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상용화’ 외쳤던 한국은 왜 자율주행 경쟁서 밀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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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무인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Waymo)는 신기한 체험 거리에서 일상으로 바뀐 지 오래다. 테슬라 역시 지난 9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 사이버캡을 출시했다.
그럼에도 자율주행 레벨4(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고도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한 걸음 뒤처지고 말았다. 10여년 전부터 민관이 자율주행을 외쳐왔지만 '규제'로 인해 기술의 현실화 속도가 더뎠던 게 문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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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은 로보택시 상용화 ‘가속’
규제·정책 지연에 기술격차 확대
정권 교체마다 정책 동력 ‘흔들’
3년내 추격 못하면 기술 종속 우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무인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Waymo)는 신기한 체험 거리에서 일상으로 바뀐 지 오래다. 2023년 8월 유료 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3년여째 운행하면서 시민과 관광객의 운송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상업성을 확인한 자율주행 택시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를 넘어 미국 14개 지역에서 4000대 이상의 ‘운전자 없는’ 로보 택시를 운행 중이다. 경쟁자들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운전석조차 없는 죽스(Zoox)를 개발했다. 테슬라 역시 지난 9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 사이버캡을 출시했다.
중국은 미국보다 실증이 늦었지만 상업 운행은 되레 빨랐다. 포니.에이아이(AI)는 2018년 12월 중국 광저우에서 첫 실증을 시작했고 2020년에는 베이징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듬해인 2021년 12월부터 베이징 시내에서 유로 로보 택시 사업을 개시했다. 중국 내에서만 약 2000대 정도가 운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포니.AI보다 유료화가 늦었던 바이두 아폴로고는 로보 택시 대중화에 일조했다. 중국 베이징을 비롯한 10대 도시를 포함해 모두 27곳에서 로보 택시를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운행 대수가 늘면서 극단적인 일도 벌어진다. 지난 4월 중국 우한시에서 아폴로고 100여대가 동시에 멈춰서는 집단 고장 사건이 발생했다. 시스템 장애가 원인인 이 사건으로 극심한 교통 정체와 추돌 사고가 연달았다.
당초 이들 국가보다 먼저 ‘세계 최초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외쳤던 한국의 현주소는 뒤로 밀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10월 경기도 화성의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 산업 국가 비전 선포식’에 참여해 완전자율주행시대 목표를 알렸다. 2027년에는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차를 세계 최초 상용화한다는 구상이었다. 이 목표는 유지되고 있지만 ‘세계 최초’라는 포부는 무색해졌다. 한국은 되레 기술 격차를 좁혀 가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2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1년까지만 해도 매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자율주행을 비중 있게 다뤘다. 정부가 추진 의지를 담는 만큼 경제정책방향에 수록된 정책들은 현실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2020년 12월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2021~2024년 사이 ‘레벨4 자율주행차 안전기준 마련’이라는 시간표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은 당초보다 2년 늦은 올 7월에야 마련됐다. 2021년에 마련하겠다던 ‘자동차 사이버보안 기준’은 4년 늦은 지난해 8월 법제화했다. 기준이 없다보니 레벨4 실증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규제 탓만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레벨4도 임시 운행 허가를 받으면 실증이 가능한데 신청한 사례가 없다”며 업계 탓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실증 허가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정부가 정권 교체기에 자율주행을 뒷전으로 미뤄뒀던 점도 경쟁력 하락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 출범부터 비상 계엄 전까지 정부가 발표한 5건의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자율주행이 실종됐었다. 2022년 12월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 ‘2030년까지 실시간 교통정보 공유 시스템(C-ITS) 인프라 완비’ 한 줄이 들어간 게 전부다. 자율주행 산업 관련 정책 추진 동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3년 10월에 발생한 GM의 로보 택시 ‘크루즈’ 교통 사고와 같은 자율 주행으로 인한 사망 사고도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문제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정권 교체 이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 전남광주시에서 레벨4 200대 실증을 시작한다. 서울 상암동에서도 실증이 계획돼 있다. 내년에는 실증 도시를 5~6곳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만큼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충분한지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자칫하면 기술 종속될 우려가 여전하다. 포니.AI가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웨이모도 한국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김 교수는 “3년 안에 기술을 못 따라잡으면 종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감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김 교수는 “스쿨존 안되고, 공사장 지나갈 수 없다. 안전한 대로만 가라는 거다”며 “사망 사고 공포심이 큰데, 전향적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실증과 운영 여건 마련 등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sman321@kmib.co.kr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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