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무기로 세계 이은 '소통가'…이수현 프리츠한센 한국지사장[파워K우먼]

오지은 2026. 10. 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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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프리츠한센 한국지사장은 서로 다른 문화와 사람을 연결하는 일에서 자신의 강점을 찾았다. 뷰티 기업에서 수출 업무를 익힌 뒤 수입 가구업계로 자리를 옮겼고, 2015년 프리츠한센에 합류해 한국 세일즈 매니저로 일했다.

덴마크 디자인 가구 브랜드 프리츠한센의 한국 사업을 키우는 과정은 그저 제품을 판매하는 일과는 달랐다.

여러 시도 끝에 자신이 잘하는 일,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분야를 찾았다면 그곳에 집중해 전문성을 쌓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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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서 유년기, 미국 유학…언어 강점 살려
무역업 입문 후 해외운영·브랜딩·세일즈까지
"자신에 대한 믿음 필요…한 방향 고수해야"

이수현 프리츠한센 한국지사장은 서로 다른 문화와 사람을 연결하는 일에서 자신의 강점을 찾았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미국에서도 공부한 그는 한국외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한 뒤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뷰티 기업에서 수출 업무를 익힌 뒤 수입 가구업계로 자리를 옮겼고, 2015년 프리츠한센에 합류해 한국 세일즈 매니저로 일했다. 2021년 한국지사장에 오른 뒤에는 국내 유통망을 구축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는 데 주력해 왔다.

이수현 프리츠한센코리아 지사장이 서울 서초구 지사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덴마크 디자인 가구 브랜드 프리츠한센의 한국 사업을 키우는 과정은 그저 제품을 판매하는 일과는 달랐다. 제품의 외형뿐 아니라 소재와 제작 방식, 디자인에 담긴 배경까지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했다. 그가 실무자로 일할 때 중요하게 여긴 것은 관계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성과를 내는 일이었다. 거래처를 발굴하고 파트너사와 협력해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는 과정에서 언어 능력과 해외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프리츠한센의 한국 사업 기반을 구축한 뒤에는 직원들의 업무와 동기, 성장까지 책임지는 리더의 역할을 고민하게 됐다. 남편과 직장의 도움을 받아 업무와 가족생활을 조율해 온 그는 직원들에게도 각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믿고 꾸준히 커리어를 쌓으라는 것이 오랜 업무 경력을 통해 얻은 그의 조언이다. 최근 이 지사장을 서울 서초구 프리츠한센 한국지사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수현 프리츠한센코리아 지사장이 서울 서초구 지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어린 시절 해외에서 생활했다.

▲7세 때 고모 가족이 브라질에 정착하면서 아버지를 초청했다. 이를 계기로 브라질에서 10년가량 생활했다.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지내며 현지 문화에 자연스럽게 적응했지만,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오히려 한국 생활에 적응해야 했다. 한국외대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하며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에서 생활하는 방법을 설명할 기회가 많았다. 대학 시절 미국 유학을 경험하면서는 서로 다른 문화에 관해 궁금해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에게 한국 문화를 설명하는 역할에 흥미를 느꼈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는 일이 나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첫 사회생활은 무역업으로 시작했다.

▲여러 나라를 오가며 생활했고 부모님도 해외에서 사업을 하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역을 떠올렸다. 대기업에 갈 기회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일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회사를 찾았다. 첫 직장은 화장품을 수출하는 뷰티 기업이었다. 중남미를 비롯해 여러 국가의 거래처를 발굴하고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수출 업무를 익혔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K뷰티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결제나 무역 서류도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장에서 실무를 하나씩 배워나갔다. 그러면서 문서를 꼼꼼하게 작성하는 일보다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일에 강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수입 가구업계로 자리를 옮겨 해외 운영과 브랜딩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혔다.

이수현 프리츠한센코리아 지사장이 서울 서초구 지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프리츠한센에 합류한 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과제는 무엇이었나.

▲당시 국내에서는 좋은 수입 가구 브랜드들도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한 수입사가 여러 브랜드를 취급하는 멀티 브랜드 매장 중심으로 판매하다 보니 특정 브랜드의 역사나 철학을 깊이 있게 전달하기 어려웠다. 프리츠한센 제품을 직접 배우고 브랜드를 이해하면서 단순히 아름다운 가구라고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소재를 사용하는지, 누가 왜 디자인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는지를 소비자가 이해할 때까지 꾸준히 알려야 했다.

-한국 시장에 브랜드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에는 혼자 일했다. 파트너사를 찾고 매장을 여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매장이 늘어나자 마케팅과 고객 서비스, 영업 지원 등 필요한 업무가 계속 생겼다.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영업도 필요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전자상거래와 재고 관리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그렇게 사업 규모가 조금씩 커지면서 팀을 꾸리게 됐다. 처음에는 직원들의 업무와 동기를 살피는 일이 쉽지 않았다. 실무자로서 개인의 성과를 내는 것과 조직을 이끄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지사장이라는 직함은 단순히 업무를 잘하는 것만으로 되는 자리가 아니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근무 환경과 성장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수현 프리츠한센코리아 지사장이 서울 서초구 지사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실무자에서 리더로 역할이 바뀌면서 무엇이 달라졌나.

▲혼자 일할 때는 내가 맡은 일을 잘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조직을 운영하려면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직원들의 웰빙과 동기, 각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까지 살펴야 했다. 2024년 본사에서도 회사를 오래 이끌었던 야콥 홀름 전 최고경영자(CEO)가 은퇴하면서 리더십을 주제로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나 역시 그런 과정을 통해 리더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배우고 있다. 본사와 한국 지사 모두 비슷한 시기에 리더십을 고민하게 됐고, 지금도 함께 배우는 과정이다.

-여성 리더로서 강점이나 어려움을 느낀 순간도 있었나.

▲직원들의 상황과 감정을 세심하게 살피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나 역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고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공감할 수 있다. 반면 해외 본사에서 인정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한국 시장과 나의 역량이 남성과 비슷하거나 뛰어나다는 것을 숫자로 보여줘야 했다. 또한 그전까지는 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설명해야 했다.

이수현 프리츠한센코리아 지사장이 서울 서초구 지사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커리어를 이어왔다.

▲남편의 도움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업무에 집중해야 할 때는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며 아이들을 돌봤다. 회사에서도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 때문에 둘 중 한 사람이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지만, 서로 역할을 나누고 직장에서도 배려해 준 덕분에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을 포기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도 컸다. 결과적으로 큰 틀에서 커뮤니케이션 분야 전문성을 지니게 됐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회사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조금만 유연하게 대응해 줘도 일하는 사람이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 시기는 전체 커리어를 놓고 보면 길지 않을 수 있다. 그 기간에 재택근무나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회사에도 더 가치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자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후배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누구나 자신을 믿고 시작하지만 주변의 이야기나 여러 상황에 부딪히면서 그 믿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분명하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며 그 길을 고수해야 한다. 여러 시도 끝에 자신이 잘하는 일,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분야를 찾았다면 그곳에 집중해 전문성을 쌓았으면 한다. 여러 분야에 걸쳐 얕게 경험을 쌓기보다 좁은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수현 프리츠한센 한국지사장은한국외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한 이수현 지사장은 브라질에서 보낸 유년기와 미국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세화피앤씨에서 수출 업무를 익힌 뒤 수입 가구업계로 자리를 옮겼고, 황덕엔지니어링·에이하우스·㈜커커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5년 프리츠한센에 합류해 한국 세일즈 매니저로 일했으며, 국내 유통망과 브랜드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2021년 한국지사장에 올라 한국 사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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