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IPO 딜레마 빠진 SK하이닉스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6. 10. 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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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최대 1500억달러라는데…
SK하이닉스가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재계가 시끌시끌하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따른 메모리 수요 확대로 솔리다임 몸값이 뛴 영향이 크지만,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주주들은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현금이 풍부한 SK하이닉스가 굳이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는 자회사 IPO를 강행한다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 IPO를 추진하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미국 솔리다임 본사 전경. (솔리다임)
블룸버그 “솔리다임 IPO 추진”

기업가치 1000억~1500억달러 전망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솔리다임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를 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UBS그룹도 솔리다임의 IPO 주관사단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솔리다임이 이르면 내년 IPO에 나설 수 있다며, 기업가치는 최대 1000억달러(약 134조원)로 평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기업가치가 최대 1500억달러(약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SSD사업부를 인수해 2021년 설립한 미국 회사다. 올 초 SK하이닉스가 미국에 AI 투자 자회사인 AI컴퍼니를 설립하고, 솔리다임이 AI컴퍼니의 자회사가 되며 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가 됐다.

한동안 적자에 시달렸던 솔리다임 실적도 뚜렷한 우상향곡선을 그린다. 올 상반기 매출은 12조250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조3557억원) 대비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1320억원에서 5조8396억원으로 치솟았다.

솔리다임이 IPO를 추진하는 배경은 뭘까. 최근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치열해지며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주문이 밀려드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솔리다임의 주력 제품은 쿼드레벨셀(QLC) 낸드를 활용한 고용량 eSSD다. QLC는 하나의 메모리 셀에 4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해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다. 주요 낸드 업체들이 차지트랩플래시(CTF) 방식으로 전환한 것과 달리 솔리다임은 플로팅게이트(FG) 구조를 유지해왔다. FG 구조 낸드는 CTF 대비 내구성, 신뢰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품 경쟁력은 갖췄지만 이를 뒷받침할 생산능력이 문제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솔리다임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낸드 생산능력은 분기당 웨이퍼 24만장으로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나마 하반기에는 생산시설 효율화를 통해 25만5000장으로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수요가 급증하는 동안 생산능력은 좀처럼 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경쟁사들은 증설에 바짝 속도를 내는 중이다. 중국 양쯔메모리의 분기당 낸드 생산능력은 지난해 1분기 39만장에서 올해 2분기 48만장으로 늘었다. 일본 키옥시아 역시 같은 기간 114만장에서 123만6000장으로 생산능력을 키웠다.

솔리다임도 중국 다롄 신규 공장 투자에 나섰지만 문제는 공장 소재지가 중국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중국 생산 거점에선 첨단공장 전환, 증설 등을 적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낸드는 적층 수가 높아질수록 수백 개 층을 정밀하게 뚫는 식각 기술이 중요해진다. 최신 장비를 제때 도입하지 못하면 공정을 여러 단계로 나눠 진행해야 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제조 원가도 높아질 수 있다. 다만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중국 다롄 공장에서는 최신 식각 장비를 반입하는 데 제약이 크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SK하이닉스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기업용 eSSD 수요가 급증하며 미국에 솔리다임의 새로운 생산 거점 구축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려면 수십조원 자금이 필요하다. 다른 국가에 비해 인건비 등 현지 생산 비용이 높아 막대한 투자자금이 소요된다. 이런 상황에서 솔리다임이 IPO로 투자 재원을 확보하면 SK하이닉스는 낸드 투자 부담을 줄이고 HBM, D램 등 핵심 사업에 자본 투자를 집중할 수 있다.

솔리다임은 최근 IPO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미국 정부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관 담당 부사장직을 신설하고, 안드레스 카스트리욘 전 퀄컴 대관 담당 시니어디렉터(수석이사)를 선임했다. 솔리다임이 모회사 SK하이닉스와 별개로 대관 총괄 임원을 두고 자체 조직을 꾸리기로 한 것은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솔리다임은 앞서 지난 8월 외부 재무보고와 공시를 담당하는 책임자급 인력을 모집한 데 이어 상장사 전환 준비 경험을 갖춘 내부감사 인력 채용에도 나섰다. 본격적인 IPO 준비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솔리다임 IPO 두고 주주 반발

“주주가치 희석되는 IPO 왜 하나”

하지만 솔리다임 IPO를 두고 벌써부터 주주 반발이 거세다. 주주들은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현금이 풍부한 SK하이닉스가 굳이 주주가치를 희석할 수 있는 IPO를 추진하는 점을 우려한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88조원, 순현금은 69조4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 7월 미국 나스닥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약 40조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솔리다임 상장 과정에서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SK하이닉스 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며 “솔리다임이 만들어낼 미래 이익도 신규 주주와 나눠야 한다는 점이 변수”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솔리다임이 창출한 현금이 AI컴퍼니의 다른 사업에 재투자된다면 SK하이닉스 주주에게 직접 환원되는 시점도 늦어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1월 기존 솔리다임 법인을 미국 AI 투자회사인 AI컴퍼니로 개편하고 그 아래 새 솔리다임 법인을 두는 계획을 내놓았다. AI컴퍼니에는 최대 100억달러를 출자하기로 했다.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다른 계열사도 투자에 참여했다.

신설되는 AI컴퍼니는 AI 소프트웨어와 데이터센터 솔루션 등에 투자하는 거점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솔리다임 IPO가 사업 자금 조달을 넘어 그룹의 AI 투자 플랫폼에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논란이 뜨겁다. 그룹 공동 AI 투자 플랫폼이 목적이었다면 별도 법인을 세워 SK하이닉스와 다른 계열사가 처음부터 같은 조건으로 출자하는 방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업·인력과 자산·부채가 신설 솔리다임으로 이전됐고, 각각 어떤 기준으로 가치가 평가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SK → SK스퀘어 → SK하이닉스 → AI컴퍼니 → 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까지 문제 삼았다. ‘5단 중복 상장’으로 규정하며 상장 논의 중단까지 요구했다. 오랜 기간 손실을 감수한 주주들이 사업 호황기에 미래 이익을 굳이 외부 투자자와 나눌 필요가 있냐는 주장이다.

김준영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솔리다임 상장이 현실화할 경우 SK하이닉스 주주 입장에서는 자회사 가치가 별도로 평가돼 지주사형 할인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며 “솔리다임 상장을 하지 않으면 자금 조달 여력이 줄어 주주환원 규모가 축소될 수 있고, 상장하면 구조적인 디스카운트 우려가 생기는 진퇴양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솔리다임 IPO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우려를 줄이려면 명확한 자본 배분 원칙, 주주환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솔리다임 상장 이후 SK하이닉스의 지분율뿐 아니라 AI컴퍼니의 투자금 사용 방안, 주주환원 방안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기존 주주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의미다.

솔리다임의 IPO 추진을 두고 SK하이닉스 측은 확정된 사안이 없다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IPO 계획은 미확정”이라며 “장기적인 주주가치를 기준으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겠다”고 전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81호(2026.10.21~10.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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