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초록색’ 수술복을 입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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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에서는 '화이트 코트 세레모니'라고 해서 의료인으로서의 시작을 기념하며 흰 가운을 입혀주는 의식을 진행한다. 그런데 수술실에 들어가면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들은 흰색 대신 초록색 수술복을 입는다.
이후 미국 외과의사 해리 셔먼이 1910년대 흰색 수술실과 초록색 수술실을 함께 운영한 뒤 의료진이 초록색 수술실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푸른빛이 들어간 초록색 직물이 수술포와 수술복 등에 적용되면서 흰색을 밀어내고 초록색이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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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900년대 초반 수술실은 전체적으로 흰색에 가까웠다. 의료 현장의 청결과 위생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과학이 발달하며 수술실이 점차 밝아졌다. 인공조명이 나날이 환해지자 흰색 표면에서 빛이 강하게 반사됐다. 이에 붉은 수술 부위를 집중해서 보던 의사가 고개를 들면 강한 반사광 때문에 순간적으로 눈이 부셨다.
학술지 ‘마취 및 집중치료(Anaesthesia and Intensive Car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20세기 초 흰색이 많았던 수술실의 반사광은 의료진에게 눈부심과 피로를 일으켰다. 이후 미국 외과의사 해리 셔먼이 1910년대 흰색 수술실과 초록색 수술실을 함께 운영한 뒤 의료진이 초록색 수술실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푸른빛이 들어간 초록색 직물이 수술포와 수술복 등에 적용되면서 흰색을 밀어내고 초록색이 자리를 잡았다.
수술실에서 초록색을 많이 사용하는 또 다른 이유엔 ‘색 잔상’이 있다. 빨간색 물체를 한동안 뚫어져라 본 뒤 흰 벽으로 시선을 돌리면, 실제로는 없는 초록빛이나 청록빛이 어른거릴 때가 있다. 앞서 본 색의 흔적이 눈에 잠시 남는 것이다. 수술실에서는 의료진이 붉은 피와 분홍빛 장기 조직을 오랫동안 바라보기 때문에 흰색 배경에서는 이런 잔상이 시야를 방해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우리 눈의 망막에는 색을 구별하는 ‘원추세포’가 있다. 특정한 색을 계속 바라보면 그 색이 가진 정보를 받아들이던 원추세포가 점차 그 자극에 익숙해진다. 이를 ‘색 순응’이라고 한다. 이때 갑자기 흰색처럼 여러 색의 빛이 섞인 곳을 보면 직전까지 바라본 색에 대한 반응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다른 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다른 색이 눈앞에 남은 것처럼 보인다.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사이콜로지(Communications Psycholog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특정 색을 한동안 보여준 뒤 눈앞에 여전히 보이는 색을 물어본 결과, 실제로는 없는 다른 색이 잔상처럼 나타난 사례가 많았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눈의 원추세포가 앞서 본 색에 적응하면서 생긴다고 설명했다.
초록색을 사용하는 이유는 수술 부위와 색 대비를 만드는 데 유리해서다. 수술하는 집도의의 시야에는 붉은 근육과 혈액뿐 아니라 분홍빛 혈관, 노란 지방 등 여러 색이 뒤섞여 있다. 그래서 이와 다른 계열의 초록 배경을 사용하면 경계가 뚜렷해져 알아보기 쉽다. 학술지 ‘성형외과학 기록(Archives of Plastic Surger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검은 실, 분홍색 혈관, 노란 지방, 붉은 근육, 혈액이 있는 수술 시야를 재현해 배경색을 비교했더니, 초록색과 파란색 배경에서 혈관, 지방 등 수술 대상이 보다 명확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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