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정부 이후 입시 난맥상…손대지 않는 것도 방법[이도경의 에듀 서치]

이도경 2026. 10. 2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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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설득 어렵다면 악순환 끊어야 지난 15일 저녁, 충청 지역 한 상가에 자리한 대형 프랜차이즈 수학학원 강의실.

학부모들의 한숨은 지난 4월 발표된 '2028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더 깊어졌습니다.

설명회에 앞서 학원이 배포한 상담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학부모를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학부모들의 한숨을 부른 대입 제도는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의 합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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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교 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에 서·논술형 수능 도입과 수능·내신 전면 절대평가 전환 등 교육 현장의 부담을 키우는 대입 개편 추진을 중단하고 고교학점제로 인한 혼란부터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뉴시스
대학·학과마다 선발방식 천차만별
제도 바뀔 때마다 학생·학부모 골탕
李정부, 5지선다형 수능 개선 추진
현장 설득 어렵다면 악순환 끊어야
지난 15일 저녁, 충청 지역 한 상가에 자리한 대형 프랜차이즈 수학학원 강의실. 중3 학부모들이 서울 대치동에서 출강 온 입시 컨설턴트 설명에 귀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강사가 자료를 화면에 띄우면 일제히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손이 학부모들 머리 위로 올라왔습니다. 학원 측이 준비한 70여석은 일찌감치 꽉 찼고, 자리에 앉지 못한 학부모들은 강의실 좌우 통로에서 메모지를 쥐고 서서 한 시간을 훌쩍 넘긴 강의를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강사가 대입 제도를 설명하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어휴~” “아이고~” 같은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강사는 이런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지금까지는 배경 설명일 뿐이에요. 이해를 돕기 위해 지금 고3까지 치르는 제도를 설명한 거고, 어머님들 자녀가 치를 대입은 이보다 훨씬 복잡해요. 벌써 이러시면 곤란해요”라며 웃었습니다.

학부모들의 한숨은 지난 4월 발표된 ‘2028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더 깊어졌습니다. 대학들이 현재 고2를 내년에 어떻게 뽑을지 규정한 계획으로 현 중3에도 적용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사는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내신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축소됐고, 수능은 선택과목이 사라져 단순화됐다는 바뀐 제도 설명으로 운을 띄우고는 주요 대학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서울대, 중앙대, 경희대 순으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대학들은 수능과 내신, 학생부 같은 전형 요소를 뒤섞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그 결과 대학마다 학과마다 선발 방식이 천차만별인 ‘카오스’가 펼쳐졌다고 해설했습니다. 학생들은 수능, 내신, 학생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기 어려운 처지로 몰려 시간 절약과 시행착오를 줄이는 정보가 중요해졌으니, 학부모 노력이 자녀 대학 레벨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조언으로 강의가 마무리됐습니다. 한 남성은 “진짜 욕 나오네, 어쩌자고 이리 해놔”라며 혀를 찼습니다.

강사는 별다른 과장 없이 대입 제도가 얼마나 복잡한지 교육부와 대학 공식 자료로 덤덤히 설명했습니다. 영업 멘트는 그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설명회에 앞서 학원이 배포한 상담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학부모를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학부모들의 한숨을 부른 대입 제도는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의 합작품입니다. 먼저 문재인정부는 고교학점제를 교육 분야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했습니다. 고교학점제를 안착시키려면 학생의 과목 선택과 다양한 학습 경험을 평가에 반영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조국 사태’ 등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을 높였습니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수능의 힘을 빼도 부족한 판에 되레 수능 영향력을 강화했죠.

바통을 넘겨받은 윤석열정부가 고교학점제에 맞춘 대입 제도를 설계했습니다. 윤석열정부도 전임 정부가 만든 난맥상을 정면 돌파할 의지나 실력은 없었습니다. 고교학점제는 내신 절대평가 전환이 관건이었습니다. 상대평가로 줄 세우면 과목 선택권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수능의 힘이 강해진 상태에서 내신 절대평가는 무리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내신을 5등급으로 축소해 수업 선택의 부담을 줄이되 변별력 유지를 위해 상대평가 과목을 늘리는 타협을 했습니다. 수능은 ‘과목 다이어트’로 대입에서 영향력을 제한하고, 수업 선택의 폭을 넓히려고 했습니다(수능 과목이 많을수록 고교 교육과정이 수능 과목 위주로 편성될 가능성이 커지므로).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을 한숨짓게 한 2028학년도 대입 제도는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집권 세력이 호기롭게 입시 개혁안을 던졌다가 어정쩡하게 물러서며 입시를 들쑤시는 패턴은 낯설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 입시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사탐런’(사회탐구 쏠림) ‘확통런’(확률과 통계 쏠림) 같은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도 비슷합니다. 박근혜정부가 설계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과 문재인정부가 담당한 문·이과 통합형 대입 제도의 부작용이었습니다. 보수와 진보 정부가 번갈아가며 학생과 학부모를 골탕 먹이는 상황입니다.

이재명정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조짐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5일 생중계된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 5지선다형 수능이 미래 세대를 망친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수능에서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고, 수능·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는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에게 힘을 싣는 발언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달 뒤 국정감사에서 차 위원장은 “매우 신중하게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공론화가 부족한 상태”라며 이달 말로 예정된 대입 개편 시안(초안)의 발표 연기를 시사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업무보고 때 “입시 바꿔 칭찬받은 예가 없다”고 말하자 “잘하면 칭찬받는다”고 되받던 단호한 모습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대입 개편 뒷얘기를 들어보면 어김없이 입시 개혁을 추진하는 그룹과 대통령 지지율을 관리하는 정무 파트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런 갈등 속에 나온 합의안은 ‘단계적’ 같은 수식어로 포장돼 실행되고는 했습니다. 이번 개편도 대통령 지지율 하락, 교원단체 반발 등으로 온전히 추진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관가에서는 ‘용두사미’로 끝날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여당이 만든 국가교육위원회가 ‘빈손’으로 끝내기도 어렵습니다. 과거 개편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미래세대에 5지선다형 위주 평가는 어른들의 직무유기다.” 이재명정부 주도로 구성된 국가교육위가 이번 대입 개편을 추진하는 명분입니다. 이 같은 결기로 입시 현장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손대지 않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개혁을 외쳤다가 반대에 밀려 어정쩡하게 타협한 뒤 또 제도를 고치는 악순환부터 끊어야 합니다. 정치가 입시를 들쑤시면 혼란을 감당하는 건 정치인이 아닌 학생·학부모이기 때문입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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