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옷에 카메라 달고 AI로 풀었다…기상천외 ‘커닝 작전’

서울의 한 대학 중간고사에서 초소형 카메라와 스마트워치,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지능형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최근 대학가에서 커닝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지만, 교육당국의 대응은 사후 적발에만 의존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메라로 문제 찍어 AI로 풀이…교묘해진 수법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14일 건국대 한 학과 중간고사에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문제가 발생한 과목은 해당 학과의 전공 과목으로 수강인원이 100여 명에 달한다.
담당 교수는 사건 발생 이튿날인 15일 학생들에게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학생이 적발됐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해당 학생은 가슴에 부착한 카메라를 이용해 시험 문제를 친구에게 보냈고, 그의 친구는 AI를 이용해 문제를 푼 뒤 답안을 해당 학생의 스마트워치로 전송했다”고 설명했다.
담당 교수는 A씨가 시험에서 만점을 맞은 것을 수상히 여겨 그를 불러 같은 문제를 직접 풀어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제대로 답을 적어내지 못했고, 추궁 끝에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고 한다.
대학 측은 “AI와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답안 작성에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돼 담당 교수는 규정에 따라 해당 학생의 시험을 0점 처리하고 F학점을 부과했다” 했다. 해당 학과는 기말고사부터 모든 종류의 카메라와 시계 반입을 금지하고 안경도 검사하기로 했다.
지능형 부정행위가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대학 정기고사에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됐다.
온라인으로 대규모 비대면 수업·시험이 진행됐거나 개인 노트북·강의실 컴퓨터 활용을 허용한 시험에서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건이었다. 올해에는 개별 대학에서 치러진 대입 수시 논술고사에서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최근까지 3건 발각되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논란이 됐다.
AI 등 첨단기술 빠른 발전…교육 현장은 사실상 무방비
이처럼 첨단 기술을 악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르는 배경에는 기술 발전의 속도를 윤리 의식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지목된다. 이찬규 중앙대 인공지능인문학연구소장은 “AI의 대중화와 각종 웨어러블 기기의 소형화 등 기술은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윤리의식과 관련 제도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현장 감독관의 사후 적발에만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교육부는 수능 시험장에서 스마트안경 소지를 금지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 달라는 공문을 지난 15일 전국 시·도교육청과 각 대학에 보냈다. 수도권 대학의 한 이공계열 교수는 “이미 시중에는 탐지기로도 잡아내기 어려운 기기와 기술이 나오고 있는데, 언제까지 감독관이 육안으로 식별하기만을 바랄 것인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경이나 시계 등 개별 품목을 금지하는 일회성 대책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고도의 탐지 장비를 넘어서는 신기술이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최근 주요 학회에서 논문 제출 시 연구 과정을 기록한 연구노트를 제출하는 것처럼 ‘과정’ 자체를 평가할 수 있도록 평가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서울여대 교수)은 “교육당국 차원의 공통 가이드라인을 다듬어 제도를 재정비하고, 대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AI 윤리 교육을 의무화하는 실효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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