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관리라면서 페널티”…정부의 법적 근거없는 총량제, 월권 논란

손지연 2026. 10. 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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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가계대출 총량관리로 은행의 대출 영업을 사실상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량관리는 금융회사 '자율'에 맡긴다면서도 목표를 넘기면 다음 분기·연도 대출 여력을 줄이는 페널티가 적용되고 있어서다.

이어 "목표를 넘기면 다음 연도 대출 여력을 줄이는 방식의 페널티가 실제로 부여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법적 의무로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금융당국의 관리 방향을 사실상 따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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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직접 규제 조항 없는 것 같다”
조정훈 “금융기관 영업 법적 근거 없이 방해”
은행권 “공식 행정지도보다 수시 협의 성격”
강태영(왼쪽부터) NH농협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금융감독원 등)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금융당국이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가계대출 총량관리로 은행의 대출 영업을 사실상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량관리는 금융회사 ‘자율’에 맡긴다면서도 목표를 넘기면 다음 분기·연도 대출 여력을 줄이는 페널티가 적용되고 있어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계대출 총량관리의 법적 근거를 문제 삼았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조 의원이 “금감원이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을 규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금융당국과 협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말이 좋아 협의지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은행장들은 다 안다”며 “금융위는 법적 근거가 없고 은행이 자율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어서 규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진짜 자율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게 총량규제의 법적 근거를 묻자 이 원장은 “직접적인 규제 조항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금융기관의 영업 행위를 법적 근거도 없이 방해하고 있다”며 “금융건전성 관리는 맞지만 총량규제까지 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질타했다.

실제 총량관리는 금융회사의 영업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 수도권·규제지역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자체 축소했다.

정부가 행정지도를 통해 정한 최대 한도는 6억원이지만 국민은행은 이보다 더 강한 자체 규제를 적용한 셈이다.

이환주 국민은행장은 국감에서 3억원 제한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면서도 “지난해 총액 한도를 위반한 은행이 국민은행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총량목표를 넘긴 만큼 올해 상대적으로 가계대출을 더 강하게 관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총량목표를 단순한 권고 수준으로만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

금융위는 지난 4월 1일 발표한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전년 실적보다 낮은 1.5% 수준으로 부여하고, 업권별·금융회사별 총량관리 목표를 수립하도록 했다.

전년도 목표를 넘긴 금융회사에는 실적 초과분을 올해 관리목표에서 차감하는 ‘엄격한 페널티’를 부여한다고 언급했다.

관리목표를 2배 미만 초과하면 초과액의 100%, 2배 이상 초과하면 110%를 차감하도록 하는 등 초과 규모에 따라 차감액도 달리 적용했다.

새마을금고에는 올해 관리목표를 ‘+0원’으로 부여하고 필요하면 내년 관리목표에서도 추가 차감하기로 했다.

월별·분기별 관리도 병행한다. 금융위는 1분기 관리목표를 초과하면 2분기 관리목표에서 즉시 차감하는 방식을 예시로 제시했다.

관련 질의에서도 월별·분기별 목표를 지키지 못한 금융회사의 익월·다음 분기 목표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쟁점은 이처럼 실질적인 제약과 페널티가 따르는 총량관리를 ‘자율관리’로 볼 수 있느냐다.

행정절차법은 행정지도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불이익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금융위의 ‘금융규제 운영규정’ 제7조 제4항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등이 금융 행정지도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이후 향후 추진계획에서 금융위는 총량관리 목표 수립은 ‘금융권 협의’를 거친다고 밝혔다.

금융권 자율관리는 ‘금융회사 자율 추진’에 맡기며 총량관리 이행 여부는 향후 ‘점검’하겠다고 했다.

반면 다주택자 주담대 만기연장 제한 등은 별도로 ‘행정지도’라고 명시했다.

주담대 한도나 LTV·DSR 등 개별 대출규제 역시 별도의 금융행정지도로 공시돼 있다.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목표와 목표 초과 시 차감되는 페널티는 이 같은 공식 금융행정지도 형태로 별도 공시돼 있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총량관리가 명문화된 공식 행정지도는 아니고 당국과 업권 간 수시 협의나 구두 관리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표를 넘기면 다음 연도 대출 여력을 줄이는 방식의 페널티가 실제로 부여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법적 의무로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금융당국의 관리 방향을 사실상 따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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