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한미동맹은 저주될 것…美, 中 견제 최전방 기지로 봐”

윤지원 2026. 10. 2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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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주최로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 '신 북미대화 기로에 선 한반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왼쪽부터),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김병연 서울대교수,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동맹은 앞으로 우리에게 축복이 아니고 저주라고 본다.”(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동맹은 축복도 저주도 아니고 현실이다.”(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한ㆍ미 동맹의 미래를 놓고 ‘자주파’와 ‘동맹파’로 분류되는 외교ㆍ안보 원로들의 견해가 엇갈렸다. 21일 ‘신(新) 북ㆍ미 대화, 기로에 선 한반도’를 주제로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이 개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좌담회에서다.

문 교수는 “한ㆍ미 동맹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 발전에 기여했지만, 앞으로는 미ㆍ중 충돌에 한국이 휘말릴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한국을 중국 견제의 최전방 기지로 활용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앞으로 20년, 30년을 본다면 축복이 아니고 저주가 될 수도 있다”며 중국ㆍ러시아ㆍ북한이 참여하는 다자안보협력체제를 장기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남북관계에서도 기존 접근법의 전환을 주장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만큼 북한을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3조 개정 문제도 공론화하자는 것이다. 문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시기상조로 평가했다고 전하면서도 “시민사회에서는 논의할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주최로 21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 '신 북미대화 기로에 선 한반도'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송 전 장관은 한ㆍ미 동맹의 틀 안에서 한국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 “미국이 운전대를 쥐고 한국이 조수하던 것을 서로 위치를 바꾸는 것”이라며 “뺏고 뺏기는 관계로 설정되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전작권 환수’ 표현을 겨냥해선 “옛날에 고문서 뺏긴 것 받아오듯 ‘환수’라고 나가면 협력이 어려워진다”고 비판했다.

북핵 대응을 놓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송 전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은 말 머리에 뿔 나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포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을 중국 고사 ‘오두백마두각(烏頭白馬頭角)’에 빗댄 것이다. 그는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성립이 안 된다”며 대안으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능력을 확보하는 ‘핵 잠재력’ 전략을 제시했다.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도 협상 카드로 거론하며 “이미 그만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21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서울이태원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 연합뉴스

이에 문 교수는 “자꾸 핵 잠재력이라고 하면 재처리, 농축 못 한다”고 반박했다. 핵무장 가능성을 부각할수록 국제사회의 의심을 사 평화적 목적의 핵연료 기술 확보마저 어려워진다는 취지다.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도 핵 잠재력 확보의 실익에 의문을 제기했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반도체ㆍ조선ㆍ원전ㆍ방산 등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정부 부처들이 “높은 칸막이 때문에 상호 조율이 안 되고 따로 논다”며 협상 전략의 부재를 비판했다.

지난 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ㆍ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문 교수는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에 따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담과 미국의 상응 조치 부재를 거론하며 “실리와 절차적 측면에서 상당히 어렵다”고 봤다. 송 전 장관도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야 할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 말고는 별로 없다”고 했다.

반면 장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욕심을 거론하며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윤 전 장관은 북ㆍ미 대화가 남북 긴장 완화에 기여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미국과 북한에는 좋지만 한국에는 나쁜 최종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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