰 보는 것은 어떨까.
▲  금빛 노을 아래 검은 실루엣으로 남은 억새, 올해의 가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김홍의
[여행 정보]
- 입장료 : 무료
- 이용 시간 : 일몰 시간에 따라 월별로 다름(10월 20:30, 11월 19:30까지), 종료 30분 전부터 진입 통제
- 주차 : 하늘공원 정상에는 주차장이 없으므로 인근 공원 주차장 이용
- 대중교통 :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도보 이동
(도보 이동 시 맹꽁이전동차매표소까지 약17분, 맹꽁이전동차매표소에서 하늘공원까지 약 28분)
- 이동 : 진입 계단 291단 또는 난지천공원 주차장에서 맹꽁이전동차(유료) 이용 가능
- 유의 : 음식물 반입·흡연 불가, 애완동물 동반 시 목줄 등 수칙 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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