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쇼티지가 부른 HBM 설계 변화… 삼성 파운드리 주목받는 까닭
HBM 적층 단수 낮추자 베이스 다이 수요 폭증… 파운드리 팹 가동률 지탱
3D D램·zHBM 논의 속 원팀 턴키 시너지 부각… 블렌디드 ASP 견인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전 세계적인 D램 공급 부족이 인공지능(AI) 핵심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설계 지형을 바꾸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기술적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D램 수급난과 단가 급등 탓에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HBM 적층 단수를 하향 조정하고 나선 가운데 전체 시스템 용량을 메우기 위한 베이스 다이(Base Die) 발주량이 급증하는 역학 관계가 형성된 결과다. 여기에 연산 칩과 메모리 간의 물리적 장벽을 허무는 3차원 적층 D램과 zHBM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한 지붕 아래 둔 삼성전자의 원스톱 '턴키(Turn-key)' 경쟁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 D램 품귀가 촉발한 적층 다운… HBM 개수 늘자 '베이스 다이' 수요 폭증
23일 반도체 설계 및 파운드리 업계에 따르면 유례없는 D램 쇼티지 현상으로 인해 차세대 AI 가속기를 개발하는 글로벌 빅테크 진영에서 HBM의 패키징 방식을 유연하게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극심한 D램 품귀로 인해 16단 등 초고적층 제품의 조달 단가가 치솟고 가용 물량이 빠듯해지자 8단이나 12단 등으로 적층 단수를 낮춰 시스템을 설계하는 고육책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주목되는 점은 이러한 적층 단수 하향이 파운드리 사업부에는 뚜렷한 수주 호재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AI 연산에 필요한 동일한 전체 메모리 용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적층 단수가 낮아진 만큼 탑재되는 HBM 패키지 개수 자체를 늘려야 한다. HBM 패키지 숫자가 늘어나면 HBM 최하단에서 연산 프로세서와 D램 간 통신을 제어하는 로직 다이 즉 '베이스 다이'의 물리적 소요량 역시 정비례해 폭증하게 된다.
특히 6세대 HBM4부터는 베이스 다이 제작에 기존 메모리 공정이 아닌 4나노미터(nm) 등 선단 파운드리 로직 공정이 필수적으로 적용된다. HBM 완제품 단위당 들어가는 파운드리 웨이퍼 투입량이 크게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최근 테일러 팹 감가상각비 등으로 수익성 회복 속도가 완만한 삼성 파운드리 라인에 든든한 물량 버팀목을 제공하며 팹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D램 설계 변화와 더불어 연산 칩과 메모리 사이의 데이터 병목을 뜻하는 '메모리 벽(Memory Wall)'을 돌파하기 위한 차세대 아키텍처 논의도 파운드리의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기존 인터포저 기반 2.5차원(2.5D) 패키징의 한계를 넘어 가속기 로직 다이 위에 메모리를 수직 결합하는 3D 적층 D램과 'zHBM' 도입이 급물살을 타면서다.
3D 입체 적층 구조는 단순한 D램 제조 기술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 로직 웨이퍼와 메모리 웨이퍼를 구리 배선으로 직접 맞붙이는 하이브리드 본딩 등 첨단 파운드리 미세 트랜지스터 제조 공정과 이종 집적 패키징 기술이 완벽하게 융합돼야만 수율을 확보할 수 있다.
◆ '메모리 벽' 허물 3D D램·zHBM… 삼성 원팀 턴키 가치 부각
이는 삼성전자가 내세울 수 있는 핵심 차별화 포인트로 꼽힌다. TSMC와 SK하이닉스가 서로 다른 회사 간 이종 협력 모델을 통해 공정 조율과 패키징 인터커넥트 최적화에 상당한 리드타임을 소모해야 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D램 설계부터 선단 파운드리 로직 다이 생산 및 첨단 3D 패키징까지 사내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독자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비록 파운드리 사업부 자체의 단기 흑자 전환 속도가 완만하게 전개되더라도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아우르는 원팀 턴키 비즈니스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개별 부품 단위의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선단 파운드리 베이스 다이와 차세대 HBM을 묶음 패키지로 제안함으로써 글로벌 AI 팹리스 고객사들과의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특히 적극적인 메모리 가격 인상 기조 속에서도 파운드리 연계 턴키 모델을 지렛대 삼아 업계 최고 수준의 '통합 납품 단가(블렌디드 ASP)'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어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품 공급사에 머물지 않고 고객 맞춤형 커스텀 HBM 솔루션을 턴키로 일괄 공급하는 체제를 안착시킴으로써 시장 점유율 방어와 수익성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램 쇼티지가 부른 HBM 설계 다변화와 3D 수직 적층 트렌드는 파운드리가 단순 수탁생산을 넘어 차세대 고부가 메모리 성능을 완성하는 핵심 열쇠가 됐음을 의미한다"라며 "삼성 파운드리가 메모리 사업부와의 턴키 시너지를 앞세워 빅테크의 맞춤형 수요를 흡수한다면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과 메모리 시장 주도권 강화를 동시에 이뤄내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 파운드리, 테일러 팹2 투자 가속화…추가 고객 확보 시험대 [반도체레이다]
- 머크 신임 CEO 첫 방한… "텅스텐 깰 '몰리브덴' 충북 음성서 양산"
- 삼성전기, 엔비디아와 맞손… 세종·부산에 전용 팹 짓고 AI 기판 장기 공급
- "車반도체 국산화, 개발만으론 부족"…팹리스·파운드리, 수요 연계 협력 강조
- "비싸서 못 넣는다"… AI 빅테크도 무릎 꿇린 메모리 품귀 '디스펙' 덫
- HBM 쏠림에 구형 DDR4 마저 폭등… SEDEX서 격돌한 삼성·SK 차세대 3D 메모리 [위클리반도체]
- "HBM 다음은 3D"… 삼성 'zHBM' vs 하이닉스 'HBF' 맞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