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댐’에서 초과수익 가능?… 미래대응기금 ‘수익률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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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내년 162조원 규모로 출범하는 미래대응기금이 '수익률 딜레마'에 직면했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기금을 운용해 연 3.50~3.85% 수익률을 내면, 기금 도입 전과 비교해 연간 1조2400억~1조8000억원의 재정편익이 더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미래대응기금은 국가채무를 갚는 대신 적립하는 구조"라며 "기금의 실질적 수익률을 평가할 땐 명목수익률에서 국채 수익률 및 제반 비용을 뺀 값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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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62조3000억 규모로 출범
여윳돈 104조4000억 수익성 고심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재정댐’
단기·안전자산 위주로 굴려야
국채 상환 vs 과감한투자 ‘기로’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내년 162조원 규모로 출범하는 미래대응기금이 ‘수익률 딜레마’에 직면했다. 정부는 기금 중 45조4000억원을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우선 투입할 구상이다. 이어 12조5000억원으로 신규 국채 발행 물량을 줄이고, 나머지 약 104조원은 여윳돈으로 남긴다는 계획이다.
딜레마의 핵심은 104조원에 달하는 여유자금에 있다. 정부는 이 재원을 경제 상황에 맞춰 언제든 투입할 수 있는 ‘재정댐’으로 활용하면서도, ‘국채 이자율 이상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금의 ‘유연성’과 ‘수익성’은 상충할 수밖에 없어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재정댐 역할을 하려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단기·안전자산 위주로 운용해야 하지만, 이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장기·위험자산 투자에 나설 경우, 정작 필요한 시기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손실이 발생해 재정 운용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

2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정책 심포지엄’에서도 미래대응기금의 수익률과 기회비용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기금을 운용해 연 3.50~3.85% 수익률을 내면, 기금 도입 전과 비교해 연간 1조2400억~1조8000억원의 재정편익이 더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연 수익률 3.85%는 기획예산처가 제시한 수치고, 3.50%는 김 원장이 보수적으로 가정한 숫자다. 최대 1조8000억원의 재정편익은 기금 여윳돈에 연 2.53% 저수익에 머무는 지방·교육 재정안정화기금(64조2000억원)을 함께 묶어서 운용한다는 걸 전제로 한 금액이다.
하지만 최근 급등한 국채 이자율이 변수다. 국채 이자가 연 4.0%라면 기금으로 굴리는 것보다 국채를 상환하는 편이 수익률 측면에서 더 유리해진다. 이에 미래대응기금의 기회비용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미래대응기금은 국가채무를 갚는 대신 적립하는 구조”라며 “기금의 실질적 수익률을 평가할 땐 명목수익률에서 국채 수익률 및 제반 비용을 뺀 값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수익률 관건은 비교 잣대인 국채 이자율이 어디로 가느냐에 달렸다. 최근 국고채 3년물 이자율은 지난달 4%대로 치솟았고 이날도 3.8% 수준을 유지했다. 정부는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이달 국고채 발행 물량을 당초 계획보다 5조원 줄이기도 했다. 향후 대내외 금리 상승으로 국채 조달 비용이 더 높아지면 기금이 넘어야 할 ‘손익분기점’ 기준도 높아지게 된다.
다만 정부는 여윳돈으로 국채를 모두 상환해야 한다는 주장엔 선을 긋고 있다. 박성훈 기획처 미래대응기금추진단장은 심포지엄에서 “초과세수로 국채를 다 갚는다면 어떤 해엔 국채를 하나도 발행하지 않고 어떤 해는 갑자기 400조원을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며 “국채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이런 딜레마 속에 자산운용 체계를 고심하고 있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기금 수익률 목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박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보다 1.7% 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내겠다”고 언급했지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수익률을) 단언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며 톤을 낮췄다. 이어 “(기금 운용을 위해) 별도 전문 운용사를 둘지 연기금 투자풀을 활용할지, 안전·위험자산 비중을 어떻게 할지 등을 설계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기금 신축성과 수익률의 딜레마를 풀기 위해 기금 내 계정 분리와 운용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현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연구본부장은 “여유자금을 이원화해 세수결손 대응 버퍼(완충재원)는 단기 안전자산으로 운용하고, 나머지는 국채 발행 축소 등에 우선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용범 기획처 차관은 “(기금 신설이) 재정 제도에 있어 획기적 혁신인 만큼 보다 정교하고 투명하게 설계 및 운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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