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역사왜곡이라는 아이들... '박정희 포럼'에 보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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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보 양보해서 음모론일지언정 역사 왜곡일 순 없다고 단정했더니, 아이들은 그 둘이 동의어 아니냐고 반문했다.
영화 제작자와 출연 배우들에 대한 야당 정치인들과 보수 시민단체의 공격은, 거칠게 말해서, 그들이 신격화한 박정희와 육영수를 향한 종교적 숭배 의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역사 왜곡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두고 너희들과 갑론을박하는 건 무의미할 성싶다. 이번 포럼 관련 기사를 통해 보았듯,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가 반영된 교과서의 서술과 사법적 판단과 배치되는 주장을 내놓는 게 바로 역사 왜곡이다. 저들이 5.16을 혁명으로, 박정희를 혁명가로 규정하는 것이야말로 명백한 역사 왜곡인 셈이다."
영민한 아이들은 5.16을 혁명으로, 박정희를 혁명가로 규정하는 저들이 앞장서 <암살자(들)>을 역사 왜곡 영화로 낙인찍은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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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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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9월 28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역사 왜곡"이라며 가세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을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 당한다.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다"라며 비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들)' 포스터. 2026.9.28 |
| ⓒ 연합뉴스 |
백 보 양보해서 음모론일지언정 역사 왜곡일 순 없다고 단정했더니, 아이들은 그 둘이 동의어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금까지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영화 <암살자(들)> 이야기다. 이 영화를 봤다는 아이들은 거의 없지만, 역사를 왜곡한 작품으로 믿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되는 황당한 콘텐츠 때문이다. SNS에다 야당 정치인들과 보수 언론까지 합세한 '낙인찍기'가 적어도 10대 아이들에게는 확실히 먹혀든 모양새다. 보지도 않았으면서, 영화의 줄거리는 물론, 어느 대목이 역사 왜곡에 해당하는지 지적하는 아이도 있다.
몇 시간짜리 영화도 몇 분짜리 '밈'으로 감상하는 세대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동서양 고전도 몇 페이지 분량의 요약본으로 읽고, 다각적인 관점과 분석이 필요한 국내외의 소식도 스크롤 한 번으로 정리되는 카드 뉴스로 접한다. 무조건 짧은 게 '선'이고, 긴 건 '악'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졸지에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을 대표하는 영화가 됐다. 교사에겐 이들의 맹목적이고 그릇된 인식을 어떻게든 설득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자면 아이들과의 토론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당장 역사 왜곡의 사전적 의미부터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객관적으로 존재했던 과거의 검증된 사실이나 기록을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은폐, 조작, 또는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진실을 잘못 전달하는 행위.
영화 속 장면 그 어디에도 이러한 역사 왜곡의 정의에 부합하는 건 없다. 역사 왜곡 영화라고 단정하는 이들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진실을 잘못 전달하고 있다'는 식으로 호도하지만, 전제부터 틀렸다. 육영수 피격 사건은 진실을 '제대로 검증한'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당시의 진실을 취재하고 검증하려는 기자들과 검증을 방해하려는 정부와의 대립과 갈등을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도, 실제 역사에서도 정부가 이겼다.
그런데도 이 작품을 역사 왜곡 영화라고 주장하려면, 당시 진실의 검증을 막았던 정부부터 질타해야 옳다. 제대로 밝혀진 게 없는 의혹투성이 사건이다 보니, 온갖 음모론이 횡행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는 이유로 진실을 덮고 가자는 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영화 제작을 통해 육영수 피격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점은 상찬할 일이지,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영화 제작자와 출연 배우들에 대한 야당 정치인들과 보수 시민단체의 공격은, 거칠게 말해서, 그들이 신격화한 박정희와 육영수를 향한 종교적 숭배 의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인 중에 입만 열면 '고통스러웠던 과거는 잊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 가자'고 부르대는 이들이 있다. 언뜻 바른말 같은 그 언동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들은 과거에 악행을 저질렀거나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큰 자들이다. 고통스러웠던 과거에 대한 진상규명과 화해 없이는 희망찬 미래가 올 수 없다는 건 동서고금에 진리다.
인물이든, 사건이든, 역사적 진실에 다가서려는 노력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정치적 목적의 유무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당위 앞에서는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정치적 의도가 우려된다면, 정치인들이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온전히 역사학계에 맡기면 된다.
아이들과 살펴본 '혁명가 박정희 포럼'
역사 왜곡에 대해 굳이 사전적 의미까지 들춰가며 설명해 보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영화 <암살자(들)> 하면 역사 왜곡이라는 단어부터 떠올린다. 마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모두 코끼리만 떠올리게 되는 식이다. 이른바 '프레임 효과'는 이토록 무섭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싶어 좌고우면하던 차에 더 없이 유용한 기회가 돌연 찾아왔다. 역사 왜곡의 정확한 개념을 이보다 더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소재는 없다는 생각에 무릎을 쳤다. 시의적절하게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과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큰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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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명가 박정희 학술포럼'에서 우종철 (사)박정희정신연구소 이사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뉴라이트 계열 인사를 대표하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현행 교과서에 서술된 박정희 관련 내용을 완전히 뒤집었다. 군사 정변을 혁명으로 규정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3선 개헌'과 '10월 유신'을 두고도 불법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역사학계는 물론, 사법적으로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명백한 위헌적 행위로서 무효'라고 명토 박은 사건을 대놓고 부정한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5.18 민주화운동 재조명 국회 공개 포럼'에서도 발제자로 나서서 5.18을 '열흘 간의 소요 사태'로 규정한 바 있다. 곧, 5.18 민주화운동은 잘못이고 '광주 사태'로 부르는 게 맞다는 뜻이다. 당시에도 여당은 물론, 자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에 뒤이은 토론자들은 더더욱 거리낌이 없었다. 주익종 이승만 학당 이사는 유신이 대한민국의 원형을 만들었다고 주장했고, 김영삼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최광 대구대 교수는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을 향해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고 고백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산업화를 했기 때문에 그 혜택을 받은 화이트칼라들이 1980년대에 민주화운동을 할 수 있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까지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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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일 국회에서는 '혁명가 박정희'를 주제로 한 포럼이 열렸다. 새역사국민운동과 사단법인 박정희정신연구소, 영호남상생발전포럼 등 극우 단체들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포럼에서는 군사쿠데타와 유신 독재를 정당화하고 국민 주권을 모독하는 시대착오적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
| ⓒ 새역사국민운동 |
이렇게 매조지며 역사 왜곡에 대한 아이들과의 말씨름을 끝냈다. 영민한 아이들은 5.16을 혁명으로, 박정희를 혁명가로 규정하는 저들이 앞장서 <암살자(들)>을 역사 왜곡 영화로 낙인찍은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얄궂게도, 이번 포럼을 주최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과 보수 시민단체에 머리 숙여 감사해야 할 판이다.
사족.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박정희의 장기 독재를 두고 "유능하고 강건하고 도덕적인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은 역사에서 드물게 누리는 축복"이라고 말했다.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민주주의의 가치와 헌법 질서를 훼손하고 인권을 유린한 독재자의 지배를 축복으로 여기는 그와 지지자들의 심리가 궁금해졌다.
[관련기사] 2026년 국회에서 '혁명가 박정희' 연호라니 https://omn.kr/2k8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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