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금빛 억새 바다, 현재진행중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을 찾았다. 축제는 끝났지만, 억새밭의 가을은 아직 계속되고 있었다.
오늘날 하늘공원을 대표하는 풍경은 가을 억새다.
하늘공원의 가을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홍의 기자]
|
|
| ▲ 노을빛을 머금은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며 하늘공원의 가을을 물들인다. |
| ⓒ 김홍의 |
바람이 불 때마다 은빛 물결처럼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사람들은 천천히 걸으며 계절을 즐긴다. 카메라에 풍경을 담기도 하고, 잠시 걸음을 멈춰 가을의 빛을 바라보기도 한다.
|
|
| ▲ 축제가 끝난 뒤에도 하늘공원의 가을 풍경을 한동안 만날 수 있다. |
| ⓒ 김홍의 |
난초와 지초가 많던 섬에서 쓰레기 매립지로, 그리고 억새가 만발한 가을 여행 명소로. 같은 장소에서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다가온다.
|
|
| ▲ 쓰레기 산에서 생태공원으로, 하늘공원은 변화와 회복의 시간을 품고 있다. |
| ⓒ 김홍의 |
1977년 8월 3일 쓰레기 처분장으로 고시된 난지도는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쓰레기 매립지로 이용됐다. 1993년 3월 19일 매립장이 폐쇄될 때까지 쓰레기 매립은 약 15년간 이어졌다. 해발 8m의 낮은 지대였던 난지도에는 그사이 거대한 두 개의 쓰레기 산이 만들어졌다. 가장 높은 곳은 해발 98m에 이르렀다. 난초와 지초가 자라던 섬은 어느새 파리와 먼지, 악취가 뒤섞인 공간으로 변했다.
도시의 편리함 뒤에는 누군가가 감당해야 할 흔적이 남는다. 우리가 버린 것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쌓인다. 난지도는 도시의 성장과 소비가 남긴 결과를 고스란히 떠안았던 장소였다.
그렇다고 난지도의 이야기가 쓰레기 산에서 끝난 것은 아니다.
|
|
| ▲ 한때 쓰레기 산이었던 땅, 오랜 시간의 노력은 새로운 생명의 풍경을 만들었다. |
| ⓒ 김홍의 |
그 결과 2002년 월드컵공원이 문을 열었다. 월드컵공원은 평화의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하늘공원은 제2매립지였던 곳에 조성됐다. 오늘날 하늘공원을 대표하는 풍경은 가을 억새다. 한때 쓰레기가 쌓였던 땅 위로 억새가 자라고, 계절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가을이 깊어지면 사람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물결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
|
| ▲ 버려진 땅이 다시 생명을 품기까지, 변화는 오랜 시간의 노력과 돌봄으로 완성된다. |
| ⓒ 김홍의 |
그런 점에서 하늘공원을 비롯한 쓰레기 매립지의 풍경은 자연이 저절로 되찾은 결과만은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문제를 관리하고, 새로운 생명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하늘공원은 버려진 땅도 다시 생명을 품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동시에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고 버리는지, 그 부담을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지 묻게 한다.
|
|
| ▲ 버려진 땅에도 다시 억새가 자라듯, 변화는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피어난다. |
| ⓒ 김홍의 |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초록이 짙어진다. 가을이면 억새와 단풍이 계절의 깊이를 보여 주고, 겨울에는 잎을 내려놓은 나무와 빈 들판이 또 다른 풍경을 만든다. 한 공간도 계절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공원의 변화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은 자연의 순환이지만, 쓰레기 산이 생태 공원으로 바뀐 것은 인간의 선택과 노력,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친 관리가 더해진 결과다. 억새가 펼쳐진 풍경에는 한 장소가 지나온 훼손과 회복의 시간이 함께 담겨 있다.
무엇을 위해 사용하고 어떻게 돌보느냐에 따라 같은 공간도 다른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눈앞의 풍경만으로 그 장소가 지나온 모든 시간을 알 수 없듯, 지금의 모습만으로 앞으로의 모습을 단정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어떨까.
|
|
| ▲ 억새 사이로 난 좁은 길, 삶도 때로는 천천히 걸으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
| ⓒ 김홍의 |
봄에는 봄의 아름다움이 있고 가을에는 가을의 아름다움이 있다. 어느 계절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로 방향을 잃고, 지나온 길을 후회하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두려워한다.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며 자신이 뒤처지고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지금의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그러나 삶의 변화가 언제나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난지도의 땅을 복원하기 위해 오랜 시간 관리와 노력이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 삶에도 문제를 직시하고 지나온 시간을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나온 시간을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무엇을 가꾸어 갈지는 선택할 수 있다.
지금의 모습이 전부라고 단정하지 않는 것. 어쩌면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 두는 일은 거기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
|
| ▲ 금빛으로 물든 억새길, 같은 길을 걸어도 오늘의 풍경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 ⓒ 김홍의 |
|
|
| ▲ 금빛 노을 아래 드러난 빛나는 억새, 저마다의 시간은 저마다의 빛으로 물든다. |
| ⓒ 김홍의 |
해가 기울자 하늘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노을 아래로 억새의 실루엣이 짙어졌다. 하늘공원의 가을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내년에도 억새는 다시 피겠지만, 올해의 가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
| ▲ 금빛 노을 아래 검은 실루엣으로 남은 억새, 올해의 가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 ⓒ 김홍의 |
- 입장료 : 무료
- 이용 시간 : 일몰 시간에 따라 월별로 다름(10월 20:30, 11월 19:30까지), 종료 30분 전부터 진입 통제
- 주차 : 하늘공원 정상에는 주차장이 없으므로 인근 공원 주차장 이용
- 대중교통 :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도보 이동
(도보 이동 시 맹꽁이전동차매표소까지 약17분, 맹꽁이전동차매표소에서 하늘공원까지 약 28분)
- 이동 : 진입 계단 291단 또는 난지천공원 주차장에서 맹꽁이전동차(유료) 이용 가능
- 유의 : 음식물 반입·흡연 불가, 애완동물 동반 시 목줄 등 수칙 준수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반도체 호황에 잊힌 160만 명의 존재... '잃어버린 세대' 온다
- "인권위를 망치지 마십시오"... '분쟁회피형'의 싸움은 그렇게 시작됐다
- '뚜렛 당사자' 국회 찾자, 보건복지부 "기준 추가 검토"
- 형, 우리 이제 심심해서 어쩌냐... 문화판의 거목 강헌을 애도함
- 동대문운동장 앞 기묘한 만남, '괴물' 투수에게 남긴 파장
- '조희대 사법부'는 왜 정치를 하나
- 신규 가입 막기까지... AI 좀 쓴다는 사람 사이 핫한 이것
- 주진우 이번엔 '김혜경 여사 황제 골프' 주장... 여당 "사이버레커냐"
- 3천 원으로 호사... 로또 3등 당첨되면 이런 기분일까
- 전화면접조사와 다른 ARS 조사, 이 대통령 국정지지율 3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