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 뒤 악화까지 내다본다"… 고장난 심장 살려내는 '다학제 협진'

신소영 헬스조선 기자 2026. 10. 2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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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당시 가슴 통증을 느끼고 병원 갈 채비를 하던 50대 중반 남성 A씨가 집에서 쓰러졌다.

A씨를 살린 바탕에도 응급의학과와 심장내과의 촘촘한 협진이 있었다.

환자를 처음 만난 몇 초 동안 기도·호흡·순환을 살피고, 앞으로 몇 분 안에 어떻게 악화할지 예측해 응급처치를 한 후 심장내과 협진, 다음 치료 단계까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이 곧바로 치료로 이어지도록 한양대병원은 중증 심장질환이 의심되면 응급의학과가 초기 평가와 응급 검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심장내과에 협진을 요청하는 패스트트랙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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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질환 명팀] 오재훈·김우현·국형돈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심장내과 교수
응급실 초기 평가부터 심혈관 시술까지… 신속 협진
협심증·심근경색·대동맥판막협착증 맞춤형 치료
한양대병원 백남심장센터, 응급실 패스트트랙 가동
"적절한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적절한 시점에 시행"
한양대병원 제공

코로나19 유행 당시 가슴 통증을 느끼고 병원 갈 채비를 하던 50대 중반 남성 A씨가 집에서 쓰러졌다. 원인은 급성심근경색에 따른 심정지. 가족의 심폐소생술과 119 구급대의 빠른 이송으로 한양대병원에 도착한 A씨는 에크모(ECMO) 삽입과 응급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40분 넘게 시행한 심폐소생술의 후유증으로 신장 기능 저하 등의 고비가 잇따랐지만, A씨는 완전히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왔다.

심장질환은 치료의 '속도'와 '정확성'이 생존과 예후를 좌우한다. 질환 양상이 다양한 만큼 진단부터 중재시술, 수술, 응급치료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진료 체계가 중요하다. A씨를 살린 바탕에도 응급의학과와 심장내과의 촘촘한 협진이 있었다. 한양대병원 백남심장센터에서는 임영효 센터장을 비롯한 응급의학과·심장내과의 젊은 명의들이 마치 '어벤져스'처럼 탄탄한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다. 임영효 센터장은 "진단이나 치료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흉통 환자를 돌려보내거나 진단을 미루는 일 없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고 말했다.

몇 분 뒤 악화까지 내다보는 응급의학과

급성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막힌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장근육 손상이 커진다. 심정지가 오면 뇌와 주요 장기로 가는 혈액이 끊겨 비가역적 손상과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그래서 응급의학과는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을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

응급의학과 오재훈 교수는 응급의학과 의사의 역할이 현재 상태 확인에 그쳐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환자를 처음 만난 몇 초 동안 기도·호흡·순환을 살피고, 앞으로 몇 분 안에 어떻게 악화할지 예측해 응급처치를 한 후 심장내과 협진, 다음 치료 단계까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재훈 교수는 "골든타임의 핵심은 병원 도착 전 이송부터 응급실 초기 진료, 최종 전문치료까지 걸리는 전체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판단이 곧바로 치료로 이어지도록 한양대병원은 중증 심장질환이 의심되면 응급의학과가 초기 평가와 응급 검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심장내과에 협진을 요청하는 패스트트랙을 운영한다. 임영효 센터장은 "응급의학과와 심장내과가 함께 사례를 검토하고 개선점을 찾는 피드백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임영효 백남심장센터장(가운데)을 중심으로 심장내과와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심근경색 환자 치료 사례를 두고 논의하고 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범인 혈관' 찾아 맞춤 치료

응급의학과가 첫 단추를 끼우면, 심장내과는 그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치료를 찾아 이어간다. 심장내과 김우현 교수는 협심증·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과 말초동맥질환, 대동맥질환의 중재시술을 전문으로 한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전신 혈관 상태와 심혈관 위험 요인을 함께 살피는 것이 특징이다.

김우현 교수는 "심근경색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빨리 시술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시술이 필요한 환자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이라며 "심전도에 특징적 이상이 나타나고 흉통이 지속되는 급박한 상황이면 밤낮없이 시술에 들어가지만, 혈액검사 수치가 올랐어도 통증이 호전되고 심전도가 안정적이면 약물치료 후 정규 시간에 시술하는 편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혈관이 좁아진 환자도 한꺼번에 치료하지 않는다. 이번 심근경색을 일으킨 '범인 혈관'을 먼저 찾아 치료하고, 나머지는 환자 상태에 따라 결정한다. 김 교수는 "치료의 목표는 무조건 혈관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증상 없이 오래 살도록 하는 것"이라며 "나이, 활동량, 건강상태, 기대여명을 종합해 시술·수술·약물치료 중 맞는 방법을 골라야 한다"고 했다.

TAVI 어려운 환자에 새 치료법 시행

고령화로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가 늘면서 구조심장질환의 정밀 치료도 중요해지고 있다. 심장내과 국형돈 교수는 심혈관 및 구조심질환 중재시술, 특히 대동맥판막질환 치료에 집중한다.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TAVI)과 수술 중 무엇을 택할지는 나이만으로 정하지 않는다. 수술 위험도, 전신 상태와 노쇠 정도, 기대수명, 판막과 주변 구조의 해부학적 특징, 혈관 상태를 종합해 결정하고, 젊은 환자라면 10~20년 뒤 재치료 가능성까지 고려한다.

국형돈 교수는 2024년 국내 최초로 '자연 판막 내 바실리카(BASILICA) 시술'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 시술은 인공판막이 기존 판막을 밀어내며 관상동맥 입구를 막을 위험이 있는 고위험 환자에게, TAVI 전에 기존 판막엽을 미리 절개해 관상동맥으로 가는 혈류 통로를 확보하는 고난도 시술이다. 국형돈 교수는 "시술만큼 중요한 것이 사전 계획"이라며 "CT로 판막륜 크기와 형태, 석회화 정도, 관상동맥 높이, 대동맥 뿌리 크기를 확인하고 합병증 가능성까지 미리 대비한다"고 말했다.

한양대병원이 지향하는 심장질환 진료의 핵심은 '질환별 전문성'과 '진료과 간 연결'이다. 임영효 센터장은 "각 의료진의 전문 분야는 다르지만,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적시에 연결한다는 점은 동일하다"며 "이런 다학제 논의와 협진을 통해 치료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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