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무렵 퇴사 후 인수한 카페에서 시작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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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전합니다.
미셸은 퇴사 후 3년 전 문 닫을 위기에 처한 동네 카페를 인수하며 자기 일을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카페랑 서점을 하다니 정말 낭만적이다'라고 해요. 겉으로는 낭만적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은 그렇지 않아요. 종일 설거지를 하고, 화장실을 치우고, 세금과 보험, 아르바이트생 스케줄까지 챙겨야 해요. 비가 일주일 내내 와서 손님이 없으면 불안해지기도 하고요."
《 group 》 성공담이 아닌 시작담 : https://omn.kr/group/bside_club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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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전합니다. 원하는 일이 있는데 두려워서 시작을 망설이는 2030에게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기자말>
[허정은 기자]
한국 밖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요? 거리 풍경도, 사람들도 어딘가 낯설지 않은 대만 거리를 걷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우리와 비슷하게 일하고 있을까? 퇴사 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어떻게 일할까?'
타이베이 중산구 솽롄, 폭이 6미터밖에 되지 않는 좁은 골목에서 카페와 서점을 운영하는 미셸(Michelle)을 만났습니다. 미셸은 퇴사 후 3년 전 문 닫을 위기에 처한 동네 카페를 인수하며 자기 일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는 지난 9월 28일 아침, 갓 구운 빵과 방금 내린 라테 향이 나는 '아워스 인 하우스(Hours in House, 好人好室) 카페에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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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타이베이 위치한 Hours in House 카페에서 미셸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 ⓒ 허정은 |
"3층에는 카페, 2층에는 서점이 있어 커피와 차, 책 한 권과 함께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이에요. 가게 영업시간 외에는 커뮤니티 허브(community hub)로 여러 커뮤니티 활동이 열려요."
- 들어오자 마자 따스한 햇살과 초록 식물들이 반겨주는 게 너무 좋아요. 이 공간에서는 어떤 커뮤니티 모임이 열리나요?
"멸종위기 동물 보호 전시, 그림 모임, 골목 시음회 등 다양한 모임이 열려요. 요즘은 여성 임파워먼트 워크숍이 한 달에 한 번 열리고, 다음 주에는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이벤트가 하나 있죠. 지난해 추석에는 지역 주민들과 과일 포멜로를 활용해서 에센셜 오일과 손 세정제를 만드는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 한 공간 안에서 모임, 카페, 책 등 다양한 이야기가 섞여 있네요.
"공간은 그릇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공간은 그냥 공간일 뿐이지만, 그 안에 사람이 있으면 살아나요. 다양한 문화와 아이디어가 들어오면 공간이 가득 차고 매력적으로 변하니까요."
-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지켜가며 함께 운영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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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 공간에 올라가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햇살이 비치는 창 |
| ⓒ 허정은 |
"솔직히 책 판매만으로는 수익을 내고 공간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요. 전자책을 많이 읽게 되면서, 종이책이 많이 팔리지 않거든요. 그런데 여전히 저는 월세도 내야하고,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죠. 그러니 책도 팔면서, 전시도 하고, 커피도 팔며 수입과 의미 사이 균형을 맞추는 거예요. 게다가 서점은 아침이나 늦은 밤에는 그냥 비어 있어요. 그 시간까지 공간을 알차게 쓰고 싶었어요."
- 수입을 늘리기 위해 이윤이 더 많이 남는 것을 시도해 볼 생각은 없으세요?
"책 대신 스티커나 문구류를 팔면 더 많이 팔리겠죠. 하지만 서점이라는 정체성을 위해 공간의 일정 부분은 꼭 책을 위해 남겨두는 거예요. 대신 유연하게 운영하죠. 이벤트가 있으면 책을 잠깐 옆으로 치우고 워크숍을 여는 식으로요."
불안할 때도 있지만, 매력적인 일
- 저도 언젠가 이런 공간을 운영하고 싶은데요. 커뮤니티 공간이 금전적으로 지속 가능한 일인지 궁금해요.
"정말 어려워요. 이벤트로도, 카페로도 돈 벌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마치 시소처럼 운영비와 이윤 사이에 균형을 맞추고 있는 거라서 월세가 오르면 위험해져요."
- 균형이 아슬아슬한데도, 수익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뭔가요?
"제가 이걸 할 수 있는 건 그동안의 직장 생활로 이미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이 있기 때문이에요. 또 따로 투자도 하고 있고, 남편도 경제적으로 안정감을 줘요. 월세 낼 돈이 절박했다면 늘 불안하고 걱정만 했을 거예요."
- 경제적으로 준비되어 있는 것이 안정감을 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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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색 식물들이 앞에 자리한 카페 전경 |
| ⓒ 허정은 |
"배운 적은 없어요. 마케팅이나 작은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조금 알았지만, 신경 써야 하는 자잘한 일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죠. 공간 관리부터 직원 월급, 세금, 보험 등 온갖 것들이 있어요."
- 3년 동안 공간을 운영해보니 어떠세요?
"사람들은 '카페랑 서점을 하다니 정말 낭만적이다'라고 해요. 겉으로는 낭만적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은 그렇지 않아요. 종일 설거지를 하고, 화장실을 치우고, 세금과 보험, 아르바이트생 스케줄까지 챙겨야 해요. 비가 일주일 내내 와서 손님이 없으면 불안해지기도 하고요."
- 그래도 즐거운 순간이 있다면요?
"이벤트나 전시를 열고, 좋아하는 작가들과 일할 때요. 사람들을 만나 지적인 대화를 나누는 건 저한테 아주 매력적인 일이에요."
사람이라는 재산
- 주변에 비슷한 길을 걷는 사람이 있었나요?
"가족과 친구들 중에 이런 작은 사업을 하는 건 저 혼자예요. 대부분 대학이나 기업에서 전문직으로 일하거든요. 그래도 다들 많이 지지해 줘요. 정말 운이 좋죠."
- 새로운 길에 도전하기 전에 불안하진 않으셨어요?
"저는 거의 마흔 살에 이 일을 시작했어요. 20대나 30대였다면 1년 하고 '못 하겠다' 했을 거예요.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이었는데, 그 시기에 시작한 게 저를 더 편안하고 자신감 있게 만들어 줬어요. 저한테는 안전하다고 느끼는 게 정말 중요했어요."
- 한국에서는 정해진 길에서 한번 벗어나면 다시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불안이 커요. 지금도 회사로 돌아갈 자신이 있으세요?
"예전과 같은 일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여러 사람, 여러 단체와 일하고 있어서 '당신과 일하고 싶어요'라고 하면 기회를 줄 거라는 자신감은 있어요."
- 사회로부터 계속 '돈을 더 많이 버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사실 좀 불안해져요.
"알아요. 같이 졸업한 동료들과 비교되면 자존감이 많이 낮아지죠. 제 남편도 늘 '우리 회사에 와서 같이 일할래?'라고 해요. 급여도 훨씬 많고, 주말에는 쉴 수 있으니까요. '왜 설거지하면서 재능을 낭비해?'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저는 계속 설득해요. 이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적어도 손해는 안 보고 있다고요."
- 돈 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도 가치를 두고 계신 것 같아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만 다른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는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아요.
"저는 대학교수이신 부모님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고 배우며 자랐어요. 지금 저는 그걸 실천하고 있어요. 사회적 안전망도 일종의 재산이에요."
- 돈이 아니라 사람으로 쌓은 안전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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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 카운터에 서 있는 미셸님 |
| ⓒ 허정은 |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축복 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1년간 인터뷰를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 보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좋아하는 경험을 차츰차츰 연결하다 보면 어느새 그것을 일로 만들어 볼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죠.
미셸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내 가치를 지키는 데 현실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것입니다. 둘째는 좋아하는 일을 해낼 수 있는 나 자신을 믿어 주는 것입니다. 험난한 세상에서도 좋아하는 것을 잃지 않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bside_seoul 인스타그램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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