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 방화범 “특허법인이 사기쳤다”…정작 특허는 정상등록

정우진 2026. 10. 2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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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빌딩 두곳에 불을 지른 70대 남성 A씨는 빌딩에 입주한 특허법인이 자신의 특허 등록을 대리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지만, 특허청에는 A씨가 설계한 운동기구 디자인이 본인 명의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자신이 불을 지른 특허 법인 2개소에서 허위의 특허 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자신에게 사기를 쳤다고 경찰에 주장했다.

두 디자인은 미국 특허상표청, 브라질 산업재산권청 등 해외에서도 A씨 명의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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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범 “집 근처서 라이터 등 구입…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진술
운동기구 디자인 특허청 등록…미국, 브라질 등 등록 확인
2022년에도 등록증 문제로 위협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건물 두 곳에서 연달아 방화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가 서울 수서경찰서로 압송되며 취재진에게 문건을 펼치고 있다. A씨는 범행 경위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특허 법인이 사기를 쳤다"라며 취재진을 향해 문건을 펼치며 경찰서로 들어갔다.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빌딩 두곳에 불을 지른 70대 남성 A씨는 빌딩에 입주한 특허법인이 자신의 특허 등록을 대리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지만, 특허청에는 A씨가 설계한 운동기구 디자인이 본인 명의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서경찰서는 21일 언론 공지를 통해 전날 역삼동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과 관련해 야간에 1차 피의자 신문을 실시했으며 피의자 A씨가 범행 사실을 대체로 시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방화 나흘 전인 지난 16일 강서구 주거지 인근에서 플라스틱 말통 2개와 라이터, 인화 물질을 구입했다.

범행 당일에는 인화 물질을 챙긴 뒤 주거지에서 택시를 타고 역삼동으로 이동했다.

A씨는 자신이 불을 지른 특허 법인 2개소에서 허위의 특허 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자신에게 사기를 쳤다고 경찰에 주장했다.

A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그들(특허 법인 관계자)에게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전날 수서서로 출석할 당시에도 ‘특허법인에 악감정이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특허 법무법인에서 사기 쳤다”고 답한 바 있다.

‘피해자에게 할 말 없냐’는 질문에는 “(특허법인에) 앞으로 사기 치지 말라고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허청에는 A씨의 특허가 본인 명의로 정상 등록돼 있었다. 그가 사기를 쳤다고 주장한 특허법인은 통상적인 대리인 업무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 등록디자인공보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근력운동기구’, 2020년 ‘운동기구’ 디자인을 각각 특허청에 등록했다.

두 공보 모두 디자인을 만든 사람을 뜻하는 ‘창작자’와 권리를 가진 사람인 ‘디자인권자’ 항목에 A씨의 이름이 기재됐다.

두 디자인은 미국 특허상표청, 브라질 산업재산권청 등 해외에서도 A씨 명의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디자인의 국내 등록은 특허법인 측이 A씨를 대신해 절차를 진행했으며, 권리는 A씨에게 부여됐다.

20일 방화 혐의로 체포된 70대 남성 A씨가 화재 발생 전 인화 물질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건물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A씨는 두 업체가 자신을 속였다고 주장하며 2022년에도 이들 사무실을 찾아가 직원들을 위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A씨는 그해 12월 두 업체 사무실을 찾아가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와 가위로 위협해 이듬해 4월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수협박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해외 상표 등록증 발급 문제를 둘러싼 불만에서 A씨의 범행이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해외 상표 등록을 의뢰한 뒤 온라인 등록증만 발급된다는 안내를 받았으나, 종이 등록증을 요구하며 변리사가 자신의 상표를 훔쳤다고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집에 ‘종이 등록증’을 걸어놓는 등 집착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21일 피의자 2차 조사 후 이날 중 현주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2차 현장검증을 통해 발화지점 등을 확인했다.

A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54분쯤 신명빌딩 3층과 낮 12시 1분쯤 한양빌딩 4층에 잇따라 불을 질러 10여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후 도주했다가 같은 날 오후 동묘앞역 인근에서 긴급체포됐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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