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사태’ 현실화?…‘트럼프 선거 개입’ 대비 자문팀 가동

강태화 2026. 10. 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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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에 대비해 전·현직 안보 당국자들이 주(州)정부와 선거관리 당국에 ‘사태 발생 시 대처 요령’ 등을 자문하고 있다는 보도가 11월 3일 중간선거를 정확히 2주일 앞둔 20일(현지시간) 나왔다.

현지시간 20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간선거 지원 유세 도중,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총격 테러 등을 막기 위해 설치된 방탄 유리에 비춰지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선거 구도가 여당에 불리하게 전개되자 부정선거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가 비상사태 선언과 이를 근거로 한 선거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의 70%는 트럼프가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또다시 2020년 대선 때처럼 불복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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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개입’ 대비한 자문 그룹까지 가동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국방부 근무 경험이 있는 전·현직 안보 당국자 10여 명으로 구성된 그룹이 수개월간 경합주 10개의 주지사와 선거관리 당국, 해당 지역 여야 의원들과 접촉해왔다”며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선거 개입 가능성에 대한 비공개 자문을 제공해왔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이들은 트럼프가 연방정부의 권한을 동원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대비책을 권고하고 있다.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대선에 불복한 가운데,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워싱턴의 의사당 건물에서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로도 당시 선거가 조작됐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패하자 부정선거론을 펼치며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시도했다. 그 결과는 2021년 1월 6일 사상 초유의 의사당 습격 사건으로 이어졌다. 2024년 대선 승리 뒤에도 이전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인터뷰에선 ‘선거와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보다 더 별난 일들도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지난 19일 캔자스 지원 유세에선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경제적·사회적 재앙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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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회의에선 계엄 불가피론 제기

악시오스는 “지난달 30일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활동가들의 비공개 회의에서 ‘계엄령이 발동돼야 한다’는 주장은 물론 ‘안보를 이유로 중간선거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전했다. 계엄의 불가피성 등을 피력한 이들 중엔 2020년 대선 때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가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도 포함돼 있다. 악시오스는 이들이 “트럼프의 지원을 받으며 직접 접촉해 온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벌인 폭력 사태를 담은 장면. (좌측 위부터)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모습(왼쪽 위),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 계단에 모여 있는 모습(가운데 위), 시위대가 미국 의사당 문을 뚫고 들어가는 모습(오른쪽 위), 남부연합 깃발을 들고 미국 의사당 내부로 걸어가는 시위대(왼쪽 아래), 의사당 원형 홀안에 모인 시위대(가운데 아래),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책상에 앉아 있는 시위대(오른쪽 아래). EPA=연합뉴스


이들의 요구는 대통령의 법적 권한을 벗어난다. 미국 연방선거일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가 정한다. 트럼프가 국가비상사태나 계엄령을 선포해도 선거와 관련한 법적 제한을 무력화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주정부에 대책 마련을 조언한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투표소에 군대나 이민 단속요원을 배치하거나,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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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70% “트럼프 패배 수용 안할 것”

실제 미국 유권자의 상당수는 트럼프가 중간선거에서 패할 경우 이를 수용하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다. WP·ABC의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70%는 트럼프의 선거 패배 승복 여부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의 94%는 트럼프가 어떤 방식으로든 선거 결과에 불복할 것이라고 답했다. 무당층의 77%, 공화당 지지자의 36%도 이를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진행된 중간선거 지지 연설 도중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무대 위로 올려 격려하고 있다. 현직 장관인 러트닉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장관들은 공무원 신분으로 공화당의 정치 유세에 참여하면서 관련법 위반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이미 주정부가 관할하는 선거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불법체류자가 선거에 개입한다”며 주정부에 유권자 명부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주정부뿐 아니라 유타 등 공화당이 주도하는 일부 주도 트럼프의 요구를 거부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선거 전략가는 본지에 “실현 여부와 무관하게 투표소에 이민단속 요원이나 군대가 배치될 가능성으로도 이민자 출신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막는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이는 민주당 지지자의 투표를 최대한 막고 자신의 강성 지지자들을 결집하려는 트럼프의 선거 전략과도 맥이 통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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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오마르는 감옥에 갈 수 있다”

실제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민주당 일한 오마르(미네소타) 하원의원을 언급하며 “(오마르는) 감옥에 갈 수 있다”며 “그는 우리나라를 증오하는 매우 병들고 부정직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오마르는 소말리아 출신 이민자다. 트럼프 행정부는 부모의 시민권 취득과 함께 미국인이 된 그의 이민 서류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선거를 앞두고 전방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일한 오마르(민주당, 미네소타주) 하원의원(왼쪽)이 주최한 타운홀 행사 도중, 한 남성이 오마르 의원에게 정체 불명의 물질을 뿌린 뒤 제압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특히 “어떤 이유에서든 대통령은 항상 중간선거에서 패배한다”며 “공화당원이든 민주당원이든, 훌륭한 대통령이든 형편없는 대통령이든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가 비싸 보이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기 하기 위한 미미한 대가”라며 “우린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이유를 알 수 없는 패배’를 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 역시 불복을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이에 앞서 백악관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함께 부정행위 의심 사례에 대한 제보를 장려하기 위해 2500만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부정선거를 주장할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대대적 캠페인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소말리아 이민자 출신의 일한 오마르(민주당) 의원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국토안보수사국(HSI) 요원들이 오마르 의원의 자택 압에서 추가 압수수색 등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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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신 내가 선거에 5300억원 투입”

한편 트럼프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나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중간선거와 관련해 4억 달러(약 5300억원) 이상을 지출했거나 지출할 예정”이라며 “우리나라를 소멸의 벼랑 끝에서 되돌려놓기 위해 많은 일을 해온 공화당을 대신해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은 나에게 커다란 영광”이라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JD밴스 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해당 자금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지만, 자신을 지지하는 수퍼팩(super PAC, 특별정치활동위원회) ‘마가’(MAGA Inc.)의 모금액을 염두에 둔 말로 해석된다. 거액 기부자들의 돈으로 구성된 마가의 현금 잔액은 8월 말 기준 4억1578만 달러에 달한다. 트럼프는 이 돈이 “내가 통제하는 나의 돈”이라고 주장해왔지만, 법적으로 기부금은 트럼프의 개인 재산이 아니다.

다만 선거자금법 집행을 담당하는 연방선거위원회(FEC)는 관련 조사에 착수하기 위한 의결을 할 수 없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 6명의 위원 중 민주당 소속 위원장을 해임하고 공화당 소속 위원 2명이 사임하면서 의결 정족수 4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설립된 FEC는 4번 정족수 미달 사태를 겪었는데, 이중 3번이 트럼프 행정부 때 발생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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