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잘하는데, 공부는 못 따라가요”… ‘언어발달 문제’ 의심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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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대화도 잘하던 아이가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설명을 이해하거나 배운 내용을 자기 말로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단순히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에 어려움이 있는 것일 수 있다.
정경희 교수는 "학령기에 처음 발견되는 아이는 일상 대화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긴 이야기를 이해하거나 조리 있게 설명하기, 상황에 맞게 말하기, 읽기·쓰기처럼 더 높은 수준의 언어 능력에서 어려움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령기 언어발달 문제는 말의 이해와 표현뿐 아니라 읽기·쓰기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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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세 진료 환자 10년 새 158% 증가
코로나 시기 언어 환경 변화·진단 확대 등 영향 가능성
학령기에는 언어 이해·표현, 읽기·쓰기 어려움 두드러져
학습 부진으로 오인하기 쉬워… 조기 평가 중요

◇7~9세 언어발달지연 진료 10년 새 2.6배로… 왜 늘었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만 9세 이하 언어발달지연 진료 환자는 2016년 1만9031명에서 2025년 2만5468명으로 33.8% 증가했다. 특히 만 7~9세에서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심평원이 추가로 제공한 자료를 보면, 이 연령대 진료 환자는 같은 기간 2206명에서 5698명으로 158.3% 늘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요인 중 하나는 코로나19 유행 당시의 언어발달 환경이다. 2025년 기준 만 7~9세 아동들은 언어발달에 중요한 시기를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보냈다. 당시 마스크 착용으로 상대방의 입 모양과 표정을 보기 어려웠고, 어린이집·유치원 등원이 제한되면서 또래와 소통할 기회도 줄었다. 용인대 재활복지대학원 언어치료학과 정경희 교수는 "언어는 사람과의 실제 상호작용 속에서 발달하기 때문에, 이런 환경 요인이 언어발달 지연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홍승빈 교수는 "본원에서는 2022년을 기점으로 언어지연 관련 진료량이 증가 추세를 보인다"며 "영유아기뿐 아니라 학령기에서도 언어지연에 대한 보호자와 교육 현장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진료 환자가 늘었다고 해서 실제 언어발달지연을 겪는 아동이 같은 비율로 증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 진단과 치료 환경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정 교수에 따르면 과거에는 어휘나 문장 수준의 평가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상황에 맞게 언어를 사용하는 '화용'이나 읽기 능력 등을 평가하는 검사 도구가 다양해졌다. 난독증 등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을 위한 지원도 확대되면서 평가와 치료를 받을 기회가 늘었다. 정 교수는 이러한 변화와 코로나19 시기의 언어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말문 트였다고 안심 금물… 학교 가서 드러나는 언어 문제
어릴 때 말이 늦었더라도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해지면 부모는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서는 더 복잡한 언어 능력이 요구되면서 이전에는 눈에 띄지 않던 어려움이 드러날 수 있다. 정경희 교수는 "학령기에 처음 발견되는 아이는 일상 대화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긴 이야기를 이해하거나 조리 있게 설명하기, 상황에 맞게 말하기, 읽기·쓰기처럼 더 높은 수준의 언어 능력에서 어려움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에는 읽기·쓰기를 배우고, 3학년 무렵부터는 글을 읽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활동이 늘어난다. 이때 언어 이해력이 부족하면 국어뿐 아니라 다른 과목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교사의 지시를 잘 따르지 못하거나 문장으로 된 수학 문제를 어려워하는 것도 단순히 집중력이나 학습 의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설명이나 문제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다만 학령기에 처음 발견됐다고 해서 언어 문제가 그때 새롭게 생겼다는 뜻은 아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뒤늦게 문제가 발견된 아이도 어릴 때 말이 다소 늦었던 경우가 적지 않다. 홍승빈 교수 역시 "영유아기에 발달센터 등에서 치료를 받아 왔음에도 정확한 의학적 진단을 받지 못한 채 뒤늦게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개선 가능… 조기 평가·치료 중요
언어발달 문제가 의심된다면 단순한 학습 부진으로 넘기지 말고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홍승빈 교수는 "언어발달 문제가 의심되면 언어 평가뿐 아니라 인지 평가를 포함한 전반적인 발달 평가를 시행하여 아동의 현재 발달 수준과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령기에는 어휘와 문장 표현뿐 아니라 이야기의 이해와 표현,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 읽기·쓰기 발달 등을 함께 평가한다. 치료는 아이가 어려움을 겪는 영역에 따라 달라진다. 대화에 어려움이 있다면 상대방의 의도를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대화하는 연습을 하고, 난독증이 확인된 경우에는 글자와 소리를 연결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익히도록 돕는다.
초등학교 입학 후 언어발달 문제가 발견됐더라도 적절한 중재를 통해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정경희 교수는 "적절한 중재를 받으면 충분히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며 "반대로 적절한 도움 없이 시간이 지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또래와의 격차가 커지고, 학습뿐 아니라 자신감과 정서 면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적 어려움이 보인다면 담임교사와 상의하고, 언어재활사 등 전문가에게 언어와 읽기·쓰기 발달을 함께 평가받을 것을 권했다.
◇우리 아이 언어발달 괜찮을까? ‘놓치기 쉬운 신호 5가지’
학령기 언어발달 문제는 말의 이해와 표현뿐 아니라 읽기·쓰기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모습이 있다고 모두 언어발달지연인 것은 아니지만, 어려움이 지속되거나 학교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긴 설명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교사의 긴 설명이나 여러 단계의 지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질문과 동떨어진 대답을 한다.
▶경험한 일을 설명하기 서툴다=주말에 있었던 일이나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순서대로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래와 대화하기 어려워한다=사용하는 단어가 또래보다 적거나 문법적 오류가 지속되고, 친구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끝말잇기 등 말놀이에 서툴다=말소리를 알아차리고 구분하는 놀이를 유난히 어려워한다. 이러한 능력은 글자를 읽는 능력의 기초가 된다.
▶읽기·쓰기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다=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거나 문장으로 된 수학 문제의 뜻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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