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 현장에 떴다…밤 골목 누비는 몸값 1억 순찰대 [르포]

지난 21일 오후 9시 40분 전남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인도. 소형 자동차 형태의 로봇이 빨간 경광등을 깜빡이며 도로를 오가고 있었다. 로봇은 “광산경찰서 순찰 로봇입니다. 순찰 활동 중입니다”라는 안내음과 함께 도로 위를 환하게 비췄다.
로봇은 ‘장윤기 사건’이 발생한 월계동 일대 300m를 구간을 오가며 열화상 카메라와 센서로 주변을 살폈다. 행인이 다가오자 로봇은 그 자리에 멈춰 섰고, 행인이 지나간 후 다시 움직이기도 했다. 20여분간 순찰을 마친 로봇은 인도 인근에 설치된 전용 충전소로 돌아가 충전에 들어갔다. 20분 뒤 다시 인도로 나온 로봇은 같은 구간을 오가며 순찰을 반복했다.
이 로봇은 광산경찰서가 시범 운영 중인 AI(인공지능) 순찰 로봇 ‘패트로버’다. 지난 5월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가 이채원(17)양을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이달 초부터 로봇 2대가 현장에 투입됐다. 사건이 발생한 월계동 일대와 황룡친수공원에 각각 배치돼 오후 6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순찰한다.
로봇은 가로 75㎝, 세로 1m 30㎝, 높이 1m 10㎝, 무게 120㎏으로 1대당 8000만~1억원으로 알려졌다. 로봇은 열화상 카메라와 불꽃 감지 센서 이용한 화재 감식 기능을 갖췄으며 쓰러진 사람을 감지하고 창문 깨지는 소리나 비명 같은 이상음도 구분한다. ‘비명소리’, ‘고함소리’, ‘사이렌소리’ 등으로 구분해 감지된다고 한다.

순찰 중 이상 상황이 감지되면 로봇 제작사와 광산경찰서, 지구대 등 3곳에 관련 정보가 전달된다. 경찰도 모니터링을 하지만 관제는 주로 제작사인 ㈜도구로보틱스가 맡고 있다. 로봇의 유지·보수·조작도 제작사가 담당한다.
순찰 로봇은 ‘장윤기 사건’ 이후 치안 취약지 순찰 강화를 위해 추진됐다. 임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광산을)이 내놓은 1호 생활밀착형 공약 중 첫 실행 사업으로, 경찰과 광산구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도입됐다.
패트로버는 당초 지난달 말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었으나, 문제점 개선과 자율주행에 필요한 정밀지도 구축(매핑) 작업 보완을 위해 투입이 미뤄졌다. 광산경찰서 관계자는 “당초 이달 20일 정상 운영을 예정했으나, 지난 5일부터 시범 운영 중”이라며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 특별히 ‘정상 운영’이란 표현은 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로봇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순찰 중인 로봇을 본 나승남(61)씨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장윤기 사건은 짧은 시간에 범행이 이뤄졌고, 차로 뒤쫓다가 차도에서 인도로 뛰어들어 계획적으로 범행했다”며 “차도와 인도를 가로막는 방호 울타리를 설치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했다.
주민 박효원(31·여)씨는 “순찰 로봇이 범죄 예방 차원에서는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며 “밤길에 로봇이 불을 밝히고 있으니 조금이나마 안심이 된다. 다만 순찰을 더 늦게, 자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순찰 로봇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패트로버는 카메라로 흉기를 든 사람도 인식할 수 있지만, 우산 등을 흉기로 오인하는 오류가 있어 해당 기능은 제외하고 현장에 투입했다고 한다. 짧은 순찰 거리와 시간·구역이 제한적이라서 실질적인 방범 효과를 내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광산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시범 운영 중으로 자율주행에 필요한 매핑 작업 등이 마무리 단계”라며 “로봇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으며, 자정 이후 순찰 등 운영 시간 확대 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남광주시=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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