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오크의 반세기 집념, 오크통에 담았다 [임유정의 글라스 노트]

임유정 2026. 10. 22. 07: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의 고급 레스토랑과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와인 리스트를 펼치기도 전에 이름부터 찾는 와인이 있다.

실버 오크는 와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오크통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실버 오크의 균형미와 복합미를 경험할 수 있는 와인으로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꾸준한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실버 오크는 음식 친화적인 와인과 충분한 숙성, 아메리칸 오크 배럴 사용, 출시 직후부터 즐길 수 있는 와인을 네 가지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크통 직접 제작…목재 선택부터 숙성까지 관리
두 산지 카베르네 소비뇽에 집중…빈티지 따라 배합 조정
아시아 최대 시장 한국…스테이크하우스 넘어 한식당 공략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WSA와인아카데미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팀 던컨 실버 오크 최고매출책임자(CRO)의 모습.ⓒ임유정 기자

미국의 고급 레스토랑과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와인 리스트를 펼치기도 전에 이름부터 찾는 와인이 있다. 산지와 빈티지를 따지기보다 일단 브랜드부터 찾을 정도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와인이다. 보르도식 블렌딩의 균형 잡힌 맛으로 명성을 쌓았다.

그 이름은 ‘실버 오크(Silver Oak)’다. 미국의 나파 밸리와 알렉산더 밸리에서 생산하는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으로 반세기 넘게 입지를 다져왔다. 미국의 유명 방송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의 와인 추천 목록에 오르고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즐기는 와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실버 오크는 ‘레이먼드 투미 던컨’과 와인메이커 ‘저스틴 메이어’가 1972년 공동으로 세운 와이너리로 시작했다. 2001년 ‘던컨 가문’이 메이어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갖게 됐다. 현재는 2대인 데이비드 던컨이 회장직을, 팀 던컨이 최고매출책임자(CRO)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팀 던컨 CRO는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의 WSA와인아카데미에서 기자들과 만나 와이너리의 역사와 철학을 설명하고 대표 와인을 소개했다. 이번 방한은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로 실버 오크의 아시아 최대 시장인 한국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행보다.

미국 미주리주에 있는 실버 오크의 오크통 제작소 ‘더 오크 쿠퍼리지’에서 장인이 오크통을 제작하고 있다.ⓒ하이트진로

“고급 와인을 만들 때 품종과 수확 방식을 고민하듯, 배럴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크 숙성은 와인의 맛을 해석하는 열쇠 중 하나다. 와인의 깊이와 다양한 풍미가 오크 숙성을 통해 나온다. 어떤 나무로 만든 통을 쓰고 얼마나 숙성하느냐에 따라 와인의 향과 질감도 달라진다. 포도 품종을 고르는 것만큼 숙성 방식에도 세심한 선택이 필요한 이유다.

실버 오크는 와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오크통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2000년 제작소에 지분 투자한 데 이어 2015년 남은 지분을 인수해 소유·운영하게 됐다. 숙련된 오크통 제작 장인인 마스터 쿠퍼를 영입하고 원목의 품질과 제작 공정, 작업 환경 등을 관리하고 있다.

제작소 ‘더 오크 쿠퍼리지’는 미국 중부 미주리주에 있다. 미국산 오크 판재를 2년 동안 자연 건조해 오크통으로 만든다. 장인 10명이 근무하며 하루 약 25개씩 연간 약 5000개의 배럴을 생산한다. 대부분 직접 사용하고 일부는 다른 와이너리나 위스키 제조업체에 판매한다.

팀 던컨은 “오크통 제작은 목재 선택부터 스즈닝과 토스팅(굽기)까지 관리해 와인에 미치는 조건을 세밀하게 조절하기 위함이다”며 “오크통 안쪽을 불로 가열하는 토스팅 방식의 경우 시간에 따라 달콤한 향신료 향이 나기도 하고, 커피와 같은 구운 향도 난다”고 설명했다.

실버 오크가 와인 숙성에 사용하는 아메리칸 오크 배럴.ⓒ하이트진로

특히 실버 오크가 자체 제작하는 오크통의 핵심은 ‘미국산 화이트 오크’다. 화이트오크는 나무 내부의 물 이동 통로를 막는 타일로스라는 구조가 발달해 액체가 잘 새지 않는다. 목재가 견고하고 숙성 과정에서 와인에 향과 풍미를 더한다는 점에서 와인통 재료로 적합하다고 봤다.

팀 던컨은 “아메리칸 오크는 코코넛·바닐라 같은 달콤한 향과 부드럽고 둥근 질감을, 프렌치 오크는 상대적으로 은은한 향과 탄닌을 준다”며 “아메리칸 오크에서 나오는 향과 질감이 자사 와인의 검은 과실 풍미를 잘 보완한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오크통을 만들기 전 나무를 야외에서 자연 건조·숙성하는 과정인 시즈닝 기간도 제작소 인수 이후 중점적으로 연구한 부분이다”며 “6개월부터 36개월까지 기간을 달리해 실험한 결과 24개월간 시즈닝이 실버오크가 추구하는 향과 질감을 구현하기 적합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알렉산더 밸리에 자리한 실버 오크의 빈야드ⓒ하이트진로

◇ 산지·품종 ‘선택과 집중’…해마다 유연한 품종 조합

실버 오크의 집념은 산지에서도 나타난다. 알렉산더밸리와 나파밸리 두곳에서만 카베르네소비뇽을 생산한다.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만들기보다는 창립 초기부터 두 산지의 특성을 담은 와인을 양조했다. 오직 하나의 와이너리에 하나의 와인만 생산하는 선택과 집중을 이어왔다.

품종에 대한 고집이 배합의 고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이라는 중심축은 지키되 품종을 조합하는 방식에는 유연함을 뒀다. 와인 메이커가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프티 베르도·말벡 등을 함께 사용하며 그해 수확한 포도의 특성에 맞춰 균형을 찾는 방식이다.

팀 던컨은 “와인에 사용하는 포도의 약 75%는 자체 포도밭에서 조달하고 나머지 약 25%는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 온 재배 농가에서 공급해 온다”며 “보르도 와인에 쓰이는 전통적인 다섯 적포도 품종을 조합해 더 복합적인 와인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음회에서는 (왼쪽부터 오른쪽) 알렉산더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2012년산과 2022년산,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2019년산, 타임리스 나파 밸리 2019년산 등 4종을 선보였다.ⓒ하이트진로

실버 오크는 ▲알렉산더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소비뇽 블랑과 별도 브랜드인 ▲타임리스 나파 밸리가 있다. 이날은 소비뇽 블랑을 제외한 세 제품을 시음했다. 알렉산더 밸리는 2012·2022년 비교 시음하고, 나파 밸리와 타임리스는 각각 2019년산을 시음했다.

아메리칸 클래식으로 불리는 와인은 ‘알렉산더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빈티지에 따라 블렌딩 비율은 다르다. 2012빈지티의 경우 카베르네 소비뇽 98%를 중심으로 메를로 2% 블렌딩 되며, 아메리칸 오크에서 24개월 숙성시킨 후 병입해 18개월간 추가 숙성으로 완성한다.

짙은 루비 빛의 이 와인은 초콜릿과 블루베리, 까시스 향이 향긋하게 입안을 감싸고, 혀끝을 살짝 스치는 기분 좋은 탄닌의 질감과 긴 여운을 지닌 와인이다. 실버 오크의 균형미와 복합미를 경험할 수 있는 와인으로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꾸준한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나파 밸리 2019년산은 하이트진로 100주년 기념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76.61%, 메를로 18.13%, 카베르네 프랑 2.56%, 프티 베르도 2.32%, 말벡 0.38%를 블렌딩했다. 아메리칸 오크에서 24개월 숙성했으며 새 오크 사용 비중은 84%다. 이후 병에서 20개월 숙성했다.

아름다운 루비빛을 띠며, 진한 블랙베리의 과실향과 향신료, 넛트, 말린 꽃향기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레이어를 이루며 피어오른다. 크리미한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느껴지는 은은한 오크향이 와인에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단단한 구조감과 뛰어난 균형감, 긴 여운을 선사한다.

타임리스 나파 밸리는 던컨 가문이 선보이는 소량 생산 고급 와인이다. 팀 던컨의 아버지인 레이 던컨에게 바치는 헌사 와인으로, 그의 아들이자 현 실버 오크 소유주인 데이비드 던컨이 아버지에게 선물할 ‘타임리스’라는 노래를 만들었고 이 노래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타임리스 나파 밸리는 실버 오크가 소유한 단일 포도밭 ‘소다 캐년 랜치’의 포도로 빚어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16개월간 숙성했다. 짙은 루비빛을 띠며 석류와 체리의 과실향에 감초와 민트, 장미꽃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신선한 산도와 섬세한 탄닌의 질감이 특징이다.

특히 팀 던컨은 향후 한국 시장에 선보일 신제품 계획도 밝혔다. 이날 시음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은 소비뇽 블랑이다. 기존 투미 브랜드로 선보이던 소비뇽 블랑을 실버 오크 이름과 라벨로 출시하며 국내에는 내년부터 소개할 예정이다.

팀 던컨 실버 오크 최고매출책임자(CRO)가 하이트진로 100주년 기념 와인인 ‘실버 오크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2019’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하이트진로

◇ 한국은 아시아 최대 시장…한식당 공략 본격화

팀 던컨은 채널 확대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수입사 하이트진로와 손 잡고 미국식 스테이크하우스와 호텔 레스토랑을 넘어 한식당에서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실버 오크를 즐기는 경험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팀 던컨은 “미쉐린 등에서 인정받는 수준 높은 한식당을 주요 대상으로 현지 소비자와 음식 문화에 다가가는 것이 목표”라며 “고가 와인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고급 레스토랑과 와인 수집가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이어가겠다”고 웃어보였다.

한식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구상은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 와인을 지향하는 실버 오크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실버 오크는 음식 친화적인 와인과 충분한 숙성, 아메리칸 오크 배럴 사용, 출시 직후부터 즐길 수 있는 와인을 네 가지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끝으로 그는 “실버 오크의 와인은 충분히 숙성해 출시 직후에도 즐길 수 있도록 하면서 장기 보관에 따른 변화까지 경험할 수 있는 와인을 지향하고 있다”며 “와인 입문자에게는 친근하고 숙성하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줘 와인 애호가나 수집가에게도 매력적이다”고 자신했다.

ⓒ데일리안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