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쾌한 냄새 뿜는 ‘시한폭탄’…서울 한복판 23배 치솟았다

천권필 2026. 10. 2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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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대 기후테크센터 연구팀이 이동식 차량으로 서울 화력발전소 주변에서 메탄을 측정하는 모습. 천권필 기자

서울 마포구 한강변에 있는 서울화력발전소.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서울 37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기의 절반 정도를 생산하는 곳이다.

지난 13일 온실가스를 측정하는 서울대 기후테크센터 연구팀의 이동식 차량을 타고 발전소 주변을 돌았다. 강변북로에 진입하자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CH4)’ 수치를 나타내는 그래프가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 바람의 방향이나 날씨에 따라 지점은 다르지만, 꾸준히 고농도의 메탄이 관측되고 있어요. 발전소 어디에선가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이 새고 있다는 증거죠. "
주재원 서울 기후테크센터 연구조교수가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기후테크센터 측정 결과, 이곳에선 배경 농도(일반 대기 중 농도)의 23.7배에 달하는 최고 5만1950ppb의 메탄이 관측됐다. 주 교수는 “발전소 운영 중에 안전을 위해 배관을 비우는 ‘퍼징(purging)’ 작업을 할 때 메탄이 한꺼번에 뿜어져 나오면서 농도가 치솟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색무취한 LNG에 냄새가 나도록 부취제(附臭劑)를 첨가하는데 이 정도로 고농도가 포착될 때는 불쾌한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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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발전소·산업단지서 고농도 메탄 확인


메탄은 기후변화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이산화탄소보다 단기간에 훨씬 강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대기 중에 머무르는 기간은 짧지만, 지구온난화지수(열을 가두는 능력)는 20년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한다.
기후변화재단과 서울대 기후테크센터가 이동식 측정 차량을 통해 분석한 전국 메탄 핫스팟 지도. 기후변화재단·서울대 기후테크센터

기후변화재단과 서울대 기후테크센터가 2023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주요 산업단지와 LNG 발전소·생산기지 등 16곳을 대상으로 메탄 농도를 측정한 결과, 모든 지점에서 배경 농도를 웃도는 메탄이 관측됐다. 일부 지점에서는 배경 농도의 20배가 넘는 고농도 메탄이 포착되기도 했다. 전국 단위로 메탄 농도를 측정해 분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측정 결과 수도권에 있는 LNG 발전소에서 높은 메탄 농도가 측정됐다. 인천의 한 LNG 발전소에서는 14.1배의 고농도 메탄이 관측됐으며, 경기 동두천과 성남 소재 LNG 발전소에서도 메탄 농도가 4배 이상 치솟았다. 메탄을 추적하는 해외 위성에서도 지난해 인천 LNG 발전단지에서 ‘메탄 구름’이 포착되는 등 대규모로 메탄이 누출된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카본매퍼가 지난해 2월 위성 관측을 통해 인천 LNG 발전단지에서 메탄 구름을 포착했다. 카본매퍼 제공


산업 단지 중에서는 충남 서산의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석유화학 공장에서 5만1802ppb(배경농도 대비 25.2배)의 메탄이 관측돼 가장 높은 메탄 농도를 기록했다. 정수종 기후테크센터장(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은 “이번 결과는 설비와 배관 등에서 인지하지 못한 메탄 누출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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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 누출 막으면 연료비 5300억 절감”


인천 LNG 발전단지. 천권필 기자
문제는 석탄 발전을 없애는 등 에너지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LNG 발전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메가프로젝트 추진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LNG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 상황이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메탄 누출을 줄이지 않을 경우 기후변화 대응에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 센터장은 “정확한 측정과 지속적인 현장 관측을 통해 시설별 메탄 배출 특성을 파악하고, 확인된 배출원은 누출 탐지 및 수리(LDAR) 등 구체적인 감축 조치로 연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메탄 누출을 막을 경우 연간 5300억 원의 연료비 절감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후변화재단 사무국장은 “최근 국제 LNG 시장에서 공급망의 메탄 배출 투명성과 감축 역량이 중요해지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전문가·기업과 실효성 있는 측정·보고·검증 및 감축을 위한 법·제도 마련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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