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8억 성과급에 마이크론 밀렸다…취준생들 “삼하떨마”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의 마이크론이 다음 달 서울에서 엔지니어를 공개 채용한다. 예년과 달리 ‘중고 신입’에까지 문호를 넓히는 등 메모리 수퍼사이클을 맞아 인재 확보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 대만법인은 오는 11월 23~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엔지니어 채용을 위한 현장 면접을 진행한다. 합격자는 마이크론 전체 D램 생산량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대만 팹(fab·반도체 제조공장)에서 근무한다.
그동안 마이크론은 한국에서 지원자를 사전 모집한 뒤 하루 동안 대학 캠퍼스에서 현장 면접을 진행해왔다. 한 차례 면접으로 곧바로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원스톱 채용’ 방식이다. 2024년에는 부산대·경북대·건국대, 지난해에는 서울대·고려대·한양대 등 주요 대학을 돌며 인재를 선점했다.

하지만 올해는 캠퍼스 밖으로 무대를 넓혔다. 장소를 대형 전시장인 코엑스로 옮기고 면접 기간도 사흘로 늘렸다. 지원 대상도 확대했다. 지난해까지는 대학(원) 졸업예정자를 중심으로 모집했다면 올해는 경력 2년 이하 지원자도 받는다. 관련 경험과 실무 능력을 갖춘 경쟁사 인재까지 끌어들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마이크론의 대학 리쿠르팅 현장 면접에는 수백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올해도 마이크론 실적 개선에 보상 확대까지 제공하면서 지원자가 대거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 22일 전 세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회사 이익과 연동하는 성과급 제도 신설을 발표했다. 마이크론 본사 관계자들도 지난달 인재 채용과 공급망을 점검하기 위해 잇따라 방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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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격차에…취준생 “삼하떨마”
하지만 국내 반도체 취업시장의 분위기가 예년과 다소 달라졌다는 평가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보상이다. 메모리 호황을 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크게 늘면서 마이크론과의 격차도 벌어졌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7억~8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반면, 마이크론은 1억5000만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과거에는 메모리 3사의 성과급 격차가 지금처럼 크지 않은 가운데, 해외 근무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부각됐다. 외국계 반도체 기업에서 경력과 어학 능력을 쌓은 뒤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로 옮기는 경로가 커리어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가족 단위 이주자에게는 자녀의 해외 교육 기회도 장점으로 꼽혔다. 올해 초 삼성전자 파업 국면에서 한 삼성전자 직원이 사내 게시판에 마이크론 이직을 권하는 글까지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른 기류가 읽힌다. 서울대 박사급 지원자 박모(29)씨는 “요즘 취준생 사이에서는 ‘삼하떨마’(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떨어지면 마이크론에 간다는 뜻)란 얘기도 나온다”며 “국내 기업들의 처우가 좋아지면서 굳이 해외 기업으로 갈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4~16일 코엑스에서 열린 ‘SEDEX(반도체대전) 2026’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부스는 취업준비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삼성도 인공지능(AI)·반도체 경쟁을 뒷받침할 인재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 등 19개 관계사는 24~25일 이틀간 하반기 공채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실시했다. 향후 5년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 아래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품 사업과 AI, 바이오 등 미래 성장 분야의 인력을 늘리고 있다.

기존 핵심 인력의 보상 체계도 손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연구소 내 차세대 D램·낸드플래시 개발 인력을 ‘코어팀(Core Team)’으로 묶고, 개발 목표를 달성하면 연구소 소속이라도 메모리사업부와 같은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연구소 인력이 ‘공통조직’으로 분류돼 특별경영성과급을 메모리사업부의 약 70% 수준으로 받는 구조였다.
SK하이닉스는 채용 문턱과 평가 방식을 개편했다. 지난 6월 학력 제한을 전면 폐지한 데 이어 이번 신입 채용부터 기존 20~30분 면접을 반나절 동안 과제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심층 면접’으로 바꿨다. 자기소개서를 없애는 대신 AI 활용 역량과 반도체 직무 전문성을 평가하는 별도 서식을 도입했다. AI 반도체 경쟁에 필요한 인재를 학력이나 이력보다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중심으로 가려내겠다는 취지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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