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거대한 국수가락이 빼곡... 온갖 주상절리 다 모인 곳

최한결 2026. 10. 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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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신혼여행으로 아이슬란드를 다녀왔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 조용한 마을 풍경을 바라본 뒤, 이곳의 랜드마크인 '새알 도로(Eggin í Gleðivík)'로 향했다.

아이슬란드의 일부 도로는 F-road라고 불리며 4륜 자동차만 진입할 수 있지만, 이곳은 다행히 F-road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았다.

스투드라길은 거대한 주상절리가 협곡 양쪽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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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밴 타고 아이슬란드 간 신혼부부⑤] 동부 피오르 500km, 스투드라길과 데티포스까지

지난 8월 신혼여행으로 아이슬란드를 다녀왔습니다. 7일간 캠퍼밴으로 작은 모험을 떠나며 마주한 풍경과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기자말>

[최한결 기자]

▲  스톡스네스로 향하는 길. 짙은 안개가 껴있다.
ⓒ 최한결
이날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오래 운전해야 하는 날이었다. 아이슬란드 동부의 피오르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는 계획으로 운전시간만 약 7시간, 500km를 넘게 달려야 했다.

피오르는 빙하가 깊게 깎아 만든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길고 좁은 만이다. 아이슬란드 동부에선 이런 피오르가 해안을 따라 이어져 있어, 이날은 산과 바다 사이를 오르내리며 긴 거리를 달려야 했다.

이른 아침 일어나 적당한 곳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생각으로 보온병에 뜨거운 물만 담고 빠르게 길을 나섰다. 첫 목적지는 스톡스네스(Stokksnes)였다. 뾰족하게 솟은 산봉우리 베스트라호른(Vestrahorn)과 검은 모래 해변이 어우러진 절경으로 유명해 기대했던 곳이었다.

스톡스네스로 향하는 진입로는 비포장 도로였는데, 가는 내내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다. 이 상태로는 도착하더라도 베스트라호른의 산봉우리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여행,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컵라면
▲  작은 어촌 듀피보구르
ⓒ 최한결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 위에서 아내와 고민한 것도 잠시, 결국 과감하게 운전대를 돌렸다.

아이슬란드에서 며칠을 지내다 보니 모든 계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날씨가 워낙 수시로 바뀌다 보니, 좋지 않으면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괜찮아지면 어디든 차를 세워 풍경을 즐기는 식으로 여행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날은 앞으로 달려야 할 길도 500km 가까이 남아 있었으니, 더 좋은 풍경을 만날 기회도 충분할 것 같았다.

베스트라호른을 포기하고 1시간 30분가량을 달려 동부 피오르에 위치한 마을 듀피보구르(Djúpivogur)에 도착했다. 듀피보구르는 인구 400명 남짓의 작은 어촌이다. 워낙 작은 마을이다 보니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다. 높은 곳에 올라 조용한 마을 풍경을 바라본 뒤, 이곳의 랜드마크인 '새알 도로(Eggin í Gleðivík)'로 향했다.
▲  듀피보구르의 명물 새 알 도로
ⓒ 최한결
새알 도로는 말 그대로 해안도로를 따라 새알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다. 이곳 인근에 둥지를 트는 새들의 알을 본떠 만든 34개의 조형물이 도로를 따라 놓여 있고 각각의 알에는 새의 종류가 적혀 있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인근에 둥지를 트는 새 34종의 알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대단한 관광지는 아니었지만, 작은 항구 마을과 알 모양의 조형물이 꽤 귀여웠다. 이곳 사람들의 새를 사랑하는 마음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  옥시패스 초입, 산으로 오르는 비포장 도로다
ⓒ 최한결
짧은 듀피보구르 구경을 마치고 다시 차에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태껏 경험한 도로 중 가장 거친 비포장 도로가 나왔다. 옥시 패스(Öxi Pass)라고 불리는 939번 도로다. 아이슬란드 동부를 가로지르는 20km 정도의 산길인데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링로드(1번 국도)보다 이동 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아이슬란드의 일부 도로는 F-road라고 불리며 4륜 자동차만 진입할 수 있지만, 이곳은 다행히 F-road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비포장 산길이라는 사실은 그대로였다.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도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 오르지 않아, 운전석 왼쪽으로 뜻밖의 풍경이 펼쳐졌다. 계획에 없었던 폴랄다포스(Folaldafoss)라는 폭포였다. 누군가 비스듬하게 쌓아놓은 테이블 같은 지층 사이로 한 줄기 폭포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폭포 상단부는 짙은 안개에 가려져 뚝 잘린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그 모습이 더욱 신비롭게 느껴졌다.
▲  안개로 더 신비한 느낌을 주는 폴랄다포스, 앞에는 피크닉 테이블이 놓여있다
ⓒ 최한결
이곳에는 작은 주차장과 피크닉을 할 수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마침 아침과 점심 사이, 이때다 싶어 아침에 챙겨온 보온병을 꺼내 컵라면에 부었다. 물이 약간 식어 면이 덜 익기는 했지만 아내와 웃으며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김치라면을 싹 비웠다. 우리가 지금껏 먹어본 라면 가운데 가장 환상적인 경치를 바라보며 먹은, 그리고 가장 맛있었던 컵라면이 아닌가 싶었다.

컵라면을 다 먹고 고개를 돌리니 옥시 패스를 따라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연신 올라오는 차량들이 보였다. 주차장 도로 한켠에는 이 도로의 건설에 기여한 인물을 기리는 작은 기념물도 자리하고 있었다.

산을 넘을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
▲  옥시 패스를 만든이를 기리는 기념물(좌) /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던 컵라면(우)
ⓒ 최한결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고 다시 캠퍼밴에 올랐다. 어느 정도 비포장 도로를 달려온 탓에 차는 이미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옥시 패스를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는데 순간 이게 맞나 싶었다. 조금 전 폴랄다포스 위를 뒤덮고 있던 안개 속으로 우리가 직접 들어가고 있었다.
▲  옥시 패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데,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야 한다.
ⓒ 최한결
앞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좌우로는 울타리도 없는 가파른 비탈이 이어졌다. 경사는 어찌나 가파른지, 나중에 찾아보니 일부 구간은 경사가 20%까지 된다고 한다.
타이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속도를 줄여 올라가는데, 뒤에서 온 현지 차량 한 대가 우리 옆을 쏜살같이 추월해갔다. 이런 도로에서 추월이라니, 순간 눈을 의심했다.
▲  안개를 뚫고 나오니 믿기 힘들게 맑아진 도로
ⓒ 최한결
얼마나 비포장 산길을 올랐을까. 놀랍게도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산 하나를 넘어오자 전혀 다른 날씨가 나타났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슬란드에 온 뒤 가장 화창한 날씨를 맞기 시작했다.
같은 도로가 맞나 싶을 정도로 푸른 고원지대가 펼쳐졌다. 잠시 차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니 맑고 푸른 물이 흐르고 있었다.
▲  잠시 차를 멈추고 바라본 풍경
ⓒ 최한결
아내와 둘이서 연신 "이게 뭐야? 이게 뭐지? 진짜인가?"를 외쳤다. 그동안 어두컴컴한 날씨 속 고생했던 것이 보상받는 듯했다.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까지 풍경이 달라질 수 있다니 놀라웠다.
다음 목적지는 아이슬란드 동부의 작은 마을 세이디스피외르뒤르(Seyðisfjörður)였다. 에일스타디르(Egilsstaðir)라는 나름 비교적 큰 도시를 지나 다시 높은 산길을 넘어야 만날 수 있는 마을이었다.
▲  옥시패스와는다른 느낌의 에일스타디르-세이디스피외르뒤르를 연결하는 도로
ⓒ 최한결
두 도시를 잇는 93번 도로는 약 27km 길이로, 에일스타디르에서 출발해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해발 620m까지 올라간 뒤 세이디스피외르뒤르의 피오르를 향해 가파르게 내려간다. 짧은 거리 안에서 피오르의 풍경이 극적으로 펼쳐지는 길이다. 아름다운 풍경 덕에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주인공 월터가 롱보드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내려가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우리 역시 울타리 없는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갔는데 그래도 비포장인 옥시 패스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느낌이었다.
▲  산 곳곳에 폭포가 흐르는 풍경
ⓒ 최한결
세이디스피외르뒤르로 내려가는 산길은 지금까지 봐온 곳과는 또 달랐다. 고갯마루를 지나 피오르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하자 산비탈 곳곳에서 폭포 줄기가 흘러내렸고, 깊은 피오르와 그 끝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이 멀리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이디스피외르뒤르는 아이슬란드 동부 피오르 가장 안쪽에 위치한 작은 항구 마을이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알록달록한 목조 건물과 예술적인 분위기로 잘 알려져 있다.
▲  세이디스피에르뒤르의 교회와 무지개길
ⓒ 최한결
특히 하늘색의 교회와 그 앞에 이어진 무지개길이 대표적인 풍경이다. 무지개길은 2016년 마을 주민들이 직접 도로를 무지개색으로 칠하면서 만들어졌고, 지금의 명소가 됐다.

교회 앞에는 작은 호수가 있었는데, 드론을 날리는 연습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는 여유로운 현지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도 잠깐 앉아 기나긴 이동 중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에 올랐다.

달릴 때마다 만나는 폭포, 또 폭포
▲  구푸포스라는 이름의 폭포,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촬영지다.
ⓒ 최한결
세이디스피외르뒤르를 떠나 다시 에일스타디르 방향으로 향했다. 산길을 오르던 중 여러 대의 차가 도로 옆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도 궁금한 마음에 차를 세우기로 했다.
도로 옆에서 바로 만날 수 있는 구푸포스(Gufufoss)라는 폭포였다. 구푸포스는 아이슬란드어로 '증기 폭포'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본 거대한 폭포들에 비하면 작아 보일 수도 있지만, 폭포에서 튀어 오르는 물보라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름 역시 폭포 주변을 감싸는 물보라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  굽이굽이 내려오는 류칸다포스. 아래쪽의 보랏빛 꽃이 매력을 더한다
ⓒ 최한결
에일스타디르 방향으로 돌아와 다시 메인 도로인 링로드, 1번 국도를 탔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또 하나의 폭포가 눈에 들어왔다. 류칸다포스(Rjúkandafoss)였다. 지금까지 봐온 폭포들은 직선으로 떨어졌다면, 이곳은 굽이쳐서 떨어진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주변엔 작은 보랏빛 꽃까지 피어 있어 거친 폭포와 묘한 대비를 이뤘다. 비슷하면서도 저마다 이름과 매력을 가진 수많은 폭포들, 아이슬란드 여행 내내 폭포를 하나씩 수집하는 듯한 기분이 참 좋았다.

지리 선생님이 사랑할 나라

다음 목적지는 스투드라길(Stuðlagil)이었다. 스투드라길로 향하는 길에선 양 세, 네 마리가 도로를 막고 서 있는 경험도 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운전하다 보면 때때로 마주치는 모습이다. 잠시 기다리자 양들은 천천히 도로 밖으로 빠져나갔다.
▲  다양한 주상절리를 만날 수 있는 스투드라길
ⓒ 최한결
▲  다양한 주상절리를 만날 수 있는 스투드라길
ⓒ 최한결
스투드라길은 거대한 주상절리가 협곡 양쪽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곳이다. 주상절리는 뜨거운 용암이 식고 수축하는 과정에서 규칙적인 균열로 생기는 기둥이다. 스투드라길에서는 이 기둥들이 협곡 양쪽을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이어져 있었다.
우리는 스투드라길의 서쪽 전망대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전망대 쪽으로 걸어가자 아래로 깊게 파인 협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닥 일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위에 올라서니 순간 다리가 후들거렸다.
▲  다양한 주상절리를 만날 수 있는 스투드라길
ⓒ 최한결
사실 제주도에서도 주상절리를 여러 번 봤지만, 이곳의 주상절리는 지금까지 본 것과 완전히 달랐다. 누군가 철근 다발을 한꺼번에 뭉쳐서 휘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거대한 국수가락이 땅속에서 뽑혀 나오는 모습 같기도 했다. 곧게 솟아 있는 기둥부터 옆으로 누운 기둥, 짧게 끊긴 기둥,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는 기둥까지 형태도 제각각이었다. 말 그대로 주상절리의 온갖 모습을 한자리에서 보는 듯했다.
▲  주상절리를 관찰하는 여행객들
ⓒ 최한결
아내와 계속해서 "지리 선생님들이 정말 좋아하겠다"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다 보니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빙하와 화산 지형이 계속해서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지리교육을 전공한 것도 아니지만, 내가 만약 지리 교사라면 학생들에게 꼭 한번 보여주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긴 하루의 끝, 다시 폭포
▲  유렵에서 가장 강력한 폭포 데티포스
ⓒ 최한결
어느덧 늦은 오후였지만 이날의 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꼭 들러야 할 곳이 남아있었다. 데티포스(Dettifoss)다.

데티포스로 향하는 길은 평평한 평원의 연속이었다. 한참을 달리는데 저 멀리에서 뿌연 무언가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물보라인지, 구름인지 쉽게 구분하기 어려웠다. 아내와 "저기만 비가 오는 건가?" 하고 한참 추측했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정체가 조금씩 분명해졌다. 깊게 파인 협곡 아래에서 엄청난 물보라가 위로 솟구치고 있었던 것이다.

데티포스 주차장에서는 폭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걷기 시작하자 낮고 묵직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폭포에 가까워질수록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 데티포스는 엄청난 수량으로 인해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폭포'로 소개되는 곳이다. 높이 약 45m, 폭 약 100m에 이르며 초당 약 200㎥의 물이 떨어진다고 한다.

▲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폭포, 데티포스ⓒ 최한결

그 명성에 걸맞게 데티포스는 아름답다기보다 무섭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탁한 황갈색 물이 절벽 아래로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렸고, 폭포 가까이에서는 옆 사람의 말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물보라에 몸이 휩쓸릴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이미 여러 폭포를 봤지만 데티포스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강 하나가 통째로 절벽 아래로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세상에서 가장 큰 수도꼭지를 최대한으로 틀어놓은 것 같기도 했다.
▲  데티포스의 물보라가 만들어낸 무지개
ⓒ 최한결
데티포스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같은 강의 상류에 있는 셀포스(Selfoss)를 만날 수 있다. 셀포스로 향하던 중 뒤를 돌아보니 데티포스의 물보라 사이로 무지개가 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무섭다고 느꼈던 폭포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무지개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묘했다.

셀포스는 높이가 약 10m로 데티포스보다 낮지만,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넓게 펼쳐져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줬다. 엄청난 힘으로 한곳에 쏟아져 내리는 데티포스를 보고 난 뒤라 그런지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느껴졌다. 같은 강인데도 불과 몇 분을 걸어왔을 뿐인데 전혀 다른 모습의 절경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셀포스까지 둘러보고 캠퍼밴으로 돌아왔을 때는 몸이 제법 무거워져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운전과 걷기를 반복했으니 당연했다.

▲ 데티포스와 같은 강에 있는 셀포스ⓒ 최한결
▲  여러갈래로 떨어지는 셀포스
ⓒ 최한결
이제 정말 마지막 목적지, 이날 밤을 보낼 미바튼(Mývatn)로 달렸다. 저녁이 돼 마트에 들러 먹을 것을 사고 캠핑장에 도착한 뒤에야 이날의 긴 이동이 끝났다. 햄버그스테이크와 소시지, 그리고 또 컵라면으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 밀린 빨래까지 맡기고 나니 비로소 하루가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날 하루에만 5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렸다. 아침에는 안개 때문에 기대했던 베스트라호른을 포기했고, 옥시 패스에서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비포장 산길을 달렸다. 그러다 산 하나를 넘자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이 나타났다. 피오르드 깊숙한 작은 마을을 지나고, 이름도 모른 채 만난 폭포에 차를 세웠으며, 거대한 주상절리 협곡을 지나 마지막에는 데티포스의 압도적인 물줄기까지 마주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시작한 하루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오히려 이날만큼 다양한 아이슬란드의 모습을 한꺼번에 만난 날도 없었다.
▲  미바튼에 도착했을 때, 미바튼 호수 뒤로 해가 지고 있다.
ⓒ 최한결
▲  아이슬란드 여행 1~5편의 이동 동선. 여행 경로에 대한 개략적인 표시이며, 실제 도로, 경로와는 차이가 있다.
ⓒ AI제작(Chat 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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