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모인 네 식구, 가을 설악 흘림골을 함께 걷다

박영호 2026. 10. 26. 10:3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올해 10월은 주말마다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설악산의 단풍을 보느라 바쁘다. 9일은 주전골, 17일엔 백담사에 이어 이번 주말인 24일엔 흘림골을 다녀왔다.

이번 주말엔 흘림골뿐만 아니라 설악산 전체가 잔뜩 흐려 푸른 하늘 한 점 보지 못해 아쉬웠다.

설악산은 사시사철이 다 좋지만, 그 가운데 단풍철이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루 오천 명만 허락된 비경, 설악산 흘림골 단풍 기행

[박영호 기자]

올해 10월은 주말마다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설악산의 단풍을 보느라 바쁘다. 9일은 주전골, 17일엔 백담사에 이어 이번 주말인 24일엔 흘림골을 다녀왔다. 특히 이번 여행엔 중간고사 마치고 집에 온 아이들까지 모처럼 우리 가족 넷이 모두 함께라서 더욱 좋았다.

흘림골은 깊고 좁은 골짜기 사이로 햇볕이 잘 들지 않고, 산안개와 구름이 낮게 깔려 늘 날이 '흐려 보인다'는 데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번 주말엔 흘림골뿐만 아니라 설악산 전체가 잔뜩 흐려 푸른 하늘 한 점 보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어쩌면 날이 흐려서 진짜 흘림골을 보았노라 위안을 삼고 싶다.

흘림골은 2015년 낙석 사고로 인명 피해가 난 뒤로 7년간 닫혔다가 안전시설을 보강하여 2022년 9월에 개방되었다. 2022년 여름에 한계령을 찾았다가 흘림골이 개방된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은 가봐야지 했는데 이렇게 늦어질 줄은 몰랐다. 설악산은 사시사철이 다 좋지만, 그 가운데 단풍철이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눈이 와도 좋을 듯한데 아무래도 전문가가 아니라면 위험해서 즐기기 어렵다.

다만 요즘 같은 단풍철에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이때 흘림골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는 사전 예약한 5000명만 흘림골 탐방로에 들어갈 수 있다. 8시부터 12시까지 시간당 천 명씩 예약을 받아서 설악산 다른 탐방로보다 덜 혼잡하다. 또한 흘림골에서 주전골 쪽으로 일방통행이라서 편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처음엔 8시로 하고 싶었는데, 동해에서 가기엔 너무 이른 시각이라 9시로 예약했다. 아내와 둘일 때는 채비하고 나서는데 잠깐이면 되는데 아무래도 넷이 움직이려니 조금 시간이 걸려서 오색약수터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거의 9시가 되었다. 주차장은 이미 만차에 가까워서 옥상까지 올라가 가까스로 주차하고 흘림골 탐방지원센터까지 택시로 이동했다. 요금은 1만 5000원이다. 늦었다고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지 살짝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예약은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 reservation.knps.or.kr
코스 및 거리: 흘림골 탐방지원센터 → 여심폭포 → 등선대 → 등선폭포 → 십이폭포 → 용소폭포 삼거리 (편도 3.1km, 약 2시간 30분~3시간 / 주전골·오색 하산 시 총 3시간 30분~4시간)
통행 방식: 편도 일방통행 (흘림골 출발만 허용, 오색·주전골 발 역방향 진입 통제)
골짜기로 들어서는 길
탐방로에 들어서자마자 곧장 오르막이 시작된다. 다행히 등선대까지만 오르면 다음부터는 대부분 내리막이라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다. 발길을 붙잡는 멋진 바위와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이 있어서 연신 셔터를 누르느라 힘든 줄을 몰랐다. 게다가 지난해 제대한 아들이 묵직한 배낭을 줄곧 메어준 덕분에 카메라 하나만 달랑 들고 가볍게 산행을 즐겨서 더욱 좋았다.
▲  흘림골 탐방로 들머리에서 건너편으로 보이는 바위산
ⓒ 박영호
▲  탐방로 건너편 능선
ⓒ 박영호
▲  배낭을 줄곧 메어준 고마운 아들
ⓒ 박영호
신선이 아니라도 등선대 전망대는 올라야 한다
제한된 인원만 들어왔는데도 등선대 전망대는 사람들로 꽉 차서 발 디딜 틈도 부족하다.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야 한다. 하지만 반드시 봐야 하는 풍경이 있으니 힘들어도 올라갔다 내려와야 한다. 높은 곳에는 이미 단풍이 마르고 있다. 전망대를 지나 내려오니 비로소 울긋불긋 고운 단풍이 눈에 띈다.
▲  등선대 전망대에 설악산 능선
ⓒ 박영호
▲  바위가 솟은 것인가, 흙이 깎인 것인가.
ⓒ 박영호
▲  정상에서 내려다본 흘림골 내려가는 길.
ⓒ 박영호
딸에겐 모처럼의 산행이 힘에 부치는 모양이라 용소폭포는 가지 않기로 했는데 잘한 결정이었다. 용소폭포 삼거리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구름처럼 사람이 많다. 오르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이 뒤엉킨 곳곳에 정체 구간이 만들어졌다. 한 줄로 서서 거의 떠밀려 가다시피 하는 구간도 있었다. 예전 주전골에서 겪었던 풍경이라 짐작은 했지만 결코 반갑지 않은 번잡함이다. 동해에서는 도무지 겪을 일 없는 진풍경이기도 하다. 어쩌면 오늘 하루 설악산을 찾은 사람 수가 동해시민 전체와 맞먹을지도 모르겠다.
▲  채석강이 떠오르는 책장을 포개놓은 듯한 판상절리.
ⓒ 박영호
▲  올해 마지막 단풍 놀이가 압권이다
ⓒ 박영호
▲  주전골 계곡엔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 박영호
▲  주전골 계곡은 여전히 물이 맑다
ⓒ 박영호
이렇게 빼어나게 아름다운 설악산이 한 시간 거리라 당일치기로 오가는 것도 동해에 사는 즐거움이다. 네 식구가 발맞추어 걸으며 가을을 듬뿍 담은 보람찬 하루였다. 아쉽지만 이제 단풍놀이는 내년을 기약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