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4만원에 왔다" 한국 온 중국인들 쫓아가보니…'수상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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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K관광, 세계를 품다'를 내걸고 관광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에서 여행대금을 모두 낸 관광객들이 정작 한국에서는 여행사 간 금전 다툼 때문에 이동도, 숙박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관광객들은 중국에서 여행대금을 미리 냈지만, 한국에서 숙박과 식사, 차량 등을 제공하는 국내 여행사는 쇼핑시설에서 받는 판매 수수료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최 연구위원은 "중국인 방한관광은 개별자유여행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런 사례가 관광객의 불만을 키우고 한국 관광의 이미지까지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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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관광객 술·담배 반입 후 관계자 수거…대리반입 의혹
1000만원 쇼핑해야 본전…구매 부진에 여행사 갈등
버스 운행 중단에 3시간 발 묶여…초저가 관광의 그늘
7월 보도 후 여행사 지정 취소…문체부, 추가 조사 방침
편집자주
정부가 'K관광, 세계를 품다'를 내걸고 관광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관광전략회의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고 '방한관광 대전환, 지역관광 대도약'을 추진하며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나아가 4000만명 시대를 향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관광객 유치 실적에 가려진 현장의 사정은 다르다. 헐값에 판매되는 여행상품과 쇼핑 수수료에 의존하는 수익구조가 관광의 질을 떨어뜨리고 산업 경쟁력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는지뿐 아니라 이들이 어떤 여행을 경험하고, 국내 관광업계에는 얼마나 실질적인 수익이 남는지도 살펴봐야 할 때다. 아시아경제가 초저가 한국여행의 실태를 밀착 취재했다.

지난 13일 오전 경기 평택·당진항 국제여객터미널. 중국에서 카페리를 타고 도착한 관광객들이 여행가방을 끌고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대추 등 농산물을 카트에 가득 싣고 이동하는 사람들 사이로 흰색 면세점 봉투를 든 여행객들도 눈에 띄었다.
입국장 한쪽에서는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져온 술을 한 여성 관계자에게 건네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술병을 하나씩 받아 커다란 가방에 옮겨 담았다. 여러 관광객에게서 모은 술은 차량으로 실려 갔다.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세관이 설치한 '대리반입 금지' 안내문이 서 있었다. 개인 휴대품으로 들여온 술을 입국 직후 한곳에 모으는 모습은 아시아경제 취재진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들이 구매한 여행상품은 699위안(약 14만원)짜리 한국 단체관광이었다. 왕복 카페리 요금에 국내 숙박과 식사, 관광 일정까지 포함된 초저가 상품이다. 취재진은 이날 입국한 관광객 60여 명을 따라 인천 숙소와 이튿날 서울 동대문까지 동선을 추적했다.
물품 수거는 숙소에서도 이어졌다. 같은 날 저녁 인천의 한 숙박시설 로비에서는 관계자들이 명단을 펼쳐놓고 관광객들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다. 호명된 관광객들은 술과 담배를 건넸고, 관계자들은 이를 큰 가방에 담았다. 평택항에서는 술만 거둬들였지만, 숙소에서는 담배까지 수거한 것이다. 이름을 하나씩 대조하며 물품을 챙기는 모습도 확인됐다.
국내 인바운드 여행업계에서는 중국 송출업체가 관광객에게 물품 운반을 맡긴 뒤 한국에서 회수해 별도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다만 이번에 수거된 술과 담배가 어디로 향했는지, 실제 판매나 거래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관광객을 물품 운반에 동원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9월 여행객들에게 수입금지 농산물 약 4.3t을 나눠 반입하도록 한 일당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튿날인 14일 밤 서울 동대문 두타 일대. 전날 평택항으로 입국한 관광객 60여 명이 숙소로 돌아가지 못한 채 대기하고 있었다. 국내 여행 운영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이 거리에서 발이 묶인 시간은 3시간이 넘었다. 관광객들이 쇼핑시설에서 예상만큼 돈을 쓰지 않으면서 여행사 간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1000만원어치는 사야 본전인데 100만원밖에 안 썼다."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털어놨다. 관광객들이 인삼 등 쇼핑시설을 방문했지만, 실제 구매액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단체를 운영하면서 850만~900만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갈등의 조짐은 관광 도중부터 나타났다. 국내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여행상품에는 쇼핑 일정이 포함돼 있었지만, 중국 측 모집 관계자는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반드시 살 필요는 없다고 안내했다. 반면 한국에서 일정을 진행하던 가이드는 상품 구매와 선택 관광을 권유했다.
관광객들은 이를 쇼핑 강요로 받아들여 거세게 반발했다. 사과와 가이드 교체까지 요구하면서 결국 남성 가이드가 빠지고 여성 가이드가 새로 투입됐다.

쇼핑을 둘러싼 불만이 커지는 사이 여행사 간 돈 문제도 불거졌다. 중국 송출업체가 국내 접객여행사에 지급해야 할 운영비가 정산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국내 운영 측은 쇼핑 수수료만으로는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미지급 비용을 요구했다. 양측의 협상이 결렬되자 국내 측은 버스 운행을 중단했다.
숙소 문제로까지 번졌다. 국내 운영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호텔 방을 전부 취소시켰다"고 말했다. 호텔 측에 객실 열쇠를 내주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중국에서 여행대금을 모두 낸 관광객들이 정작 한국에서는 여행사 간 금전 다툼 때문에 이동도, 숙박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대치는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중국 측은 우선 1만7500위안을 보내고 나머지 1만위안은 다음 날 평택항으로 이동할 때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남은 관광 일정을 포기하고 곧장 출국항으로 향하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상황이 풀린 것은 중국 송출업체가 미지급 운영비 2만7500위안을 전액 송금한 뒤였다. 멈췄던 버스가 다시 움직였고, 관광객들도 뒤늦게 호텔에 들어갈 수 있었다. 15일에는 예정된 관광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취재진은 중국 송출업체에 쇼핑 조건과 운영비 정산 경위 등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14만원짜리 여행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배경에는 관광객이 한국에서 얼마나 돈을 쓰느냐에 따라 여행사의 수익이 결정되는 초저가 단체관광의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관광객들은 중국에서 여행대금을 미리 냈지만, 한국에서 숙박과 식사, 차량 등을 제공하는 국내 여행사는 쇼핑시설에서 받는 판매 수수료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관광객이 물건을 많이 사면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구매가 저조하면 손실을 떠안는 방식이다.
국내 인바운드 업계에 따르면 중국 송출업체가 한국 여행사에 충분한 지상비를 지급하지 않는 거래가 존재한다. 국내 여행사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오히려 중국 측에 돈을 내는 이른바 '마이너스 투어피' 관행도 있다.
국내 여행사는 관광객을 데려오는 단계부터 손실을 감수하고, 이후 인삼 등 쇼핑시설에서 받는 수수료로 숙박·식사·차량 운영비를 충당한다. 여행상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대신 관광객의 구매 실적에 따라 수익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동대문 사건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국내 여행사가 손실을 피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 쇼핑 구매액은 1000만원이었지만 실제 실적은 100만원에 그쳤다. 여기에 중국 측의 운영비 지급까지 늦어지면서 관광객들의 일정이 중단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중국인 관광객의 입국 규모는 늘고 있다. 올해 1~8월 인천항 국제카페리 이용객은 32만69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46% 증가했다. 하지만 관광객 증가가 국내 여행업계의 수익 확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한국을 찾은 관광객 수보다 이들이 쇼핑시설에서 얼마를 썼느냐가 여행사의 손익을 좌우했다.

정부도 초저가 관광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월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중국인 관광객 방치 사건과 관련해 해당 전담여행사의 지정을 8월 말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동대문 사건 역시 관련 전담여행사가 확인되는 대로 사실관계를 조사할 방침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저가 관광이 저질 관광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단순히 상품 가격이 낮다는 점보다 여행상품이 어떤 구조로 운영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2월 3일 과도한 쇼핑 수수료와 구매 강요 등을 규제하는 개정 관광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수수료 비율 등 구체적인 기준을 담은 시행규칙을 마련 중이다.
관광객 유치 확대에 치중한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2월 제11차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방한 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관광과 지역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관광객 숫자를 늘리는 것만큼 여행상품의 품질과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저가 단체관광이 반복되는 원인으로 관광상품의 차별화 부족과 한중 여행업체 간 불균형한 거래구조를 꼽는다. 최경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광 경험의 차별화로 경쟁하지 못하면 결국 가격 경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중국 현지 여행사가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국내 여행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업체로 관광객을 돌릴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단체관광의 문제를 중국인 방한관광 전체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연구위원은 "중국인 방한관광은 개별자유여행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런 사례가 관광객의 불만을 키우고 한국 관광의 이미지까지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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