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비빔밥에 단팥죽까지, 진주 노포 맛집 순례기

전명원 2026. 10. 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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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진주시(晉州市)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남강의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진양호가 진주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곳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사십 년 전, 중학생 시절의 진주 이야기를 꺼냈다. 그 시절 진주의 모습을 또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지금의 진주는 어쩐지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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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의 기억을 품고 떠난 진주 여행... 진양호 카페에서 경상도 사투리에 웃음 짓다

[전명원 기자]

경상남도 진주시(晉州市)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남강의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어린 시절 지방 근무를 하셨던 친정아버지 덕분에 중학생 시절 여름과 겨울을 보낸 곳은 가까운 사천시였다. 당시 사천은 시골이었기에 방학 때만 내려가는 도시 아이에게 진주는 갈 수 있는 유일한 '도시'였다.

내가 기억하는 진주의 명소는 촉석루와 진양호 정도다. 몇 해 전 우연히 지나는 길에 촉석루를 보기로 마음먹고 찾아갔다가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예전과 달리 진주성이 너무나 멋지게 복원되고 정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논개의 전설이 서린 의암을 품은 촉석루만 유일한 볼거리로 기억하던 나에게 40년이라는 세월은 그렇게 다가왔다.

이번 진주 여행에서는 그때 진주성만 스치듯 둘러보고 떠났던 아쉬움을 달래 보기로 했다. 맛집도 찾아가고, 진양호도 둘러보고 싶었다.

진주 중앙시장에서 만난 오래된 맛

진주 중앙시장으로 먼저 향했다. 1884년에 개설되었다고 하니 역사가 꽤 오랜 시장이다. 2026년 6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백 년 시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공영주차장은 출입구가 잘 구분되어 있고 주차 공간도 넉넉해 드나들기 편했다. 우선 주차를 해두고 시장과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태풍 참피가 예보된 주말답게 밤새 비가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 안은 아케이드로 덮여 있어 다니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포목점 골목과 음식을 파는 먹자골목, 농수산물을 파는 구역으로 나뉘어 있어 둘러보기도 편했다. 화장실도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지만, 안내판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점은 아쉬웠다.
▲ 천황식당 육회비빔밥으로 유명합니다. 깔끔하게 나와요. 양도 제법 많습니다. 군데군데 액자속 식당의 역사를 읽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 전명원
▲ 진주 육회비빔밥 전주나 익산과는 또 다른 비빔밥입니다. 육회비빔밥이 아주 맛있고 깔끔했어요.
ⓒ 전명원
시장 입구에는 유명한 천황식당이 있다. 1927년에 문을 열어 3대째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니 그 역사가 놀랍다. 주차는 불가능하지만 맞은편에 대기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을 만큼 손님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진주의 향토 음식인 육회비빔밥과 석쇠불고기, 육전 등을 판매한다. 우리는 육회비빔밥과 석쇠불고기를 주문했다. 평소 육회를 즐기지 않는데도 참 맛있게 먹었다. 함께 나온 선지해장국의 국물 맛도 일품이었다.

육회비빔밥으로 배를 채웠지만 그냥 떠나기는 아쉬웠다. 가까운 곳에 수복빵집이 있기 때문이다. 테이블 몇 개, 허름한 노포지만 주인은 80년째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그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는 팥소가 들어간 작은 찐빵 위에 단팥죽을 부어 주는 독특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우리는 포장했는데 찐빵과 단팥죽을 따로 담아 주셨다. 팥소도 단팥죽도 모두 달아 맛이 과하지 않을까 했는데, 먹어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의외로 팥소 찐빵에 단팥죽이 소스처럼 얹어진 맛이 일품이었다.

배도 채우고 디저트도 샀다. 이제 진양호로 향할 차례다.
▲ 수복빵집 작은 찐빵위에 단팥죽을 부어줍니다. 별미에요. 80년된 노포라고 하네요.
ⓒ 전명원
비 내리는 진양호에서 보낸 시간

진양호는 진주시 판문동과 대평면, 내동면, 수곡면 일대에 걸쳐 있는 호수다. 특히 진양호공원은 경호강과 덕천강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다. 1970년 7월 길이 975m, 높이 21m의 댐이 건설되면서 조성된 낙동강 수계 최초의 다목적 인공호라고 한다.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된 이곳은 봄이면 벚꽃길이 장관을 이룬다고 하니, 그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멋질 듯하다. 진양호 하류에는 잘 알려진 진주성과 촉석루가 있고, 해마다 내가 가 보고 싶어 했던 유등축제도 열린다.

진양호가 바라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궂은 날씨에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통창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진양호 일주도로에도 차들이 제법 많이 지나다녔다. 진양호가 진주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곳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진양호 태풍 참피가 예보된 날이지만 빗속에 드라이브하는 차들도 제법 많아요. 봄이면 벚꽃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단풍길도 좋았어요.
ⓒ 전명원
우리 가족은 비 내리는 진양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주변 테이블에서도 즐거운 대화가 오갔는데, 대부분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라 어쩐지 웃음이 났다. 집에서 300km 넘게 달려왔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랄까.

나는 사십 년 전, 중학생 시절의 진주 이야기를 꺼냈다. 그 시절 진주의 모습을 또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지금의 진주는 어쩐지 낯설지 않다. 아마 추억 속 진주가 여전히 내 마음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추억을 열심히 이야기했지만, 가족들은 재미있게 들을 뿐 공감하지는 못한다. 추억이란 갖고 있는 이에게만 있는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대신 우리 가족은 오늘의 진주를 오래 기억할 것이다. '그때 아내가, 그때 엄마가 그렇게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했었지' 하면서 말이다. 오늘의 진양호를 오래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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