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판결문 62건 분석, 가장 분통 터진 대목은..."

이영광 2026. 10. 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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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등 친족에 의한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여러 번 들어갔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아동이 사망하기도 한다.

지난 16일 방송된 KBS 1TV <추적 60분> '지옥이 된 집, 왜 아이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나' 편에서는 천안의 한 교회에서 외조모와 살던 아동이 사망한 사건을 시작으로, 여러 아동학대 사건을 통해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모색해보았다.

"현장에 제일 먼저 갔어요. 처음 제가 아이템 발제할 때 생각했던 아이템은 천안 11세 아이 사망 사건하고 양주 3세 아동학대치사 사건을 처음부터 제가 마음속에 두고 있었고요. 왜냐하면 두 사건의 공통점이 사전에 신고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사망한 사건이었기 때문에요. 그래서 그 사건 현장을 먼저 갔어요. 준수의 경우는 그 집에 가서 편지를 먼저 썼고, 그리고 천안은 사건 현장이었던 교회를 찾아가서 아이를 기억하는 이웃들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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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460] KBS 1TV <추적 60분> 임효주 PD

[이영광 기자]

부모 등 친족에 의한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여러 번 들어갔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아동이 사망하기도 한다.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은 과연 막을 수 없을까?

지난 16일 방송된 KBS 1TV <추적 60분> '지옥이 된 집, 왜 아이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나' 편에서는 천안의 한 교회에서 외조모와 살던 아동이 사망한 사건을 시작으로, 여러 아동학대 사건을 통해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모색해보았다. 자세한 취재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20일 서울 용산역에서 해당 회차를 연출한 임효주 PD와 만났다. 다음은 임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나도 두 아이의 엄마, 단신으로만 묻어둘 수 없었다"
▲  임효주 PD
ⓒ 이영광
- 아동 학대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제가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그래서 아동 학대 뉴스를 볼 때마다 그냥 넘겨지지 않고 마음 아프게 읽혔습니다. 그런데 사건 보도는 나오지만 후속 보도나 심층 보도는 별로 없었습니다. 알아보니 가정 내에서 일어난 암수범죄(드러나지 않은 범죄)라 후속 취재가 너무 어려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니, 천사 같은 아이들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사망했다는 단신만 나가기에는 그 죽음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취재가 어렵더라도 아이들의 죽음과 그 이후 처리가 어떻게 됐는지 꼭 취재하고 싶었습니다.

취재하기 전에는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가 이렇게 많고 처벌이 이렇게 약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을 보호해 주어야 할 부모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시작했는데, 취재해 보니 가해자 처벌도 약하고 아이들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은 채 묻히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되어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 고의로 학대 하는 경우 말고 훈육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경우도 있을까요?

"훈육하다가 아이가 사망할 정도라면 훈육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이번 취재를 하며 부모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무엇이 학대이고 무엇이 진짜 교육인지 잘 모르고 하다가 우발적으로 사고가 나는 경우도 간혹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동 학대를 막으려면 훈육과 학대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부모에게 먼저 교육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 취재를 위해 맨 처음 무엇을 하셨나요?

"현장에 제일 먼저 갔어요. 처음 제가 아이템 발제할 때 생각했던 아이템은 천안 11세 아이 사망 사건하고 양주 3세 아동학대치사 사건을 처음부터 제가 마음속에 두고 있었고요. 왜냐하면 두 사건의 공통점이 사전에 신고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사망한 사건이었기 때문에요. 그래서 그 사건 현장을 먼저 갔어요. 준수의 경우는 그 집에 가서 편지를 먼저 썼고, 그리고 천안은 사건 현장이었던 교회를 찾아가서 아이를 기억하는 이웃들을 만났습니다."

- 천안의 한 교회에서 아동 학대로 사망한 희망이(가명)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 사건이 우리나라 아동 학대 시스템의 허점을 총체적으로 보여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사망하기 전에 네 번의 신고가 있었고, 피해 아동이 '학교 밖 아이'가 된 것도 아동 학대 신고 전력이 있는 외조모가 취학 면제를 신청했는데 그대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교육청조차 그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또 아이가 학대로 지체 장애가 생긴 것인지, 원래 있던 장애가 더 심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나이대의 아이가 1년 넘게 정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모두 묵인되는 사회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아동을 얼마나 촘촘하게 보호하지 못하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 준다고 느꼈습니다."

- 아동 학대 신고가 있었는데도 조치가 안 된 이유가 있었나요?

"저도 그 지점이 가장 의문이었습니다. 우선 목사라는 사회적 지위가 주는 신뢰감과 선입견 때문에, 우리 사회가 정신지체가 있는 아이의 말보다 목사의 진술을 더 신뢰했던 것 같습니다. 또 아이가 가해자로 목사가 아닌 외조모를 지목해서 외조모만 퇴거시켰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조금 더 종합적으로 들여다봤다면, 외조모가 사실상 교회에서 함께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과 외조모와 목사의 관계까지 살펴봤을 것이고, 그랬다면 피해 아동을 교회로 돌려보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종합적인 고려를 하지 못한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 학대 주체는 외조모고 목사는 방치한 건 아닌가요?

"상당수 제보자는 목사가 오히려 외조모에게 학대를 시켰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외조모가 아이를 학대하지 않으면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가 학대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제보였습니다. 제가 수사 기관이 아니라서 확정해 말할 수는 없지만, 목사는 직접 학대를 한 사실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고, 학대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제보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 또 다른 사례인 준수(가명) 이야기도 나옵니다. 준수 어머니를 인터뷰하셨는데, 어땠나요?

"준수 어머니 섭외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석 달 전에 편지를 써서 넣었고,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다는 정보를 듣고 찾아가 설득해 어렵게 만났습니다. 그런데 가정을 보호하기 위한 발언을 많이 하셨고, 전문가들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이를 언제 목격했느냐고 물으니 화장실에서 남편이 축 늘어진 아이를 물로 닦고 있는 장면부터 봤다고 했는데, 한 전문가는 남편이 이름을 부르고 그사이 아이를 안고 가 씻겼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말이 되는지 의심스럽다고 했습니다. 방송에는 내보내지 못했지만, 이처럼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말이 상당히 많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준수 외에 아이가 3명 더 있어 친모는 양육해야 한다는 이유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준수가 이미 사망했으니 남편을 두둔하고 가정을 지키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상당수가 거짓 증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어머니도 학대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있을까요?

"저희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검찰은 최소한 방조는 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포렌식 결과를 보면 남편이 아이의 머리를 휴대폰으로 때리며 '오빠가 맞아도 아플 거야'라고 말한 적도 있어서, 어머니도 남편의 학대 정황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편의 학대를 방임한 혐의를 받고 있고요.

방송에는 넣지 못했지만, 아이가 사망하기 전에 가정폭력 신고가 두 번 있었습니다. 신고 녹취록에는 남편이 목을 조르려 한다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물었더니 무엇 때문에 신고까지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인터뷰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남편을 보호해 가정을 지키려는 의지가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 준수 아버지와 편지로 인터뷰하셨잖아요. 어땠나요?

"전문가들이 준수 아버지의 편지를 세세히 분석했지만 방송에는 넣지 못했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편지에는 허점이 많았습니다. 친부는 아이가 넘어지는 것을 자신이 봤고,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아이를 물로 닦고 있었다고 썼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넘어지는 것은 보지 못하고 소리만 났다고 하기도 하고, 뒤에서 넘어지는 것을 봤는데 소리가 나서 돌아봤다고 하기도 해 진술이 모순됩니다.

또 친부는 아이에게 '티라노 선물을 사서 갈게, 곧 만나자'고 썼습니다. 한 전문가는 아이가 이미 사망했는데도 살아 있는 아이에게 쓴 것처럼 표현했고, 아이에 대한 사랑이 명절에 선물 주는 정도에 그치는 가치관의 한계가 드러난다고 분석했습니다."

"보호자가 가해자... 재판에서 아이 대변해 줄 사람 없어"
▲  <추적 60분> 의 한 장면
ⓒ KBS
- 아동 학대 사망 관련 판결문 62건을 직접 전수 분석하셨습니다. 생후 3세 미만 아동 학대 사망 사건 부모의 평균 형량이 6.8년에 그쳤다는 수치가 매우 충격적인데, 판결문을 분석하면서 가장 분통이 터졌거나 납득하기 어려웠던 대목은 무엇이었나요?

"아이의 죽음도 슬프지만, 죽음 이후의 재판 과정도 안타까웠습니다. 죽은 아이의 보호자가 이미 가해자라서 아이를 대변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남은 증거는 부검 결과서와 아이 몸에 남은 흔적뿐입니다. CCTV 같은 직접 증거가 있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고, 부검 결과만으로는 유죄 판결이 나지 않는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 때문에 정황이나 의심 소견만으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받기도 하고, 유죄가 나와도 형량이 일반 살인죄에 비해 상당히 낮습니다."

- 왜 그런가요?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 살해죄가 신설됐습니다. 그 전에는 일반 살인죄로 처벌했고, 감형 사유가 상당히 폭넓게 인정됐습니다. '초범', '반성하고 있다', '살해의 고의를 단정하기 어렵다' 같은 이유였습니다. 게다가 아이는 이미 죽었고 직접 증거도 없다 보니, 가해자인 부모가 유죄를 부인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자기기만에 빠져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었습니다."

- 가정 내 폭력에 대해서 법적 제약이 없나요?

"제가 알기로는 학교와 마찬가지로 가정 내 체벌도 법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2021년에 민법상 부모 징계권 조항이 폐지되면서, 그동안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가정에서 행해지던 체벌도 법적 근거를 잃었고 아동 학대 범죄로 분류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 그런데 왜 없어지지 않는 거죠?

"부모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인터뷰한 한 시민은 '낳았다고 다 부모가 아니고, 아이를 기른다고 다 부모가 아니다'라고 토로하셨습니다. 양육에 대한 인식은 사회적 지위와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 지도층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도 직업적으로는 의식이 높을 수 있지만, 부모로서의 정체성이나 양육 의식은 매우 낮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적 지위를 떠나 부모 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이를 기르는 일은 철학을 갖고 접근해야 하고, 아이를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는 점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우리 사회에는 아동 학대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층과 그렇지 않은 층이 나뉘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아이는 한두 대 때릴 수 있다', '때려서라도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층이 공존하는 만큼, 아동 학대의 개념과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보 공유가 됐더라면, 신고가 용이했더라면, 신고 후 분리 조치가 빨리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많습니다. 방송에 나온 빛나(가명) 선생님은 분리 조치가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아 위험을 느낀 개인이 직접 아이를 보호해야 할 정도였다며 답답함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분리 제도와 신고자 보호 장치가 잘 작동하는지, 분리 이후 재판 과정에서 피해 아동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지, 사건의 전 과정에서 아동 학대의 특수성에 맞게 대응하는지 총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천안 사건의 피해 아동이 학대 현장이었던 교회에서 뛰쳐나와 구조 신호를 보냈던 장면을 떠올려 주셨으면 합니다. 장애가 있고 말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구조 신호를 놓치고 있는지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 방송에 담지 못한 것 중 공유할 만한 게 있다면요?

"성인이 된 아동 학대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도 취재했지만, 방송 분량상 넣지 못했습니다. 학대는 어릴 때 일어났고 10년, 20년이 흘렀지만, 그분들은 아직도 그때의 상처를 안고 살고 계셨습니다. 어릴 때의 학대 경험으로 성인이 되어 자살을 시도한 분도 있었고, 어린 시절의 결핍 때문에 지금도 장난감에 집착해 계속 사는 분도 있었습니다. 사람을 잘 믿지 못해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둔 분도 있었습니다. 아동 학대는 어릴 때 잠깐 때리고 상처 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까지 인생 전반에 돌이키기 어려운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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