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해도 서점은 안 턴다? 그 '프랑스 영상'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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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랑스 전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가 도심 곳곳에서 방화와 약탈 등 폭력 사태로 번지는 가운데,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게시물들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특히 X(옛 트위터)의 한 한국인 이용자 계정에 게시된 짤막한 영상 하나는 무려 7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해당 영상에는 거리 곳곳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는 프랑스 시위 현장 한가운데, 유독 한 서점만이 아무런 피해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서 있는 장면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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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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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프랑스 전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는 가운데 X(옛 트위터)에 게시된 사진 한 장이 700만 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
| ⓒ X 갈무리 |
해당 영상에는 거리 곳곳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는 프랑스 시위 현장 한가운데, 유독 한 서점만이 아무런 피해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서 있는 장면이 담겼다. 서점 앞에는 노신사로 보이는 상점 주인이 '웰컴(Welcome)'이라는 영문 팻말 뒤에 태연하게 앉아 거리를 응시하고 있다. 글 작성자는 "프랑스 폭동에서 털리지 않은 유일한 매장, 주인이 들어오라고 해도 안 들어옴 ㅋㅋㅋ"이라는 촌평을 덧붙였다.
이 게시물은 수만 건의 리트윗을 기록하며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파리 중심가의 명품 매장이 털리는 상황과 대비되는 모습에 "폭도들이 명품 가방은 쓸어가도 책에는 관심이 없다", "책을 읽는 자는 훔치지 않고 도둑은 책을 읽지 않는다더니 사실이었다"라며 시위대를 조롱하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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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당 영상은 실제 프랑스 시위 현장을 담은 기록물이 아닌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로 제작된 가짜 영상으로 확인됐다. 영상의 출처를 역추적한 결과, 이는 홍콩에서 활동하며 AI 영상을 전문 생성하는 한 계정의 창작물이었다. |
| ⓒ 페이스북 갈무리 |
해당 영상은 18일 해당 계정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것으로, 한자와 영문으로 "알고 보니 가게를 지키는 최고의 방법은 셔터를 내리는 게 아니라, 책을 파는 것이었다"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었다.
사실 영상을 조금만 살펴봐도 비현실적인 모습은 금방 발견할 수 있다. 거리 곳곳에 불길이 치솟고 격렬한 약탈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제아무리 책이 재물로서 가치가 없다 한들 영세 서점 주인이 목숨을 걸고 길가에 나와 여유롭게 손님을 기다릴 리 만무하다.
또한 프랑스 파리 현지 골목 서점에 프랑스어가 아닌 영문(Welcome) 팻말이 걸려 있는 점, 책들의 외곽선 뭉개짐과 배경 불길의 어색한 왜곡 등도 생성형 AI 특유의 결함이다.
'눈에 보인다고 사실이 아닌' 세상
무엇보다 "시위대가 책에는 관심이 없어 서점은 절대 털리지 않는다"는 전제 자체가 거짓이다. 프랑스 현지 보도를 교차 검증한 결과, 이번 시위 사태 당시 서점들 역시 약탈과 파손 피해를 입었다. 프랑스 출판·도서 전문 매체 <아이디북스(IDBOOX)>는 '시위 당시 서점들까지 표적이 됐다'며 피해를 입은 서점들의 영상을 전했다.
이번 사태에서 특히 경각심을 가져야 할 대목은 가짜뉴스의 확산 경로다. 영상 원본은 홍콩의 AI 창작자가 만들었지만, 이를 실제 일어난 사실인 양 포장해 글로벌 유행으로 증폭시킨 진원지는 바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X 이용자 계정이었다.
여기에는 X 플랫폼의 '실시간 자동번역' 기능이 기폭제로 작용했다. 플랫폼에 내장된 인공신경망 번역 시스템은 한국어로 작성된 짧은 한 줄의 설명을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 등 각국 언어로 매끄럽게 번역해 전 세계 이용자들의 타임라인에 실시간으로 배달했다.
일본 누리꾼들은 자동 번역된 트윗을 인용하며 "프랑스 사상가 파스칼이 모국의 이 꼴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학생 시위라더니 지혜가 있는 사람은 없었나"와 같은 반응을 쏟아냈고, 서구권 이용자들 역시 번역된 맥락을 그대로 수용해 밈으로 재생산했다. 실시간 번역 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평범한 국내 이용자가 올린 왜곡된 정보 하나가 전 세계적인 가짜뉴스가 된 셈이다.
이 가짜뉴스가 폭발적인 생명력을 얻은 기저에는 대중의 '확증 편향' 또한 자리 잡고 있다. "폭도들은 무지해서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통념을 영화처럼 시각화한 이 영상으로 보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확증 편향이 작동하면서 서점이 실제로 약탈당하고 있다는 진실조차 외면당했다.
AI가 나날이 발전할수록, '보이는 것이 곧 사실'이었던 시각 증거의 시대는 끝났다. 사람의 눈으론 도저히 분간할 수 없는 AI 영상 시대에 자동번역 환경까지 더해지며 가짜뉴스는 국경 없는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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