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매장 개성 그대로”…코카콜라가 해방촌에 스며든 방식

임유정 2026. 10. 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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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의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해방촌은 코카콜라의 국내 유입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코카콜라 마케팅팀 관계자는 "협업 공간은 가게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코카콜라를 녹여냈다"며 "상인회의 목소리를 기본으로 전문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획일적인 브랜드 디자인을 적용하는 대신 각 점포가 지닌 고유한 분위기와 개성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상수 코카콜라 마케팅 시니어 디렉터는 "지난해 신흥시장에서 시작한 인연이 올해 이웃 해방촌까지 이어지게 돼 기쁘다"며 "많은 분들이 신흥시장에서 해방촌까지 천천히 걸으며 맛있는 음식과 코카-콜라를 즐기고, 골목 곳곳의 매력을 직접 경험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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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 이어 올해 해방촌으로 협업 확대
점포별 특색 반영…공간 조성 비용 전액 부담
상설 벽화부터 특별 메뉴까지…볼거리·먹거리 더해
서울 용산구 해방촌 신흥시장 입구 모습.ⓒ코카콜라

해방촌의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마치 이국적인 작은 마을에 들어선 듯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붉은 벽돌 건물 사이로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저마다 다른 개성을 뽐내는 식당과 카페들이 골목을 채웠다.

머리 위로는 ‘1953 신흥시장’이라고 적힌 붉은색 간판이 방문객을 맞았다. 투명한 지붕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골목을 비추고 방문객들은 곳곳을 둘러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오래된 시장 특유의 정취에 새로운 감각이 더해지면서 과거와 현재가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1953년 문을 연 신흥시장은 오래된 재래시장의 정취와 개성 강한 맛집, 이국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주목받아 왔다. 외신에서 ‘서울의 숨은 보석’으로 소개될 만큼 독특한 매력을 지녔지만 가파른 언덕길에 자리한 탓에 접근성이 떨어지고 홍보에도 한계가 컸다.

이러한 신흥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나선 곳이 바로 ‘코카콜라’다. 해방촌은 코카콜라의 국내 유입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해방 직후 미군을 통해 한국에 처음 들어온 코카콜라가 80여 년이 흐른 지금 용산 미군기지 인근에서 지역 상인들과 협업에 나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코카콜라가 음식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전개하는 ‘코크 앤 밀’(Coke & Meal) 캠페인의 일환이다. 코카콜라는 방문객들이 각양각색의 음식과 가게를 즐기며 코카콜라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이번 협업을 기획했다.

서울 용산구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역 상인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코카콜라
신흥시장 상인회가 코카콜라와의 협업에 감사의 뜻을 담아 마련한 전시 공간. 코카콜라와 함께한 프로젝트의 기록을 담은 사진과 영상 등을 만나볼 수 있다.ⓒ코카콜라

지난 23일 기자는 신흥시장을 찾았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신흥시장 내 18개 점포와 손잡고 골목 브랜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올해는 이 공간에 상인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전시를 추가로 선보이는 한편, 상인회도 코카콜라 직원들을 위한 별도의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첫해 점포별 개성을 살린 공간 조성에 집중했다면 신흥시장의 가진 스토리를 알리는데 조금 더 집중한 것이다. 전시 공간에는 3대째 같은 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부터 해외에서 건너와 새로운 터전을 일군 상인까지 10여 명의 사연을 담은 포스터와 필름 3편에 담았다.

한편에는 상인들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는 화면도 설치돼 방문객들이 이들의 삶을 더욱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상인회가 마련한 별도 공간에는 코카콜라와 함께한 프로젝트의 기록을 사진으로 담아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울 용산구 신흥시장 내 태국 음식점 ‘팟카파우(PAD KA PAW)’ 입구. 오래된 건물의 분위기를 살려 목재 장식과 계단에 코카콜라 로고를 새겨 넣었다.ⓒ임유정 기자

◇ 자세히 봐야 보이는 코카콜라…“골목 개성 살렸다”

이날 둘러본 매장 곳곳은 기자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코카콜라 하면 떠오르는 상징색이자 강렬한 붉은색이 시장 곳곳을 뒤덮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대신 기존 매장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간판과 소품 등에 브랜드 요소를 자연스럽게 입혔다.

획일적인 디자인을 적용하는 대신 점포마다 지닌 고유한 개성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각 매장의 특성과 분위기를 고려해 브랜드 요소를 접목한 것이다. 어떤 곳은 코카콜라 로고를 전면에 내세운 반면 다른 곳은 자세히 살펴봐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특히 공간 조성에 필요한 비용은 코카콜라가 전액 부담했다. 기존 시설에 브랜드 로고를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점포별 요구에 따라 어닝과 간판을 새로 제작하거나 테이블을 설치하는 등 실질적인 환경 개선도 함께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미국식 중화요리를 선보이는 주점 ‘H5NG(홍)’은 매장 전면에 중국어로 코카콜라를 뜻하는 ‘可口可乐’ 문구를 붉은색과 초록색 네온사인으로 표현했다. 중국풍 등롱과 어우러져 기존 인테리어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꾸몄다.

태국 음식점 ‘팟카파우(PAD KA PAW)’ 역시 기존 공간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건물 입구에 코카콜라 로고를 새긴 목재 장식을 설치하고 계단에도 로고를 은은하게 새겨 넣었다. 오래된 외벽과 나무 문틀에 어울리도록 색감과 질감을 조화시켰다.

코카콜라 마케팅팀 관계자는 “협업 공간은 가게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코카콜라를 녹여냈다”며 “상인회의 목소리를 기본으로 전문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획일적인 브랜드 디자인을 적용하는 대신 각 점포가 지닌 고유한 분위기와 개성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코카콜라가 프랑스 출신 아티스트 레옹 모카와 협업해 새롭게 단장한 서울 용산구 해방촌 신흥로 일대 건물 외벽. 사진은 벽화 (왼쪽)새 단장 전과 후 모습.ⓒ코카콜라

◇ 코카콜라 협업 확대…신흥시장 넘어 해방촌으로

특히 올해는 협업의 반경이 더욱 넓어졌다. 지난해 신흥시장에서 시작한 지역 상인들과의 협업을 이웃 해방촌 골목으로 확장했다. 피자오, 타코스탠드, 한신옹기 등 추가 매장 18곳이 참여하는 가운데 10월 말 기준 15곳의 공간 브랜딩을 완료했다.

협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해 신흥시장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노후화된 점포의 외관을 개선하면서도 시장 고유의 분위기를 살린 점이 상인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를 지켜본 해방촌 상인들도 협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올해 사업이 확대됐다.

이곳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신흥시장에서 해방촌 골목으로 이어지는 길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거리의 풍경과 상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장에 숨겨진 코카콜라 로고를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상수 코카콜라 마케팅 시니어 디렉터는 “지난해 신흥시장에서 시작한 인연이 올해 이웃 해방촌까지 이어지게 돼 기쁘다”며 “많은 분들이 신흥시장에서 해방촌까지 천천히 걸으며 맛있는 음식과 코카-콜라를 즐기고, 골목 곳곳의 매력을 직접 경험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방촌에서도 각 상점의 개성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일례로 모로코 출신 사장이 운영하는 샌드위치 가게 ‘카사블랑카’에는 아랍어로 표현한 코카콜라 로고와 이국적인 문양, 따뜻한 색감을 활용해 모로코 특유의 빈티지한 분위기를 담아냈다.

코카콜라의 지원에 화답하기 위해 특별 메뉴를 선보인 상인들도 있었다. 해방촌의 젤라또 전문점 ‘코타티’는 코카콜라에 체리 콩포트를 넣은 바닐라빈 젤라또를 띄운 ‘코크 플로트’를 선보였다. 콜라의 청량감과 젤라또의 부드러움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메뉴다.

변화는 개별 점포에만 그치지 않았다. 골목을 걷다 보니 건물 외벽을 장식한 형형색색의 벽화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관계자는 프랑스 출신 작가 레옹 모카와 함께 신흥로에 상설 벽화를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해 새로운 벽화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코카-콜라 X 해방촌' 프로젝트에 참여한 해방촌 상인들이 콜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코카콜라

오준석 해방촌 골목형상점가 상인회장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대기업이 들어오면 해방촌만의 색깔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상인들도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신흥시장에서 기존 점포의 개성을 살리면서 노후 시설을 개선한 사례를 보고 기대감이 커졌고 실제 해방촌에서도 지역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우려가 해소됐다”고 웃어보였다.

상권 활성화에 따른 임대료 상승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해방촌은 약 10년 전부터 상인과 건물주들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협력해 온 지역이다. 이들은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고 기존 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힘써 왔다.

오 회장은 “해방촌은 오래전부터 건물주와 상인들이 함께 상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곳”이라며 “건물주들도 벽화 설치 등 환경 개선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이러한 상생 문화가 코카콜라의 프로젝트 취지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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