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개발의 그늘, 해체 위기 내몰린 교회들

신상목 2026. 10. 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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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진안공공택지지구 교회협의회(교회협의회, 대표회장 장세욱 목사) 소속 목회자들이 23일 오전 7시, 경남 진주시 충의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 앞에서 차가운 아침 바람을 맞으며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3기 신도시 화성진안공공택지지구 개발로 사업구역 내 14개 교회가 강제 철거 위기에 처했다.

목회자들은 이번 사태가 화성진안지구 14개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3기 신도시를 비롯한 대한민국 개발 지역 전체 교회가 겪는 구조적 비극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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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가상각 족쇄에 건축비 턱없이 부족…성도 50% 급감 공동체 붕괴 직면
LH 미온 대처에 신도시 종교 공동체 고사 위기
장세욱(가운데) 대표회장과 교회협의회 소속 목회자들이 시위에 앞서 경남 진주 LH 본사 정문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다.

경기도 화성진안공공택지지구 교회협의회(교회협의회, 대표회장 장세욱 목사) 소속 목회자들이 23일 오전 7시, 경남 진주시 충의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 앞에서 차가운 아침 바람을 맞으며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전날인 22일 저녁 진주에 도착해 밤을 지새운 목회자들은 출근길 LH 임직원들을 향해 “교회 공동체를 해체하는 일방적 수용 행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3기 신도시 화성진안공공택지지구 개발로 사업구역 내 14개 교회가 강제 철거 위기에 처했다. 

화성진안공공택지지구 교회협의회 장세욱(가운데) 대표회장과 소속 목회자들이 23일 오전 경남 진주시 충의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교회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저희는 신도시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지역 발전과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공익적 목적에도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익과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교회들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고 실질적 대안을 외면한다”며 “이는 ‘공익과 정책의 가면을 쓴 약탈’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공익사업이 진정한 공익으로 인정받으려면 개발의 성과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서도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장 목회자들이 마주한 가장 큰 장벽은 턱없이 낮은 보상 체계다. 현행 법령은 노후도를 이유로 건물에 가혹한 감가상각을 적용해 건물 보상가가 실제 재건축 비용에 비해 턱없이 낮다. 반면 새로 조성되는 종교 부지 분양가는 시세와 조성원가를 반영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결국 기존 교회가 받은 보상금만으로는 대체 부지 매입과 예배당 재건축이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장세욱 대표회장이 23일 국민일보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 대표회장은 LH 사장 앞으로 발송한 요구사항 공문을 들어 보이며 “쥐꼬리만 한 보상금으로는 폭등한 땅값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교회가 막대한 빚더미에 앉거나 해체될 처지”라고 밝혔다.

장세욱 기산교회 목사(교회협의회 대표회장)는 “수십 년간 지역사회를 섬겨 온 교회를 일반 상업 건물처럼 감가상각하는 보상 방식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쥐꼬리만 한 보상금으로는 폭등한 땅값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교회가 막대한 빚더미에 앉거나 해체될 처지”라고 말했다. 

장 목사는 “교회는 취약계층 돌봄과 푸드뱅크, 지역아동센터, 작은 도서관 등을 도맡아 온 공공시설”이라며 “존치를 우선 검토하고 이전이 불가피하다면 사업 구역 내 동등한 대토와 건물 신축 지원, 종교 부지 내 10% 부속 근린생활시설(지역아동센터·카페 등) 허용, 주택법 등 상위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발 계획이 발표된 이후 교회들이 겪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도 극에 달했다. 강제 이주에 대한 불안과 수억 원대의 건축 빚 부담 탓에 성도들이 50% 이상 줄어들며 공동체 와해 위기가 현실화됐다. 

박종선 화성 주사랑교회 목사가 진주 LH 본사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교회협의회 소속 교회 중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성 주사랑교회(박종선 목사)의 사연은 비극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박종선 목사는 과거 서울 대치동 재건축 당시 종교 부지 분쟁과 불합리한 법적 판결로 뼈아픈 시련을 겪었다. 이후 ‘빚 없는 목회’를 펼치겠다는 일념으로 전 재산을 정리해 경기도 화성으로 교회를 이전했다. 

지역 소외계층 구제 사역에 헌신하며 화성시 모범 시민상까지 수상했으나 또다시 신도시 수용이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재개발 이슈가 반복되자 박 목사의 건강은 심각하게 악화됐고 성도들은 깊은 낙담에 빠졌다. 새로 온 성도마저 건축 빚을 우려해 교회를 떠났다. 박 목사는 “몸과 마음이 너무 고통스럽다. 물질적 보상보다 성도들과 함께 온전히 예배드릴 수 있는 목회 환경을 희망한다”고 토로했다.

교회협의회는 화성시 반월동 늘푸른교회, 안양 언약교회, 수원 예수사랑교회, 서울 거암성결교회 등 타 재개발 사업지구에서 대토와 교회 신축을 지원한 명백한 행정 선례가 있다고 짚었다. 

LH 관계자는 이날 “존치 여부는 관련 법령 등을 검토 중이며 대상자 등과 지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지만 대체 토지 공급이나 임시 예배 처소 제공 등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구체적인 협의 계획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목회자들은 이번 사태가 화성진안지구 14개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3기 신도시를 비롯한 대한민국 개발 지역 전체 교회가 겪는 구조적 비극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많은 지역 교회가 불합리한 보상 규정과 임시 처소 부재 속에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 셈이다. 

진주=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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