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은 백투백 호미질의 결실”…하지만 긴축은 멈출 수 없다는 한은

김도년, 오효정 2026. 10. 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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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질의 결실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이렇게 비유했다. 그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단어를 세 차례나 입에 올렸다. 신 총재는 7월과 8월 백투백(2회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겠다”고 했다. 선제적인 금리 인상 덕분에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 변수가 생겨도 쫓기지 않고 통화 정책을 펼 수 있는 운신의 폭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호미질의 결실’이란 비유를 썼다. 하지만 시장의 비둘기적 기대(긴축 완화 선호)에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시장에선 1~2명의 금리 인상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금통위원 전원(7명)이 만장일치로 동결에 찬성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동결은 호미질(선제적 금리 인상)의 결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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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 금리 인상 효과, 지표로 확인


가속페달을 밟던 한은이 속도 조절에 나선 이유는 연속된 금리 인상의 효과를 경제지표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9%로 한 달 전(3.1%)보다 내렸고, 장기국채금리(10년물) 역시 지난 21일 기준 4.16%로 전월(4.41%) 대비 크게 하락했다. 올 상반기 148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 역시 지난달에는 상반기 평균보다 8% 낮은 1350원대로 떨어졌다.

신 총재는 “지난달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시장 변동성에도 한국은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쓰면서 주택가격과 금융취약성지수(FVI) 상승 속도도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조한 것은 환율 안정 효과였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향후 민간소비의 회복 여건 점검’ 보고서를 보면, 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입물가 하락으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약 0.35%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득 1분위(소득 수준을 5단계로 나눴을 때 최저소득층)의 구매력 개선 폭은 0.46%로 고소득층인 5분위(0.20%)보다 두 배를 웃돌았다. 신 총재는 “환율이 안정화하면서 수입물가가 제어된 동시에 계층별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된 것이 호미질의 결실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최근 증시 급락도 금리 동결을 결정한 근거 중 하나였다. 신 총재는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부의 효과(자산의 가치가 소비에 미치는 효과)에 의해 소비 심리와 소매지출 등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최근에는 투자자가 워낙 많아졌기 때문에 이 효과가 과거보다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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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기조 분명히 한 한은


한은은 그러나 앞으로 긴축 기조는 굳건히 유지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세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8월 전망치(3.3%, 2.9%)보다 상당폭 높게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요인은 수요 측 물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이란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은 공급 측 물가 압력으로 작용한다. 신 총재는 “내년도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는 기존 전망치(2.3%, 2.5%)를 웃돌 것”이라며 “물가 오름세가 목표치(2%)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관심은 다음 달 금리 인상 재개 여부와 내년도 최종 금리 수준에 쏠린다. 채권시장 일각에선 한은이 다음 달 금통위에서 곧바로 금리 인상에 나서는 한편, 내년 상반기까지 두 차례 더 금리 인상을 단행해 최고 3.75% 수준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 총재는 즉답을 피하면서 “물가 목표(2%)를 당장 달성하기보다는 내후년(2028년) 정도에는 목표 수준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가와 함께) 성장률 등 다른 여건도 고려해 통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선 일각의 우려처럼 한은이 최종금리를 3.75%까지 올릴 것이란 신호는 찾기 어려웠다”며 “물가 목표 달성도 시간을 두고 갈 수 있다는 발언은 비둘기적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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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에 이전지출 상당해…지속성 생각해야” 쓴소리


신 총재는 긴축적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 간 엇박자 논란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재정정책이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면 엇박자가 아니지만, 내년도 예산안에는 이전지출(정부가 대가 없이 지출하는 돈) 항목도 상당히 존재한다”며 “일시적 목적의 재원이 계속 지출되면 되돌리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유최고가격제의 부정적 효과도 강조했다. 신 총재는 “석유최고가격제는 유가 급등기에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줬지만, 오래 지속하면 가격 구조의 왜곡이 생기고 에너지 소비 억제에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도 에너지 가격에 대한 보조를 오래 지속하면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당국도 출구전략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도년·오효정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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