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맥락, AI는 모른다…그런 저널리즘이 돈 된다

김기환 2026. 10. 2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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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회장은 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사로서 성공 비결은 저널리즘 그 자체”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저널리즘(언론 보도)은 돈이 되지 않는다? 이런 통념을 깬 신문사가 미국 뉴욕타임스(NYT)다. 올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송과 으름장으로 압박하는 상황에 굴하지 않고 특종 보도를 이어갔다. ‘스트롱맨’ 트럼프가 가장 껄끄러워하는 언론사다.

기업으로서 흥행에도 성공했다. 올 2분기(4~6월) 말 기준 유료 구독자가 1335만 명을 기록했다. 디지털 전용 구독자는 1280만 명이다. 1분기(1~3월)보다 28만 명 늘었다. 디지털 구독 매출은 1년 전보다 16.4%, 광고 매출은 20.7% 증가했다. 방한한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45) NYT 회장을 중앙일보와 코리아중앙데일리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NYT 서울지국에서 만났다.

김영희 디자이너

Q : 실적이 순항 중이다.
A : “언론사로서 성공하는 비결은 ‘저널리즘’ 그 자체다. 저널리즘에 점점 더 깊이 있게, 지속해서 투자하는 데에 있다. 저널리즘에 돈을 쏟아붓는 데 집착하는 신문사가 독자가 기꺼이 돈을 내고자 하는 신문사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저널리즘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좋은 저널리즘부터 만들어야 한다.”
“남들이 꺼리는 탐사보도, 우린 투자”

Q : 지난해 트럼프 정부 출범 뒤 비판 보도를 하는 언론이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는데.
A : “현대 역사상 어떤 미국 대통령도 이토록 노골적으로 반(反)언론적이지 않았다. 진실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언론사에 소송을 걸고, 법무부나 연방통신위원회(FCC) 같은 정부 기관을 동원해 공격한다. NYT는 부당한 권력에 침묵하거나 위축하기를 거부해 왔다. NYT의 임무는 대중이 필요로 하고, 마땅히 누려야 할 일(저널리즘)을 계속해서 수행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강한 사람에게 거침없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용기 있는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행운이다.”
그는 지난 3월 자사 팟캐스트 광고에 출연해 “우리 신문이 아니어도 좋다. 기자가 직접 사실에 기반을 둔 보도를 하는, 진정한 뉴스 기관을 구독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당신이 NYT를 후원한다면 우린 그 돈으로 기자를 현장에 보내고, 인공지능(AI)으로 절대 파악할 수 없는 사실과 맥락을 찾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계를 도와달라는 호소이지만, NYT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그가 저널리즘의 진수로 치켜세운 NYT 기사가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게재한 ‘트럼프는 어떻게 이란전쟁을 결정했나’다. 전쟁에 이르기까지 백악관의 내밀한 의사결정 과정을, 마치 녹음해서 들려주듯 속속들이 보도했다. 그는 “압박이 극심한 상황에서도 참석자가 누구고, 백악관 회의실 어디에 앉았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취재했다. 앞으로 계속 이어가려는 보도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Q : NYT는 왜 가능한가.
A : “우리는 그저 ‘고집스럽다(stubborn)’. 가장 중요한 뉴스가 소셜미디어(SNS)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트렌드 기사는 아니라고 믿는다. 중요한 뉴스를 취재하는 건 때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느리고 자원을 많이 들여야 하는데, 결과는 불확실하다. 우리는 다른 언론사가 꺼리는 탐사 보도, 해외 분쟁 보도에 계속 투자해 왔다. 독자가 NYT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었을 때 ‘클릭을 유도하기 쉬운 기사’가 아니라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사’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
유료 구독 서비스 핵심은 결국 뉴스

Q : AI와 저널리즘은 공존할 수 있을까.
A : “AI는 도구다. NYT는 저널리즘에서 어떤 도구에도 일에 대한 책임이나 권한을 넘겨주는 일을 하지 않는다. 보도 과정에 AI를 쓴다고 하더라도 기사가 정확한지 확인하는 것은 여전히, 온전히 기자의 책임이다. ‘오리지널 콘텐트’는 AI 시대에 훨씬 더 가치 있고, 차별화된 요소다.”

Q : NYT가 ‘디지털 퍼스트’를 선언한 지 12년이 흘렀다.
A : “디지털이란 단어가 이제는 너무 뭉뚱그린 표현이 됐다. 그동안 디지털 개념을 잘게 쪼개려 노력해 왔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가장 큰 뉴스레터(텍스트)와 뉴스 팟캐스트(오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몇 년은 동영상(비디오) 부문에도 투자했다. 이제 ‘디지털 전략이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는 질문은 유효하지 않다. 대신 ‘비디오 부문은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처럼 훨씬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Q : 한국 언론계에서는 유료 구독자 확보가 화두다. NYT는 게임, 쿠킹, 오디오 등 광범위한 유료 구독 생태계를 갖췄다. 뉴스 서비스만으로 유료 구독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할까.
A : “신문은 원래 ‘묶음 상품(bundle)’이다. 매일 나오는 퍼즐, 매주 실리는 요리법, 간밤의 경기 결과를 담은 스포츠 지면이 있다. 인터넷이 등장한 뒤 흩어진 번들을 시대에 맞게 다시 해석해 온 것뿐이다. 다만 핵심은 뉴스, 저널리즘에서 나온다.”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NYT 회장 겸 발행인. 1896년 NYT를 인수한 아돌프 옥스 설즈버거 가문의 4대손이다. 2009년 NYT에 합류해 사회부 기자로도 일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2018년 발행인, 2021년 회장에 취임한 뒤 디지털 콘텐트를 확장하고 유료 구독 모델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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