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하면 죽는 언어, 어떻게 살리냐면요

김남정 2026. 10. 2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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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을 뒤적이다 눈길을 끄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좋은 문장을 쓰는 방법뿐 아니라 문장부호까지 알려준다니,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국어 표현과 문장부호를 다룬다.

중요한 것은 한 번도 틀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쓰는 문장을 돌아보고 더 나은 표현을 찾으려는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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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부호까지!>를 읽고

[김남정 기자]

전자책을 뒤적이다 눈길을 끄는 책 한 권을 만났다.<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부호까지!> ( 24년 2월 출간)라는 제목부터 마음에 와닿았다. 좋은 문장을 쓰는 방법뿐 아니라 문장부호까지 알려준다니,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국어 표현과 문장부호를 다룬다. 글을 쓰는 사람은 물론 학생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어른들에게도 유익하겠다 싶었다. 특히 맞춤법과 어법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막상 글을 쓰려면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내가 당연하게 사용하던 표현도 책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살펴보게 된다.

글을 읽어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 문장부호까지 살펴보는 우리말 표현 이수연의 《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부호까지!》 표지. 일상에서 흔히 쓰는 표현과 문장부호를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 마리북스
예전에 학생들과 논술 공부를 하던 때가 떠올랐다. 글을 읽고도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안타까웠다. 말로 설명하면 금방 이해하는 내용도 글로 제시하면 다르게 해석하곤 했다.

책을 많이 읽는데도 왜 독해력이 늘지 않느냐고 묻는 학생들이 있었다. 하지만 문학작품을 읽는 것과 수학 문제에 담긴 두세 줄의 조건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조사 하나, 표현 하나의 차이로도 문장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글자를 따라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장에 담긴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이다.

이런 경험을 떠올리며 책의 머리말을 읽다가 오래 눈길이 머문 문장이 있었다.

"언어는 살아있는 유기체입니다. 방치하면 죽어 버리지요. 그래서 우리가 쓰는 언어를 정성껏 돌봐 줘야 합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말과 글을 보살펴 준 적이 있는지 한번 돌아보세요. 사람들에게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이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그렇다면 그 대답에 걸맞은 태도와 행동은 무엇일까요?"

우리말을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나 역시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쓰는 말과 글을 얼마나 세심하게 살펴보았을까. 익숙하다는 이유로 어색한 표현을 반복하고, 다른 사람들도 쓰니까 괜찮겠거니 하며 지나친 적은 없었을까. 우리말을 사랑한다는 것은 잘 쓰고 있다고 믿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가 사용하는 표현을 끊임없이 돌아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표현부터 살펴본다. 한글로 썼다고 해서 모두 좋은 문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흔히 듣는 '커피 나오십니다', '오천 원이세요' 같은 표현도 그중 하나다.

이런 표현이 어색한 이유는 존대의 대상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나오십니다'는 주어를 높이는 표현이고, '-이세요' 역시 상대방이나 높여야 할 대상을 높일 때 쓰는 표현이다. 커피나 가격 자체를 높일 필요는 없다. '커피 나왔습니다', '오천 원입니다'라고 하면 충분하다. 손님을 공손하게 대하려는 마음이 오히려 어색한 표현으로 이어진 셈이다.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을 구체적인 사례로 살펴볼 수 있어,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며 우리말의 쓰임을 이야기하기에도 좋겠다. 문법을 외우는 공부에서 벗어나 평소 사용하는 말을 관찰하고, 무엇이 어색한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라는 표현에 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관람객은 오전에 입장 가능합니다'라는 문장은 간결해 보이지만, 문장 구조를 따져 보면 어색할 수 있다. 이럴 때는 '관람객은 오전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라고 바꾸면 뜻이 한결 분명해진다.

명사보다 동사로, 문장을 자연스럽게

책을 읽으며 특히 눈여겨본 부분은 동사형 문장에 관한 설명이다.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는 문장이라도 조금 더 자연스럽게 다듬을 여지가 있다. 명사형 표현을 동사형으로 바꾸면 문장의 의미가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읽는 흐름도 부드러워진다.

예를 들어 '많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보다는 '많이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쓸 수 있다. 명사 중심의 표현을 동사 중심으로 바꾸면 무엇을 해 달라는 것인지 더 분명해진다. 글을 쓸 때 문장을 풀어서 쓰라는 조언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도 돌아보게 됐다. 공손하게 말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일상에서 너무 자주 사용하다 보면 표현이 단조로워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신청해 주세요',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확인해 주세요'처럼 구체적인 동사를 활용하면 뜻이 선명해진다. 무조건 새로운 표현을 찾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익숙한 말만 반복하기보다 상황에 맞는 어휘를 골라 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좋은 문장은 소리 내어 읽었을 때 그 뜻이 쉽게 와닿는다. 눈으로 읽을 때는 지나쳤던 어색함도 입 밖으로 내면 금세 드러난다. 글을 다 쓴 뒤 한 번 소리 내어 읽어 보는 습관부터 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몰랐던 문장부호의 이름

책 뒤쪽에 실린 문장부호 설명은 내게 또 다른 수확이었다. 괄호에도 소괄호( ), 중괄호({ }), 대괄호([ ])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책 제목을 표시할 때 사용하던 < >의 이름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꺾쇠라고 생각했는데, 문장부호의 정식 명칭은 화살괄호였다.

문장부호의 쓰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특히 눈길이 머문 대목이 있다.

"쉽게 설명하면 소제목, 그림이나 노래와 같은 예술 작품의 제목, 상호, 법률, 규정을 나타낼 때에는 홑낫표(< >), 홑화살괄호(< >), 작은따옴표(' ') 중 하나를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 제목이나 신문 이름에는 겹낫표(< >), 겹화살괄호(< >), 큰따옴표(" ") 중 하나를 쓸 수 있습니다." (212쪽)

책 제목을 표시하는 문장부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나는 그동안 오마이뉴스 책동네에 서평을 쓰면서 책 제목을 < >로 표시해 왔다. 익숙하게 사용해 온 모양이지만, 정확한 이름과 쓰임을 알지 못한 채 관행처럼 써 온 것이다.

이제는 문장부호의 이름과 쓰임을 좀 더 정확하게 알아두고 싶다. 겹화살괄호(< >)와 홑화살괄호(< >), 겹낫표(< >)와 낫표(< >)는 모양도 이름도 다르다. 책에서 설명하듯 용도에 따라 여러 문장부호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글의 성격에 맞게 선택하고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서평을 쓸 때는 책 제목을 표시하는 방법부터 다시 점검해야겠다.

쉼표에 관한 설명도 유익했다. 쉼표는 문장의 의미를 분명하게 하고 읽는 흐름을 돕지만, 반드시 모든 곳에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맥과 문장 구조를 살펴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늘 쓰던 문장부호에도 이름과 쓰임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국어 문법을 완전히 익히기는 쉽지 않다. 글을 쓸 때마다 망설여지고, 익숙한 표현도 다시 살펴보면 어색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글쓰기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겠다. 중요한 것은 한 번도 틀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쓰는 문장을 돌아보고 더 나은 표현을 찾으려는 태도일 것이다.

이번 독서는 내가 쓰는 말과 글을 한 번 더 살펴보게 했다. 앞으로도 맞춤법과 어법 앞에서 자주 망설이겠지만, 그 망설임을 더 정확하게 쓰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우리말을 사랑한다는 마음을 실제 글쓰기에서 실천하는 일, 지금 내가 시작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그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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